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4

..

‘트럼프 훈풍’ 부는 K-조선 “미국發 호재 2026년까지 지속 전망”

‘관세 폭탄’ 속도 조절에 자동차·철강업 일단 안도… “그래도 노심초사”

  • reporterImage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5-01-31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지금 조선주(造船株)는 최고 미국 수혜주다. 미국이 중국산 선박을 대체하고 싶어도 자국 조선업이 침체돼 수급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 조선업계에 일감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 수요를 빼고도 이미 각 기업 실적이 탄탄하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트럼프표 통상 정책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지만 악재 대부분이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 철강업은 전방 산업 침체가 겹쳐 상황이 녹록지 않아도 데이터센터용 전선 등 분야에선 기회가 있을 수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 운반선. [HD한국조선해양 제공]

    HD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 운반선. [HD한국조선해양 제공]

    “최고 미국 수혜주 ‘조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시대 한국의 전통 먹거리 산업인 조선·자동차·철강 등 ‘중후장대’ 업종 전망에 대해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이렇게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트럼프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산업별로 희비가 교차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 입에서 보편관세 도입, 대중(對中) 무역 규제 강화, 공급망 재편 가능성이 흘러나올 때마다 관련주 주가는 널뛰었다.

    당장 K-조선업은 트럼프 수혜주로 분류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3사 주가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현재까지 두 자릿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그래프 참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한국 조선업에 겹호재로 작용하는 키워드는 ‘에너지’와 ‘방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1월 20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보류한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시설 건설 신청서 검토를 재개하라”고 지시했다. 그간 친환경에너지 정책 기조로 주춤했던 미국 내 화석연료 채굴과 수출을 재시동하라는 신호탄이다. 미국의 LNG 수출이 늘면 이를 운송할 선박 수요도 덩달아 증가한다. 미국 조선업이 퇴조한 상황에서 선택지는 사실상 한국과 중국뿐이다. 트럼프 시대를 맞은 미국 산업계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자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인 시절 이미 “미국 조선업에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며 한국 조선업을 콕 짚었다. 당시 그가 언급한 협력은 구체적으로 해군 군함 건조와 유지·보수·정비(MRO) 등 방산에 대한 것이다.

    한국 조선업에 부는 미국발(發) 훈풍이 금방 사그라지거나 주가 상승 재료가 조기 소진될 가능성은 없을까. 이에 대해 염 이사는 “한국 조선주에 대한 미국발 호재는 이미 지난해부터 반영됐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주가가 꺾일 가능성은 있지만, 적어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전반기인 2026년까지는 업황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장기투자자, 자동차株 투자 고려할 만”

    트럼프표 보편관세 사정권에 들었던 자동차 등 국내 산업은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취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관련 발언과 태도가 생각보다 온건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관세 정책을 놓고 미국 월가에선 “예상보다 온건했다”(골드만삭스), “광범위하고 즉각적인 관세 부과는 발표되지 않았다”(모건스탠리)는 평가가 나왔다. 국내 투자업계 일각에선 “현대차, 기아 등 자동차주에 트럼프 악재가 이미 반영됐다. 향후 보편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더라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장기투자자는 오히려 자동차 관련주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는 조심스러운 낙관론도 있다.

    일단 속도 조절에 나선 모양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은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자동차산업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먼저 ‘손볼’ 영역으로 꼽힌다. 미국 대외무역 적자의 70%가량이 자동차산업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디트로이트 등 러스트벨트(rust belt: 쇠락한 공업지대) 민심을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외 자동차 메이커를 첫 타깃으로 삼을 공산이 크다. 자동차 업계가 여전히 노심초사하는 이유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도 폐지·축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자동차 업황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을 지낸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당장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이 관세 폭탄의 첫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음과 같은 대응 전략을 제언했다.

    “현대차, 기아 등 한국 자동차 메이커는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이 사라지는 것에 대비해 하이브리드차 시장에 집중해야 한다. 미국이 ‘탄소 국경세’를 자국 산업 보호책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수소차 기술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한국 철강산업의 당면 과제는 현 대미 수출 쿼터를 지키는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8년 미국은 해외에서 수입되는 철강에 25% 보편관세를 부과했다. “대통령이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품목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근거한 규제였다. 당시 한국은 수출 물량을 줄이는 대신 관세를 피하는 ‘쿼터 부과국’ 지위를 적용받아 지금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해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엔 에너지 산업용 강관이나 자동차 강판 등 한국산 철강 제품 수요가 많다”며 “미국이 여기에 필요한 한국산 자재 수입을 강하게 통제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위원은 “미국 제조업 부흥에 한국과의 협력이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미국 정부를 잘 설득해 현 철강 통상 조건이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우정 기자

    김우정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입니다. 정치, 산업, 부동산 등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이슈를 취재합니다.

    美 자동차 관세 25% 부과 임박…사정권에 들어간 현대·기아차

    법인 투자 허용에 시장 안정 기대감 커지는 가상자산업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