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일본 교토지방법원(법원)은 교토 조선학교 주변에서 혐한 시위를 일삼은 ‘재일(在日)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에 대해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재특회의 가두선전 활동은 현저히 모욕적·차별적 발언을 수반한 것으로 인종차별철폐조약이 금지하는 인종차별에 해당하는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지난해 10월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 도중 박지성 선수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영국인도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는 경기를 관람하다 박지성을 가리키며 “저 칭크를 쓰러뜨려라”라고 말했다. ‘칭크(chink)’는 ‘찢어진 눈’이라는 뜻으로 서양인이 동양인을 비하할 때 쓰는 말이다.
해외 선진국들은 인종, 성별, 출신지 등을 이유로 사회 구성원을 모욕하고 차별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특정 지역 출신이나 외국인, 여성 등에 대한 혐오 발언이 급증하면서 우리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회갈등 수준 OECD 두 번째
안효대 새누리당 의원(사진)은 6월 우리 형법에 ‘인종 및 출생지역 등을 이유로 공연히 사람을 혐오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형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안 의원은 “당시 ‘리틀 싸이’ 황민우 군에 대한 악플 사건을 보고 그릇된 인터넷 문화가 우리 사회 통합에 큰 장애요인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해외 각국의 ‘혐오죄’ 입법례를 참고해 법률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황민우 군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초등학생. 그가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소속사 홈페이지에는 ‘열등 인종 잡종(雜種)이잖아’ 등의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일부 누리꾼의 공격으로 아예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황군이 광주광역시에서 인천으로 전학한 사실을 언급하며 출신지역에 대한 욕설을 쓴 누리꾼도 있었다. 안 의원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은 사회 분열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이런 사안을 현행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로 처벌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경북 출신으로 계명대 졸업 후 현대중공업에 재직하다 정치에 뛰어들었다. 줄곧 영남권에서 생활했으며, 현재 지역구도 울산시 동구다. 흔히 차별 대상이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 경상도 출신 남자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혐오죄’ 도입에 앞장선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차별로 발생하는 사회 갈등은 우리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사회갈등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중 종교분쟁을 겪는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연구 보고서가 있습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82조~246조 원에 달한다고 하더군요.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어요.”
안 의원은 ‘혐오죄’ 제정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얼마 전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두 명의 누리꾼이 댓글싸움을 벌이다 한 명이 상대방을 직접 찾아가 살해하는 사건까지 벌어지지 않았느냐”며 “인종이나 출신지역을 이유로 과도하게 상대를 비방하고 폄훼하다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과연 표현의 자유로 보호할 영역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상당수 국가가 혐오죄를 두고 있는 점도 강조했다. 안 의원에 따르면 해외 각국의 혐오죄 관련 규정은 크게 △편견으로 인한 특정한 행위를 독립적 범죄로 규정하는 유형 △혐오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유형 △혐오범죄를 별개의 민사소송 대상으로 규정하는 유형 △정부에 혐오범죄에 관한 통계작성 의무를 부과하는 유형 등으로 나뉜다. 미국은 네 가지를 모두 채택했고, 프랑스는 첫 번째와 두 번째를 함께 채택했으며, 영국과 이탈리아는 첫 번째만 입법화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스페인, 스웨덴, 벨기에, 덴마크, 캐나다 등 많은 서방 선진국이 혐오죄를 명문화했다.
안 의원은 “혐오죄 제정은 우리나라의 왜곡된 인터넷 문화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 전반에 ‘온라인상에서 상대방을 혐오하거나 모욕하는 건 문제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이 아무 죄의식 없이 혐오행위에 동참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는 게 안 의원의 생각이다. 그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악성 댓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며 “형법 개정안 추진의 진짜 목적은 인종·지역 차별 발언자의 처벌이 아니라 혐오행위 예방”이라고 강조했다.
“법안 발의 후 한동안 제 개인 홈페이지에 비난 글이 많이 올라왔어요. 특히 법안에서 혐오죄를 저지를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대목을 언급하면서 ‘이제부터 지역 차별 발언하면 구속된다’ 같은 글을 올리는 경우도 있었죠. 그런 글마다 댓글로 ‘누리꾼을 처벌하려고 만드는 법이 아니다. 악성 댓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켜 인터넷 이용자가 스스로 자제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자 차츰 비판이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안 의원은 ‘선플(착한 댓글) 달기운동’도 펼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구성한 ‘19대 국회 선플정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그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선플달기’를 봉사활동으로 인정해주자는 내용의 자원봉사활동기본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해당 법이 규정한 자원봉사의 범주에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을 위한 온·오프라인 활동’을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안 의원은 “교육부는 이미 ‘선플달기’를 봉사활동으로 인정한다. 누리꾼이 게시판 20개에 선플을 달면 ‘선플운동본부’가 심사를 거쳐 ‘선플봉사활동 확인서’를 발급하고, 교육부는 이를 근거로 1년 12시간까지 봉사활동시간을 인정해 생활기록부에 등재토록 하는 시스템”이라고 소개했다.
‘선풀달기운동’ 등 의식 개선
“관련 통계를 보면 현재 전국적으로 ‘선플달기운동’ 참여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울산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최근 울산의 학교폭력 발생건수가 크게 줄고 있어요. 7월 통계에 따르면 전년에 비해 64%나 감소했죠. 학생들의 언어폭력 피해율도 2012년 2월 40.7%에서 2013년 2월에는 2%로 크게 줄었습니다. 이런 변화가 생긴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선플달기운동’의 영향도 적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앞으로 정부와 교육계가 이 운동을 좀 더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또한 이런 활동에 힘을 보탤 생각이다. 경상도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으로서 동서화합에 앞장서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 해소에 기여하려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안 의원은 “현재 울산 동구는 광주 서구와 자매결연을 하고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10월 19일엔 김춘진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전북 부안에서 열리는 ‘선플콘서트’에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라며 “혐오죄 신설을 발의하고 ‘선플달기운동’을 벌이는 것은 다 사회통합의 기초를 닦으려는 취지에서다.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의식 개선 운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 도중 박지성 선수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영국인도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는 경기를 관람하다 박지성을 가리키며 “저 칭크를 쓰러뜨려라”라고 말했다. ‘칭크(chink)’는 ‘찢어진 눈’이라는 뜻으로 서양인이 동양인을 비하할 때 쓰는 말이다.
해외 선진국들은 인종, 성별, 출신지 등을 이유로 사회 구성원을 모욕하고 차별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특정 지역 출신이나 외국인, 여성 등에 대한 혐오 발언이 급증하면서 우리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회갈등 수준 OECD 두 번째
안효대 새누리당 의원(사진)은 6월 우리 형법에 ‘인종 및 출생지역 등을 이유로 공연히 사람을 혐오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형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안 의원은 “당시 ‘리틀 싸이’ 황민우 군에 대한 악플 사건을 보고 그릇된 인터넷 문화가 우리 사회 통합에 큰 장애요인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해외 각국의 ‘혐오죄’ 입법례를 참고해 법률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황민우 군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초등학생. 그가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소속사 홈페이지에는 ‘열등 인종 잡종(雜種)이잖아’ 등의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일부 누리꾼의 공격으로 아예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황군이 광주광역시에서 인천으로 전학한 사실을 언급하며 출신지역에 대한 욕설을 쓴 누리꾼도 있었다. 안 의원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은 사회 분열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이런 사안을 현행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로 처벌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경북 출신으로 계명대 졸업 후 현대중공업에 재직하다 정치에 뛰어들었다. 줄곧 영남권에서 생활했으며, 현재 지역구도 울산시 동구다. 흔히 차별 대상이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 경상도 출신 남자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혐오죄’ 도입에 앞장선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차별로 발생하는 사회 갈등은 우리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사회갈등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중 종교분쟁을 겪는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연구 보고서가 있습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82조~246조 원에 달한다고 하더군요.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어요.”
안 의원은 ‘혐오죄’ 제정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얼마 전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두 명의 누리꾼이 댓글싸움을 벌이다 한 명이 상대방을 직접 찾아가 살해하는 사건까지 벌어지지 않았느냐”며 “인종이나 출신지역을 이유로 과도하게 상대를 비방하고 폄훼하다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과연 표현의 자유로 보호할 영역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상당수 국가가 혐오죄를 두고 있는 점도 강조했다. 안 의원에 따르면 해외 각국의 혐오죄 관련 규정은 크게 △편견으로 인한 특정한 행위를 독립적 범죄로 규정하는 유형 △혐오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유형 △혐오범죄를 별개의 민사소송 대상으로 규정하는 유형 △정부에 혐오범죄에 관한 통계작성 의무를 부과하는 유형 등으로 나뉜다. 미국은 네 가지를 모두 채택했고, 프랑스는 첫 번째와 두 번째를 함께 채택했으며, 영국과 이탈리아는 첫 번째만 입법화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스페인, 스웨덴, 벨기에, 덴마크, 캐나다 등 많은 서방 선진국이 혐오죄를 명문화했다.
안 의원은 “혐오죄 제정은 우리나라의 왜곡된 인터넷 문화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 전반에 ‘온라인상에서 상대방을 혐오하거나 모욕하는 건 문제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이 아무 죄의식 없이 혐오행위에 동참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는 게 안 의원의 생각이다. 그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악성 댓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며 “형법 개정안 추진의 진짜 목적은 인종·지역 차별 발언자의 처벌이 아니라 혐오행위 예방”이라고 강조했다.
“법안 발의 후 한동안 제 개인 홈페이지에 비난 글이 많이 올라왔어요. 특히 법안에서 혐오죄를 저지를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대목을 언급하면서 ‘이제부터 지역 차별 발언하면 구속된다’ 같은 글을 올리는 경우도 있었죠. 그런 글마다 댓글로 ‘누리꾼을 처벌하려고 만드는 법이 아니다. 악성 댓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켜 인터넷 이용자가 스스로 자제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자 차츰 비판이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안 의원은 ‘선플(착한 댓글) 달기운동’도 펼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구성한 ‘19대 국회 선플정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그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선플달기’를 봉사활동으로 인정해주자는 내용의 자원봉사활동기본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해당 법이 규정한 자원봉사의 범주에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을 위한 온·오프라인 활동’을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안 의원은 “교육부는 이미 ‘선플달기’를 봉사활동으로 인정한다. 누리꾼이 게시판 20개에 선플을 달면 ‘선플운동본부’가 심사를 거쳐 ‘선플봉사활동 확인서’를 발급하고, 교육부는 이를 근거로 1년 12시간까지 봉사활동시간을 인정해 생활기록부에 등재토록 하는 시스템”이라고 소개했다.
‘선풀달기운동’ 등 의식 개선
“관련 통계를 보면 현재 전국적으로 ‘선플달기운동’ 참여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울산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최근 울산의 학교폭력 발생건수가 크게 줄고 있어요. 7월 통계에 따르면 전년에 비해 64%나 감소했죠. 학생들의 언어폭력 피해율도 2012년 2월 40.7%에서 2013년 2월에는 2%로 크게 줄었습니다. 이런 변화가 생긴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선플달기운동’의 영향도 적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앞으로 정부와 교육계가 이 운동을 좀 더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또한 이런 활동에 힘을 보탤 생각이다. 경상도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으로서 동서화합에 앞장서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 해소에 기여하려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안 의원은 “현재 울산 동구는 광주 서구와 자매결연을 하고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10월 19일엔 김춘진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전북 부안에서 열리는 ‘선플콘서트’에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라며 “혐오죄 신설을 발의하고 ‘선플달기운동’을 벌이는 것은 다 사회통합의 기초를 닦으려는 취지에서다.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의식 개선 운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