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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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 담배 한 모금 소화제보다 훨씬 좋다고?

위장 질환 일으키는 진짜 원인&잘못된 상식들

  • 최영철 주간동아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3-10-14 1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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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후 담배 한 모금 소화제보다 훨씬 좋다고?
    위(胃)는 식도와 십이지장 사이에서 소화 작용을 하는 주먹만한 주머니다. 소화 작용은 수축운동과 위산 분비를 통해 음식물을 죽(유미즙)처럼 만드는 과정을 뜻한다. 죽처럼 만들어야 영양분을 추출해 간으로 보내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위의 소화 작용은 수축운동을 통해 음식물을 잘게 부수고 위산으로 녹여 액체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위는 평소에는 최대 450ml 정도의 음식물을 담을 수 있지만 2~3ℓ가 들어갈 정도로 늘어나기도 한다. 그만큼 신축성이 크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음식물을 먹으면 위벽이 얇아지고 수축운동을 하기 힘들어져 소화불량 증상이 생길 수 있으며, 위궤양이 심한 사람은 위벽에 구멍이 뚫리기도 한다.

    위벽 속에는 수축운동을 할 수 있도록 근육이 있고, 이 근육이 움직이도록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큰 혈관도 존재한다. 그리고 근육 움직임과 각종 소화효소 및 호르몬 분비에 관계하는 자율신경들이 넓게 분포한다. 이들 신경이 잘 발달한 사람은 위에 조그마한 문제만 생겨도 통증을 느끼지만 무딘 사람은 잘 느끼지 못하고,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위에 염증이 생기면 위염이고, 헐어서 움푹 파이면 위궤양, 위벽이 얇아져 구멍이 생기면 위천공, 악성 종양이 자라나면 위암이 된다. 위궤양도 악성 종양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있고, 위궤양이 아니더라도 위천공이 일어날 수도 있다. 요즘은 직장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하는 정기 건강검진에서 위내시경검사가 일반화한 추세라 위장관 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가 쉽게 이뤄지고 있다.

    위염과 위궤양도 암 된다!



    위궤양이나 위천공, 위암의 경우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병·의원을 찾게 되지만 위염의 경우엔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흔하다. 실제로 위내시경 조직검사에서 염증세포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속쓰림과 소화불량, 심와부(명치) 통증 등 위염의 전형적 특징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은 이를 비궤양성 소화불량이라고 부른다. 처방하는 약들은 위산 억제제나 중화제, 소화제가 주를 이룬다.

    위염과 위궤양은 양상은 다르지만 원인은 비슷하다. 그래서 담배와 술을 끊고, 덜 맵고 덜 짜게 먹으며, 스트레스를 줄인 상태에서 적절히 치료하면 쉽게 낫는다.

    과연 위장 질환은 무엇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이번 호에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당연한 듯 알고 있는 위장 질환과 관련한 상식들의 실제 원인 및 잘못된 정보에 대해 알아보자.

    # 식사를 하면 졸리는 식곤증 왜 생기나?

    음식물이 들어오면 심장은 위의 수축운동(소화 작용)을 도우려고 먼저 위벽 혈관으로 혈액을 몰아준다. 당연히 뇌로 가는 혈액량이 줄고 뇌의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니까 졸음이 오면서 몸이 나른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규칙적으로 일정량을 식사하는 사람이라면 식곤증은 보통 60세 이후 나타나지만, 신체 활동량이 적고 과식하는 경우 40대부터 식곤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거나 식사량과 식사시간이 불규칙한 사람은 식곤증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 담배를 피우면 소화가 잘되나?

    담배 속에 든 니코틴이 위산 분비를 자극하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위산 분비가 잘 안 되거나 위에 전혀 문제가 없는 사람의 경우 소화에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다. 장기간 흡연하다 끊었을 때 일시적으로 소화불량 증상이 생긴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니코틴을 비롯해 다른 성분들은 그 해악이 너무 크기 때문에 소화를 촉진하려고 담배를 피운다는 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나 같다.

    일반적으로 담배는 위염과 위궤양을 일으키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취급된다. 특히 빈속에 담배를 피우면 위가 빈 상태에서 위산이 분비돼 위벽을 갉아먹는다. 그럼 속이 쓰리고 위 점막에 손상도 온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려고 담배부터 찾는 이들이 있는데, 꼭 피워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유나 물을 충분히 먹고 난 후 피워야 위 점막을 보호할 수 있다. 위염과 위궤양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완치를 보장할 수 없다.

    # 술을 먹으면 속이 쓰린 이유는?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니코틴처럼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그 자체로 위를 자극한다. 술 역시 위염과 위궤양의 다양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간혹 알코올의 산(酸) 성분이 속쓰림을 유발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술의 산 성분은 매우 미세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속쓰림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평소 속쓰림 증상이 있는 사람은 불가피하게 술을 먹어야 한다면 위산을 중화할 수 있도록 우유 한 잔을 미리 먹어두는 게 좋다.

    식후 담배 한 모금 소화제보다 훨씬 좋다고?

    위장질환의 가장 큰 원인인 헬리코박터균의 현미경 사진(왼쪽). 위 내시경검사 모습.

    헬리코박터균이 가장 큰 원인

    # 위염과 위궤양은 암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만성위염이 오래되면 장상피 화생(위염이나 위궤양 등이 회복될 때 정상적인 위세포로 재생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돼 위암 위험률이 6배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염이 심할 경우 위궤양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위염, 위궤양이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게 좋다.

    # 스트레스가 왜 위염과 위궤양을 일으키나?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증세는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위산을 증가시키고 위장 운동을 방해한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속에서 부신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때 활성산소가 발생하면서 위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헬리코박터균)가 정말 위장 질환의 대표적 원인인가?

    헬리코박터균은 위염과 위궤양, 위선암, 위림프종, 십이지장궤양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 가운데 하나다. 많은 위염환자에게서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발견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외에도 많이 먹거나 급하게 먹는 경우, 매운 음식을 먹어 위에 부담을 주는 경우뿐 아니라, 스트레스와 흡연, 음주 등 위염 발생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 한국인 식습관이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재발의 원흉?

    헬리코박터균은 감염자의 입속 타액을 통해 전염되므로 한 그릇에 담긴 음식을 함께 먹는 한국식의 식습관이 감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아이에게 음식을 씹어 먹이거나 물 컵을 같이 사용하는 경우, 술자리에서 술잔을 돌려 마시는 경우, 유전적 원인의 경우에도 감염된다.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인보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특히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장이 건강하고 튼튼한 경우엔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감염이 확인됐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재발률은 낮은 편이지만 위장 질환 증상이 다시 나타난다면 재감염 여부를 정기검진을 통해 확인하는 게 좋다.

    도움말 : 지샘병원 이병후 과장(소화기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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