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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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치레? 그래도 운동 재활이 바람직

의학적 몸 상태 파악이 먼저… 무리하거나 종목 잘못 선택하면 독 될 수도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입력2013-11-11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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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치레? 그래도 운동 재활이 바람직

    산재지정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는 산재 근로자들. 재활은 운동을 제대로 시작하기 위한 준비단계이다.

    우리에게는 부처님으로 더 잘 알려진 석가모니는 히말라야 산기슭에 있던 작은 나라의 왕자로 태어났다. 그는 생후 7일 만에 어머니를 여의었지만 주위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안락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어느 날 성 밖에서 비참하게 생활하는 빈민들을 직접 목격한 그는 사람이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 이른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괴로움에 번뇌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생의 본질 추구와 해탈을 얻으려고 한창 나이인 29세에 왕자 지위와 처자 등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하게 된다. 그 후 그가 불교를 창시한 성자가 되기까지 여정은 무척이나 유명한 이야기로 남았다.

    심장병도 재활치료 필요

    석가모니가 탄생한 BC 624년 음력 4월 8일을 기리는 초파일이 2013년 기준으로 불기 2557년을 기록했다. 그동안 인간의 건강과 수명은 놀랍게 향상됐지만 여전히 생로병사라는 피할 수 없는 인간 본연의 번뇌는 우리의 삶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아득히 먼 미래사회에서도 그 본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계 안에서 끊임없이 순환해야 하는 생명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능한 한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고 싶은 인간의 간절한 바람을 결코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 그리고 이런 바람을 이루려면 각종 질병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과거에는 일단 병이 생기고 난 뒤 치료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병의 원인이 속속 밝혀지고 발병 후 초래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인식과 함께 예방의학이란 개념이 생겨났다. 근래에는 이미 발병해 치료받은 상태에서 사회로의 건전한 복귀까지 도모하는 재활의학 개념이 등장하게 된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질병 치료 후 재활이란 개념은 생소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십 년 전만 해도 기껏해야 큰 수술을 받거나 중병을 앓고 나서 고단백질, 고칼로리 영양식이나 각종 민간요법 등으로 회복을 돕는 소극적 방법이 전부였다. 운동으로 적극적인 재활을 꾀하는 방법은 운동 중 근육 또는 뼈에 부상을 입은 전문 운동선수들이나 하는 특수 영역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의술의 발달로 다양한 질병을 앓는 중증환자들이 수술이나 약물치료 등으로 큰 고비를 넘기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와 정비례해 이들을 좀 더 완전하게 직장이나 가정으로 복귀시키려는 노력 또한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한 마디로 병이라고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하늘의 별만큼이나 그 종류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게다가 이름은 같은 병이라도 구체적인 상태에서의 차이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다양성이 더 복잡해지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운동 재활치료에서 가장 관건인 병은 심장병과 관련한 질환이다. 왜냐하면 근골격계 부상으로 석고 깁스를 하거나 비만 관련 질병으로 다이어트가 필요한 경우에는 운동치료를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심장 관련 질병을 가진 환자의 경우에는 전문가들조차 운동치료의 가치를 오랜 기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운동이 오히려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걱정으로 금기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이러한 인식에 일대 전환이 있었다. 심장병 환자에게도 적절한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

    그렇다면 심장병 환자는 재활을 위해 어떤 종류의 운동을 어느 정도 하는 것이 적절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구체적인 심장병 종류와 개별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세부적인 실행 방법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 원칙은 있다. 환자는 먼저 어떤 심장병이든 운동으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태는 없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심장병 환자에게도 유산소운동은 심근을 튼튼하게 하주고, 혈액순환을 개선하며, 혈압을 낮추고,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근육운동 역시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병이 없는 사람이 얻는 효과들을 상당 부분 얻을 수 있다. 다만 이 대원칙의 전제조건은 담당 주치의의 적절한 의학적 상태 평가와 감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운동은 약이 아니라 언제든 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전문적 의학자문이 없더라도 일반인이 반드시 알아둬야 할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먼저 유산소운동이든 근육운동이든 운동 중에 가슴 통증이나 어지럼증, 호흡 곤란, 그리고 맥박이 불규칙하거나 빨라진다고 느껴지면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런 뒤 담당의사에게 상담을 신청해 상태에 대한 평가를 가급적 빨리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운동 전후 적절한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을 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운동 재활치료를 처음 시작하거나 어떤 이유에서든 한동안 운동을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경우 절대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매우 점진적으로 운동 강도를 높여가야 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찌뿌드드하면 하지 말라!

    피곤하거나 몸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느낄 때는 운동을 삼가야 한다. 흔히 운동을 통해 찌뿌드드한 몸 상태를 푼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큰 병이 없는 사람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조깅 같은 야외 유산소운동의 경우 너무 춥고 덥거나 습한 날씨에는 삼가야 한다. 심한 기온 차이는 혈액순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습한 날씨는 사람을 쉽게 피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른바 등척성(等尺性·Isometric) 운동은 심장병 환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등척성 운동은 아령이나 역기 들기 같은 등장성(等張性·Isotonic) 운동에 비해 글자 그대로 근육의 길이에는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근육에 힘을 주는 운동 방법을 뜻한다. 산이나 공원에 가면 간혹 팔을 쭉 뻗어서 나무에 댄 상태로 힘을 주어 미는 동작을 하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전형적인 등척성 운동에 속한다. 또 양팔로 수건 당기기 등도 등척성 운동에 해당한다.

    8만4000권에 달하는 불교 경전을 270자로 요약한 것이 ‘반야심경’이고, 이를 다시 여덟 글자로 요약하면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 된다고 한다. 세상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이 색(色)이라면 이를 이해하는 것은 공(空)이라고 한다. 색즉시공은 말하자면 마음을 컴퓨터 용어로 ‘포맷’하는 것과 같다. 이런 깔끔한 마음 상태를 바탕으로 생각과 행동을 새롭게 하게 되면 이번에는 공즉시색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비록 병치레로 심신이 지친 상태라 하더라도 운동 재활치료를 통해 조금이라도 몸을 가다듬고 마음을 새롭게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색이 공이 되는 바람직한 순간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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