[조영철 기자]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기여했던 그가 이번에는 황교안을 돕는다. 취임 첫 일성은 ‘못살겠다 갈아보자’다.
4년마다 여야를 오가며 구원투수 역할을 맡아 ‘선거 신화’를 써 온 그의 이력은 한국 정치사에 유례가 없다. 그는 과연 이번에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3월28일 토요일 오전 10시 광화문 개인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김위원장은 이튿날 있을 기자회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휴일인데도 수시로 오는 전화와 방문자들로 사무실은 다소 북적였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것”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없었다면 다시 현실 정치에 나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자칫 한국 경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빠져 그동안 쌓아왔던 것이 한꺼번에 물거품이 되어버릴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는 말로 입을 뗐다.노(老) 정객의 표정은 늘 그랬듯 담담했지만 약간 피곤함이 묻어나는 목소리에서는 절박감이 묻어 있었다.
인터뷰 내내 그의 일관된 메시지는 ‘바이러스가 만든 국가비상사태 속에서 쓰러져가는 약자와 서민들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좌우, 여야를 오가며 정권 탄생에 기여했다가 다시 자신이 만든 정권을 비판하며 현실정치 무대에 발을 담근 이유를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읽혔다.
“지난 3년 동안 이 정부가 한 일도 그렇고 코로나로 인해 경제가 올 스톱이 될 수도 있는, 그야말로 전시(戰時)에 버금가는 상황이다.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 종사자들이 대한민국 경제의 25%를 차지한다. 9988이란 말 있잖은가. 우리나라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여기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이 88%라는 거다. 지금 같은 사태가 몇 달 더 지속된다면 이들은 한계상황에 부닥친다. 약자와 병자까지 모두 껴안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전염병으로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는 절규가 나오고 있지 않은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개인 기업 지원책으로는 역사상 최대 규모인 2조2000억 달러(약 2700조원)구모의 경기부양책에 서명했다. 미국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다.
“미국도 지금 1920년대 대공황이후 초유의 사태다. 대공황은 경기 불황이 문제였지만 이건 바이러스라는 천재지변이다. 트럼프 머리 속은 지금 주식시장 활성화밖에 없다. 지금까지 자랑한 게 경제성장, 주가성장, 고용 확대였는데 이게 한꺼번에 무너져 재선에 빨간불이 켜진 거 같으니까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는 한번도 나라 위기를 매니지먼트한 경험이 없다. 하지만 그만큼 파격적인 지원책을 신속히 내놓는다는 것은 천재지변으로 서민과 약자들이 무너질 것 같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은 달러를 마음대로 찍어내는 기축 통화국이라 별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는 여파가 크다. 우리는 국가재정을 살얼음판을 걷듯 운영해야 한다. 돈을 마구 푼다고 누가 투자를 할 것이며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멈췄는데 누가 경제활동을 하겠는가. 지금은 사회적 약자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도록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경제 구조를 리셋할 기회라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리셋은 재난이 지나간 정상상황에나 가능한 일이다. 거듭 말하지만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의 생존보장부터 시켜줘야 한다.“
일회성 현금살포로는 한계
[조영철 기자]
“지금 나오는 이야기들은 기본소득의 기본이란 개념도 모르고 떠드는 사람들 이야기다. 특히 지자체장들이 무슨 대통령 후보 경선이나 하는 것처럼 경쟁하듯이 돈을 풀겠다고 하는데 이래갖고는 정상적인 대책이 나올 수 없다.
위기상항에서 구체적으로 뭘 할 건지 중앙 정부가 생각해야 한다. 이대로 3, 4개월 더 가면 위태로운 상황으로 간다. 어떻게 지속적으로 소득 없는 사람들을 도와줄 것인가, 사전에 어떻게 이들의 파산을 예방할 것인가. 청와대와 여당의 대응은 너무 안이하다. ”
구체적인 대응을 묻자 그는 기자회견에서 발표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이튿날인 29일 경제위기 극복 방안으로 “올해 예산을 다시 짜 512조원의 20%인 100조원을 재원으로 해서 소기업, 거기서 일하는 근로자, 자영업자들을 재난생황이 끝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보전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예산을 다시 짤 수가 있나
“나라에 긴급 사태가 발생하면 20%정도 삭감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은 언제든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코로나 사태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심각한 예산위기이므로 기획재정부도 빨리 준비해야 한다. 임기종료를 앞둔 20대 국회가 총선직후 임시국회를 열어 헌법 56, 57조가 규정하고 있는 예산재구성을 끝내야 한다. 예산으로 하다가 안되면 국채를 발행해 보완할 수도 있다. 지금 시중에 부동자금이 1000조원이 넘는다. 이걸 국채로 흡수해 비상경제 대책 예비재원으로 확보할 수있다.
예산안 조정에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대통령이 헌법에 보장된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하면 빠른 예산조정이 가능하다. 청와대, 정부와 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할 때이다.”
-정부는 1400만 가구에 100만원씩 준다고 하는데.
“주고나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할 것인가. 일회성 현금살포는 한계가 있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연말까지 갈지도 모르는데 지속적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소득을 보장해주는 게 필요하다. 한번에 주고 마는 건 의미가 없다.
자영업자 중소업자들은 지난 3년간 소득주도 성장이니 최저 임금 같은 이 정부 경제정책의 피해를 보면서 어렵게 어렵게 견뎌왔다. 이런 재난이 터지니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절망할 수밖에 없다.
지난 3년간 경제 정책 운용 패턴을 볼 때 이번 사태를 청와대와 여당이 극복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그동안 잘한 게 하나도 없고 나라를 경영할 능력도 없다는 걸 스스로 드러낸 정권은 심판받아 마땅하다. 그렇게 못하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될지 예측불허 상황에 빠질 것이다.“
야당궤멸이 아니라 민주주의 궤멸
그는 이번의 재(再) 등판에 대해 “단지 야당이 궤멸될 것이 걱정되는 차원이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가 궤멸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지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갈 때 야당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했었다. 이번에도 같은 논리인가.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 이대로 가다는 야당 궤멸 수준이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가 궤멸될 수 있다. 내가 요즘 심각하게 생각하는 게 최근 세계적인 현상이 과거에는 정변이 일어나면 군사 쿠데타였는데 지금은 합법적인 선거로 해서 당선된 정부가 권위주의로 가면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제일 먼저 시도하는 게 언론과 사법부 장악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부터 그런 모습이 너무나 보였다. 지금 법원이고 검찰이고 간에 민주주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삼권분립 체제가 온전히 가고 있느냐에 대해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선거에서 바꿀 수밖에 없다. 지난 3년간 대한민국은 신뢰할 수 있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 나라가 됐다. 정상적으로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 야당이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는 강력한 의석확보가 안되면 막을 방법이 없다. ”
그러면서 국민들에 대한 각성을 촉구했다.
“국민들이 지난 3년을 겪었으니 스스로 생각하고 각성해야 한다. 일시적 현상에 대해 잘한다, 못한다 여론조사만 나오니 정권이 오만해진 것 아닌가.
최근 코로나사태만 해도 한국이 세계로부터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데 정부가 잘해서 그런 게 아니지 않은가. 지금 전 세계가 부러워하고 있는 의료보험체제를 기반으로 한 민간 의료시스팀, 방역 시스팀이 이뤄낸 성과다.
지금 정권은 일에는 관심이 없고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데 여기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에 하는 투표가 나라의 운명을 어떻게 장악하고 내 운명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선거는 정말 중요하다. 중요한 순간에 실수하고 나서 나중에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없다. 후회하면 이미 상황은 끝이다. 현명한 국민만이 올바른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여론조사를 믿는가?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다.”
그는 이어 “정부 여당의 무능과 부도덕함은 이미 국민 마음 속에서 심판이 끝나있다고 본다”고 했다.
“나는 우리 국민을 믿는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는 누가 혼자 잘나서도 아니고 운동권이 한 것도 아니다. 2차대전 이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비상사태 속에서 국민의 힘을 다시 한번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