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성 근육통을 예방하려면 운동량을 단계적으로 늘려가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경험에는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분명히 운동 후 생긴 통증으로 근육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증상은 비슷한데도, 일반 운동 부상과는 다르게 대처한다는 것이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운동 부상처럼 이 상태를 심각하게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며칠만 지나면 아무 문제없이 근육통이 호전되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근육을 펼 때 생기는 근육통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이런 근육통은 운동으로 풀어야 한다며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 운동을 계속하기도 한다. 이들은 이 근육통을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일종의 훈장과도 같은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운동 후 느끼는 기분 좋은 피곤함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운동 후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근육통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이 근육통의 정확한 명칭은 지연성 또는 지연발생 근육통(Delayed Onset Muscle Soreness·DOMS)이다. 글자 그대로 운동 직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가 뒤늦게 근육에 불편감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이는 운동 중 무리한 동작을 하다가 갑자기 생기는 급성 근육통과는 엄연히 다른 상태다.
지연성 근육통은 평소 익숙지 않던 운동을 하거나 보통 때보다 높은 강도로 운동을 했을 때 생긴다. 그래서 운동 초보자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운동 숙련자도 과부하를 통해 자신의 운동능력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종종 경험할 수밖에 없다.
지연성 근육통은 보통 운동 후 하루 이틀 안에 생겼다가 2~3일 지속한 후 서서히 사라진다. 주증상은 해당 근육에 힘을 주거나 근육을 뻗고 수축할 때 생기는 둔한 통증이다. 예리한 형태의 통증은 오지 않는다. 가만히 쉬고 있을 때도 느낌은 있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해당 근육을 눌렀을 때도 통증을 느낄 수 있다.
거의 모든 운동에서 지연성 근육통이 생길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신장성 근수축’ 운동을 할 때 주로 발생한다. 이 용어는 상당히 어렵게 들리긴 해도 다음 예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우리가 알통을 만들려고 아령으로 팔운동을 할 때는 팔을 구부렸다가 펴는 동작을 반복한다. 여기서 팔을 구부릴 때는 당연히 해당 근육에 힘이 들어가면서(수축) 그 길이도 짧아지게 된다. 반대로 팔을 펼 때를 생각하면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해당 근육 길이는 길어진다.
그래서 이런 동작을 각각 ‘단축성 근수축’과 ‘신장성 근수축’이라고 부른다. 이때 만일 아령을 든 상태에서 팔 움직임을 일시적으로 정지해 근육 길이에 변화를 주지 않고 근육에 힘만 주는 경우에는 ‘같은 길이 근수축’이 된다. 지연성 근육통은 단축성 근수축 운동 동작에서는 절대 생기지 않는다. ‘같은 길이 근수축’에서는 지연성 근육통이 생길 수는 있지만 그 정도가 약한 것이 보통이다.
신장성 근수축을 할 때 본인 능력을 넘어서는 자극이 가해지면 해당 근육의 근섬유가 미세한 파열을 일으키는데, 바로 이것이 지연성 근육통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통증 정도가 근섬유 파열 정도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지연성 근육통이 일반적인 운동 부상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운동 부상의 경우 불편감이 느껴지는 순간부터 가급적 빨리 해당 근육을 쉬게 해주는 것이 최선인 반면, 지연성 근육통의 경우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아프면 잠시 쉬고, 근육 이완해야
실제 지연성 근육통이 생긴 이후 운동을 계속하면 처음에는 일시적으로 통증이 더해지는 느낌이 들지만, 결국 별문제 없이 근육통이 해소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운동을 계속하는 것이 반드시 빠른 회복을 보장해준다는 뜻은 아니다. 지연성 근육통에도 훈련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즉, 한 번 이를 경험하면 이후 비슷한 운동 자극이 주어져도 근육통은 생기지 않는다. 물론 훈련 효과의 정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수 주 동안 지속된다. 그러나 만일 운동을 재개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훈련 효과는 점점 사라지게 되는데, 보통 1년쯤 지나면 완전히 소실된다.
지연성 근육통을 예방하려면 가급적 운동량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이론적으로는 신장성 근수축을 어느 정도 제한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아령을 든 뒤 팔을 펴는 동작을 할 때 지나치게 펴지 않고 어느 선을 넘지 않는 방식이다. 그렇지만 근육에 따라서는 이런 방법이 불가능할 때가 많고, 지연성 근육통이 심각한 상태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려고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것 자체가 오히려 운동 과정을 방해할 수도 있다. 치료 또한 특별한 조처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며칠 지나면 저절로 낳기 때문이다. 굳이 신경이 쓰인다면 근육통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대증요법 가운데 한두 가지를 선택해 해보면 된다.
지연성 근육통처럼 운동을 하다 보면 부상으로는 분류할 수 없는 불편감이 다양하게 생길 수 있다. 여기서는 참고로 운동 중 생길 수 있는 두 종류의 급성 상태에 대해 잠시 알아보기로 하자. 먼저 옆구리 땅김(side stitch)이라는 것이 있다. 일시적 운동연관 복통(ETAP)이라는 긴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옆구리 땅김은 달리기를 할 때 갑자기 맨 아래쪽 갈비뼈 밑에서 찌르는 것 같은 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다. 운동 중 과도한 호흡으로 횡격막이 아래쪽으로 심하게 밀리면서 간이나 위 같은 장기를 압박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운동을 중단하고 안정을 취하면 대부분 완전히 회복되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는 필요 없다.
또 다른 운동 중 급성 불편감에는 잘 알려진 경련성 수축이 있다. 우리가 흔히 ‘쥐가 났다’라고 표현하는 상태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 몸의 골격근은 짝을 지어 작용하게 돼 있다. 즉, 한쪽 근육이 수축하면 짝을 이루는 다른 쪽 근육은 이완하면서 이를 보완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만일 한쪽은 수축했는데 다른 쪽이 제대로 이완하지 않으면 극심한 경련성 근수축이 생기는 것이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주로 근육에 무리한 자극이 가해지거나 수분, 전해질이 불균형할 때 발생한다. 따라서 운동 전 수분 및 전해질을 잘 보충해주는 것이 중요하며, 경련성 수축이 발생했을 때는 해당 근육을 즉시 신장시켜야 한다. 지연성 근육통이든, 다른 통증이든 굳이 운동 부상이 아니더라도 운동을 하게 되면 얼마든지 다양한 종류의 불편감을 느낄 수 있다. 운동을 통해 자신이 바라는 최선의 결과를 얻으려면 이런 세세한 점에 대해서도 기본 상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