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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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요릿집 15곳서 ‘맛있는 냄새’

서울 연남·연희동 ‘미니 차이나타운’

  • 박정배 푸드 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3-11-11 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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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화요릿집 15곳서 ‘맛있는 냄새’

    서울 연남·연희동 중화요릿집에서 파는 짜장면과 동파육.

    하루가 다르게 서울의 식당 지형이 바뀌고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과 이태원, 북촌과 서촌, 상수역 주변과 합정동, 연남동, 연희동까지 다채로운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새롭게 이름을 알리고 있다. 연남동에서 연희동으로 이어지는 속칭 ‘미니 차이나타운’ 길에는 중화요릿집이 열다섯 군데 정도 모여 성업 중이다.

    1960년대 말까지 서울에는 소공동과 북창동 일대에 화교 상점과 식당이 몰려 있었다. 그러다 그 일대 차이나타운이 사라지면서 화교 식당들은 해외로 흩어지거나 한성화교중고교가 있던 연희동으로 자리를 옮긴다. 정부 정책으로 화교의 식당 창업은 자유롭지 못했다. 화교 식당 신설은 중구, 종로구, 서대문구 일부 지역으로 한정됐다. 화교학교가 있던 서대문구 연남동은 화교음식점 신설 허가 지역이었다.

    연남동, 연희동은 1970년대만 해도 땅값이 저렴했다. 이곳은 김포공항과 가까운 탓에 식당업을 하는 화교는 물론 여행업, 의류무역업을 하는 화교까지 몰려 살면서 화교 중심지가 됐다. 지금도 서울 화교 8000여 명 가운데 3500명 정도가 이곳에 산다. 자연스럽게 중화식당이 자리 잡았다.

    1976년 ‘향원’이 제일 먼저 영업을 시작했다. 향원은 연희동에 살던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덕에 1980~90년대 정치인들과 기자들의 단골식당이 되고 유명해졌다. 향원은 2000년대 초반 강남으로 옮겨갔다.

    오랫동안 명동에서 유명했던 ‘금락원’은 1980년대 초반 연남동에 자리 잡으며 이름을 ‘매화’로 바꿨다. 짜장면이 유명하다. 어른 주먹만한 고기왕만두로 유명한 ‘홍복’과 쇠고기 꾸미가 들어간 우육면(牛肉麵)을 파는 ‘향미’까지 식당은 저마다 개성 있는 메뉴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10월 중순 ‘목란’이 연희동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목란은 스타 요리사 이연복이 운영하는 집이다. 중화요리 좋아하는 사람치고 ‘목란’과 이연복이란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연복 요리사는 1959년 왕십리에서 중화요리 주방장의 아들로 태어나 13세에 중화요리에 입문한다.

    17세에 우리나라 최초 호텔 중식당인 명동 사보이호텔에서 근무한 뒤, 1980년 22세 최연소 대만대사관 주방장이 돼 8년간 근무한다. 이후 90년대 내내 일본에서 요리 솜씨를 선보였고, 99년 한국으로 돌아와 목란을 이어가고 있다. 맛있는 요리와 좋은 재료에 대한 믿음을 우직하게 지켜오다 자연스럽게 스타 요리사가 됐지만 그는 지금도 주방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낸다.

    하루 전날 예약해야 먹을 수 있는 ‘목란’의 ‘동파육’은 돼지고기 삼겹살로 만든 중화요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닭고기를 납작하게 펴 튀김옷을 입혀 만든 ‘유린기’나 ‘장어 튀김’ 등 기존 중화요리를 바탕으로 한국 식재료와 식성에 맞춘 음식이 만들어진다.

    연희동, 연남동에는 오래된 중식당들이 건재하고 새로운 강자도 등장하고 있다. 동파육, 우육면, 만두 같은 간판 메뉴들이 식당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요리사들 이름이 함께 거론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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