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때로 강요한다. 새로운 제품, 익숙지 않은 유행, 그리고 축적된 카드 명세서. 그 결과 바쁘게 살면서 패션에 그다지 관심 없는 남자의 옷장에도 언제나 형형색색 타이가 수십 개는 기본으로 걸려 있다. 대개 선물받은 것이고, 여차저차해서 본인이 직접 산 것도 있으며, ‘저게 언제부터 여기 있었지?’ 하고 의문이 드는, 처음 보는 것도 있다.
잘 차려입어야 하는 어느 중요한 날이 오면, 슈트와 셔츠를 고르기는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레이나 네이비 톤의 차분한 슈트를 고르고, 여기에 눈처럼 하얀 드레스셔츠를 매치하면 되니까. 그런데 의외로 타이를 고르기가 만만치 않다. 저렇게 많은데! 여러 미디어에서 남자는 브이존을 화려하게 꾸미면 돋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핑크나 오렌지, 아니면 아예 붉은색이나 녹색처럼 튀는 타이를 매보지만, 뭔가 내 것 같지 않고 조금 지나치다는 기분을 피할 길이 없다.
브이존 심플할수록 복장 정돈
브이존은 슈트나 재킷의 라펠이 만들어내는 얼굴 아래 V자형 공간을 말하는데, 결국 셔츠와 타이가 함께 만들어내는 다양한 조합을 의미한다. 특히 타이는 그 종류가 많아서 매일의 복장에 변화를 주기에 안성맞춤인 듯하다. 하지만 좀 직설적으로 말하면 브이존을 강조하라는 건 남성복을 잘 모르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이거나, 타이를 더 많이 팔려는 의류회사의 전략일지도 모른다. 컬러풀한 타이나 디테일이 강한 셔츠를 입어서 브이존이 너무 화려해지면 타인의 시선이 그곳으로 고정되면서 정작 중요한 사람 얼굴은 사라지고, 전체적인 복장 밸런스도 무너진다.
남성복이란 언제나 한 가지 아이템이나 컬러를 강조하기보다 여러 제품 간 조화가 중요하다. 이는 군복에서 기인한 전통으로, 남성용 제품은 대부분 개성을 최대화하기보다 집단 속에서 존재하는 복장으로부터 진화했기 때문이다. 제복에서 유래한 슈트가 그레이나 네이비, 브라운 계열의 보수적인 색상으로 한정되듯, 슈트 안의 타이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착용자의 질서 있는 인상을 목표로 한 심플한 스타일에서 출발했고, 현대에 오면서 컬러와 스타일이 조금 다채로워진 것이다. 그래서 뭔가 매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을 정도로 묵묵히 복장 속에 스며들수록 타이를 올바르게 선택한 것이다.
버튼, 조용하지만 중요한 구실
타이와 셔츠, 즉 브이존이 심플할수록 복장은 정돈되고 남자의 얼굴은 빛이 난다. 화려한 타이는 정작 중요한 사람 얼굴을 가리는 과잉이며, 지나치게 자기주장만 남발하는 어린아이처럼 주변과 어우러지지 못한다. 바로 그게, 필자를 비롯해 우리 옷장 속에 무용지물로 쌓인 수많은 타이의 원인이다
타이는 함께 입는 상의 색상과 같거나 비슷한 톤 온 톤으로 매치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거기에 익숙해지면 변화를 주는 식으로 서서히 가짓수를 늘려가는 게 좋다. 시행착오는 발전의 시금석이지만, 이렇게 옷차림의 방침을 규정해두지 않으면 질 좋은 물건은 영원히 모이지 않는다. 이는 필자 스스로 정말 많은 돈을 매지도 않는, 예쁘긴 하지만 무용지물인 타이를 구비하는 데 쓴 다음 얻은 귀중한 교훈이다.
요컨대 전체적인 옷차림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가능하면 타이를 맨 느낌을 주지 않는 물건에 먼저 투자한다. 그렇다면 남자가 많이 입는 네이비와 그레이 슈트, 그리고 블루 블레이저에 자유자재로 맬 수 있는 비슷한 색상의 솔리드 타이를 가능한 한 많이 구비하는 것이 실용적이다. 기본이 튼튼해야 응용도 가능한 것처럼, 네이비나 그레이 무지 타이는 소재별로 다양하게 마련해두면 일상적인 코디네이션이 수월해지고, 계절 변화에도 한결같은 룩을 연출할 수 있다. 봄에 어울리는 가벼운 실크, 여름의 청량한 니트, 두툼한 겉옷을 입는 겨울의 캐시미어 같은 식이다. 옷차림의 기본 격인 솔리드 타이를 충분히 갖춘 다음에는 도트, 레지멘털(영국의 전통적인 연대기 줄무늬를 모티프로 한 넥타이) 등으로 패턴 종류를 확대해 나가면 브이존은 과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완성된다.
참고로 남자의 앞모습에서 브이존만 강조하기보다 버튼에 대해 고려해보는 것도 의미 있다. 버튼은 원래 두 가지 기능을 갖는데 하나는 장식, 다른 하나는 상의를 잠그는 기능이다. 장식이라고 해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게 아니라, 버튼은 인체의 무게 중심을 표시해주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2버튼 재킷은 위 버튼만, 3버튼 재킷은 가운데 버튼만 잠그는 게 원칙인데 여기서 그 잠그는 버튼이 바로 인체 중심이 된다.
그래서 키가 좀 더 커 보이게 하려면 이 중심 위치를 높여주고, 반대로 키가 큰 사람은 버튼 위치를 미세하게 낮춰주는 것이다. 또 앉아 있을 때가 아니라면 재킷의 프론트 버튼은 늘 잠그는데, 이것이야말로 버튼의 실질적인 구실이다. 버튼을 잠금으로써 허리 주변 실루엣을 아름답게 만들고, 상체 중심을 정리해주면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버튼이지만, 이렇게 중요한 구실을 조용히 하니 브이존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져보길.
잘 차려입어야 하는 어느 중요한 날이 오면, 슈트와 셔츠를 고르기는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레이나 네이비 톤의 차분한 슈트를 고르고, 여기에 눈처럼 하얀 드레스셔츠를 매치하면 되니까. 그런데 의외로 타이를 고르기가 만만치 않다. 저렇게 많은데! 여러 미디어에서 남자는 브이존을 화려하게 꾸미면 돋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핑크나 오렌지, 아니면 아예 붉은색이나 녹색처럼 튀는 타이를 매보지만, 뭔가 내 것 같지 않고 조금 지나치다는 기분을 피할 길이 없다.
브이존 심플할수록 복장 정돈
브이존은 슈트나 재킷의 라펠이 만들어내는 얼굴 아래 V자형 공간을 말하는데, 결국 셔츠와 타이가 함께 만들어내는 다양한 조합을 의미한다. 특히 타이는 그 종류가 많아서 매일의 복장에 변화를 주기에 안성맞춤인 듯하다. 하지만 좀 직설적으로 말하면 브이존을 강조하라는 건 남성복을 잘 모르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이거나, 타이를 더 많이 팔려는 의류회사의 전략일지도 모른다. 컬러풀한 타이나 디테일이 강한 셔츠를 입어서 브이존이 너무 화려해지면 타인의 시선이 그곳으로 고정되면서 정작 중요한 사람 얼굴은 사라지고, 전체적인 복장 밸런스도 무너진다.
남성복이란 언제나 한 가지 아이템이나 컬러를 강조하기보다 여러 제품 간 조화가 중요하다. 이는 군복에서 기인한 전통으로, 남성용 제품은 대부분 개성을 최대화하기보다 집단 속에서 존재하는 복장으로부터 진화했기 때문이다. 제복에서 유래한 슈트가 그레이나 네이비, 브라운 계열의 보수적인 색상으로 한정되듯, 슈트 안의 타이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착용자의 질서 있는 인상을 목표로 한 심플한 스타일에서 출발했고, 현대에 오면서 컬러와 스타일이 조금 다채로워진 것이다. 그래서 뭔가 매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을 정도로 묵묵히 복장 속에 스며들수록 타이를 올바르게 선택한 것이다.
지나치게 화려한 타이를 매면 브이존에 시선이 쏠려 상대적으로 얼굴이 어두워 보이고 복장 밸런스도 무너진다.
타이와 셔츠, 즉 브이존이 심플할수록 복장은 정돈되고 남자의 얼굴은 빛이 난다. 화려한 타이는 정작 중요한 사람 얼굴을 가리는 과잉이며, 지나치게 자기주장만 남발하는 어린아이처럼 주변과 어우러지지 못한다. 바로 그게, 필자를 비롯해 우리 옷장 속에 무용지물로 쌓인 수많은 타이의 원인이다
타이는 함께 입는 상의 색상과 같거나 비슷한 톤 온 톤으로 매치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거기에 익숙해지면 변화를 주는 식으로 서서히 가짓수를 늘려가는 게 좋다. 시행착오는 발전의 시금석이지만, 이렇게 옷차림의 방침을 규정해두지 않으면 질 좋은 물건은 영원히 모이지 않는다. 이는 필자 스스로 정말 많은 돈을 매지도 않는, 예쁘긴 하지만 무용지물인 타이를 구비하는 데 쓴 다음 얻은 귀중한 교훈이다.
요컨대 전체적인 옷차림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가능하면 타이를 맨 느낌을 주지 않는 물건에 먼저 투자한다. 그렇다면 남자가 많이 입는 네이비와 그레이 슈트, 그리고 블루 블레이저에 자유자재로 맬 수 있는 비슷한 색상의 솔리드 타이를 가능한 한 많이 구비하는 것이 실용적이다. 기본이 튼튼해야 응용도 가능한 것처럼, 네이비나 그레이 무지 타이는 소재별로 다양하게 마련해두면 일상적인 코디네이션이 수월해지고, 계절 변화에도 한결같은 룩을 연출할 수 있다. 봄에 어울리는 가벼운 실크, 여름의 청량한 니트, 두툼한 겉옷을 입는 겨울의 캐시미어 같은 식이다. 옷차림의 기본 격인 솔리드 타이를 충분히 갖춘 다음에는 도트, 레지멘털(영국의 전통적인 연대기 줄무늬를 모티프로 한 넥타이) 등으로 패턴 종류를 확대해 나가면 브이존은 과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완성된다.
참고로 남자의 앞모습에서 브이존만 강조하기보다 버튼에 대해 고려해보는 것도 의미 있다. 버튼은 원래 두 가지 기능을 갖는데 하나는 장식, 다른 하나는 상의를 잠그는 기능이다. 장식이라고 해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게 아니라, 버튼은 인체의 무게 중심을 표시해주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2버튼 재킷은 위 버튼만, 3버튼 재킷은 가운데 버튼만 잠그는 게 원칙인데 여기서 그 잠그는 버튼이 바로 인체 중심이 된다.
그래서 키가 좀 더 커 보이게 하려면 이 중심 위치를 높여주고, 반대로 키가 큰 사람은 버튼 위치를 미세하게 낮춰주는 것이다. 또 앉아 있을 때가 아니라면 재킷의 프론트 버튼은 늘 잠그는데, 이것이야말로 버튼의 실질적인 구실이다. 버튼을 잠금으로써 허리 주변 실루엣을 아름답게 만들고, 상체 중심을 정리해주면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버튼이지만, 이렇게 중요한 구실을 조용히 하니 브이존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져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