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일반 출연자의 ‘루저’ 발언 이후, 키가 외모의 중요한 잣대가 되는 분위기다.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혹시 우리 아이가 뒤처지지 않을까’ 하며 자녀의 작은 키를 고민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특히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자녀의 숨은 키를 키워주려는 부모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커진다. 곁에서 자녀를 지켜보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자신의 아이가 또래보다 얼마나 작은지 가늠하고, 키를 늘릴 방법을 찾아내는 소중한 기회다.
소아내분비 질환 전문가인 신촌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의 김호성 교수(대한소아내분비학회 부회장)는 “키를 키워주겠다고 이것저것 시도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에게 스트레스만 주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무조건 걱정하기보다 성장기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그에 맞는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이 현명하다”는 게 김 교수의 조언.
연 성장속도 4cm 미만 성장장애 검사 필요
1978년 소아내분비 클리닉을 개설한 세브란스병원은 국내 최초로 성장호르몬 제제 합성 및 임상연구를 시작한 소아내분비계의 원조다. 2006년부터는 소아 질환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어린이병원이 생겨 그 전문성을 더해가고 있다. 게다가 최근 성장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까지 높아져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의 소아청소년과를 찾는 환자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김 교수는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키가 크는 시기는 정해져 있다. 사춘기가 지나면 성장속도가 급격히 떨어져 조금씩밖에 자라지 않는다. 따라서 성장기에 꾸준히 성장속도를 체크하고, 또래에 비해 더디다고 판단되면 빨리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김 교수는 키와 관련해 과대광고가 범람하는 세태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광고 내용 대부분이 의학적,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중 ‘먹기만 해도 키가 큰다’고 선전하는 약은 잘못된 광고의 대표적인 사례다. 단백질인 성장호르몬 치료제는 먹으면 그냥 소화돼 몸에 흡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키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김 교수는 또 “규칙적인 운동이 성장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특정 운동이 더 도움이 된다’거나 ‘운동시간에 비례해 키가 큰다’는 이야기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런 거짓 광고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성장 치료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과 정확한 이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모의 눈에는 자녀가 항상 작아 보이지만 실제 성장클리닉을 방문해 성장장애를 치료받아야 할 아이는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아이 100명을 키 작은 순서대로 세웠을 때 앞에서 3명 안에 드는 아이, 또는 1년에 성장속도가 4cm 미만인 아이 정도만 성장장애를 의심해야 한다는 것. 앞에서 3번째 안에 드는 아이들은 의학적으로도 ‘저신장’이기 때문에 성장클리닉을 방문해 반드시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그리고 4~20번째 아이들은 부모가 주관적 판단으로 키가 작다고 생각하는 경우인데, 성장클리닉을 찾으면 성장판 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키가 작은 원인, 예상 최종 키, 언제부터 자라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문의의 판단을 들을 수 있다. 정확한 판단은 부모는 물론 아이들의 키에 대한 걱정을 줄여줄 수 있다.
현재 키가 작지만 어떤 질환 때문에 성장이 지연되는 경우는 10명 중 2명에 불과하다. 이때 성장을 방해하는 질환으로는 성장호르몬결핍증, 터너증후군(성염색체 이상), 만성신부전증, 프래더윌리증후군, 누난증후군, 종양 치료 후 저신장이 꼽힌다. 이런 질환은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저신장증이 개선된다. 김 교수는 “성장을 방해하는 질환 가운데 성장호르몬이 또래에 비해 적은 성장호르몬결핍증이 있는데, 이는 성장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되지 않아 성장이 지연되는 것이다. 성장호르몬결핍증에 해당한다면 조기에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만약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아이가 클 수 있는 키의 50~60%만 자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성장호르몬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아이의 예상키까지 자라게 할 수 있으니 이런 경우는 꼭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성장호르몬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도 중요
성장호르몬은 성장에 관여하는 주요 호르몬으로 성장판에서 직접 연골을 증식해 뼈가 자라게 하며, 간접적으로는 몸의 각 성장인자가 성장작용을 제대로 하도록 돕는다. 또한 지방을 분해하고 단백질 합성을 촉진해 전체적으로 신체가 성장하도록 해준다. 정상인의 성장호르몬은 수면을 취한 지 1~2시간 뒤 가장 많이 분비되는 데 반해, 성장호르몬결핍증 환자는 이 시간에도 적은 양의 성장호르몬을 분비한다. 따라서 이런 아이들은 일주일에 6회 이상 밤에 성장호르몬을 투입해야 한다. 정상인보다 부족한 양만큼 채워주는 것이다.
11세 때 성장호르몬결핍증 판정을 받은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도 “150cm까지밖에 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꾸준히 성장호르몬 치료를 해 169cm까지 자랐다. 김 교수는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진단받으면,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메시도 수년간의 노력 끝에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성장호르몬 치료는 개인에 따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료 이후 두통이나 부종을 경험하는 환자가 드물게 나타난다. 하지만 항간에 떠도는 ‘성장호르몬 치료가 뼈나이를 늙게 만든다’는 소문은 근거 없는 얘기다. 또한 현재까지는 성장호르몬 투여 종료 후 장기간이 흐른 후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나 문제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키를 키우고 싶다면, 성장장애로 치료를 받는 아이나 단순히 키가 작은 아이나 똑같이 생활습관부터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다.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 고른 영양 섭취의 3박자가 맞아야 한다. 성장호르몬은 잠이 들고 1~2시간 후 숙면 중일 때 가장 왕성하게 분비된다. 따라서 일찍 자고 숙면을 취하는 게 성장호르몬 분비 촉진에 도움이 된다. 더불어 운동을 하면 성장호르몬이 잘 분비될 뿐 아니라 비만을 예방해 성장이 빠르게 멈추는 성(性) 조숙증을 막을 수 있다. 운동은 일주일에 3~4회, 30분 이상 땀나게 하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칼슘의 고른 영양 섭취가 중요한데, 빵·국수 등 밀가루 음식과 인스턴트식품, 탄산음료, 기름진 음식, 짜거나 단 음식, 아이스크림처럼 찬 음식은 아이 성장을 막을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소아내분비 질환 전문가인 신촌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의 김호성 교수(대한소아내분비학회 부회장)는 “키를 키워주겠다고 이것저것 시도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에게 스트레스만 주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무조건 걱정하기보다 성장기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그에 맞는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이 현명하다”는 게 김 교수의 조언.
연 성장속도 4cm 미만 성장장애 검사 필요
1978년 소아내분비 클리닉을 개설한 세브란스병원은 국내 최초로 성장호르몬 제제 합성 및 임상연구를 시작한 소아내분비계의 원조다. 2006년부터는 소아 질환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어린이병원이 생겨 그 전문성을 더해가고 있다. 게다가 최근 성장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까지 높아져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의 소아청소년과를 찾는 환자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김 교수는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키가 크는 시기는 정해져 있다. 사춘기가 지나면 성장속도가 급격히 떨어져 조금씩밖에 자라지 않는다. 따라서 성장기에 꾸준히 성장속도를 체크하고, 또래에 비해 더디다고 판단되면 빨리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김 교수는 키와 관련해 과대광고가 범람하는 세태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광고 내용 대부분이 의학적,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중 ‘먹기만 해도 키가 큰다’고 선전하는 약은 잘못된 광고의 대표적인 사례다. 단백질인 성장호르몬 치료제는 먹으면 그냥 소화돼 몸에 흡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키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김 교수는 또 “규칙적인 운동이 성장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특정 운동이 더 도움이 된다’거나 ‘운동시간에 비례해 키가 큰다’는 이야기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런 거짓 광고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성장 치료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과 정확한 이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모의 눈에는 자녀가 항상 작아 보이지만 실제 성장클리닉을 방문해 성장장애를 치료받아야 할 아이는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아이 100명을 키 작은 순서대로 세웠을 때 앞에서 3명 안에 드는 아이, 또는 1년에 성장속도가 4cm 미만인 아이 정도만 성장장애를 의심해야 한다는 것. 앞에서 3번째 안에 드는 아이들은 의학적으로도 ‘저신장’이기 때문에 성장클리닉을 방문해 반드시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그리고 4~20번째 아이들은 부모가 주관적 판단으로 키가 작다고 생각하는 경우인데, 성장클리닉을 찾으면 성장판 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키가 작은 원인, 예상 최종 키, 언제부터 자라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문의의 판단을 들을 수 있다. 정확한 판단은 부모는 물론 아이들의 키에 대한 걱정을 줄여줄 수 있다.
현재 키가 작지만 어떤 질환 때문에 성장이 지연되는 경우는 10명 중 2명에 불과하다. 이때 성장을 방해하는 질환으로는 성장호르몬결핍증, 터너증후군(성염색체 이상), 만성신부전증, 프래더윌리증후군, 누난증후군, 종양 치료 후 저신장이 꼽힌다. 이런 질환은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저신장증이 개선된다. 김 교수는 “성장을 방해하는 질환 가운데 성장호르몬이 또래에 비해 적은 성장호르몬결핍증이 있는데, 이는 성장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되지 않아 성장이 지연되는 것이다. 성장호르몬결핍증에 해당한다면 조기에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만약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아이가 클 수 있는 키의 50~60%만 자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성장호르몬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아이의 예상키까지 자라게 할 수 있으니 이런 경우는 꼭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1 아이가 반에서 키 작은 순서로 세 번째 안에 든다면 성장판 검사를 받아야 한다. 2 성장기의 아이는 꾸준히 성장속도를 체크하고 또래에 비해 더디다고 판단되면 빨리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성장호르몬은 성장에 관여하는 주요 호르몬으로 성장판에서 직접 연골을 증식해 뼈가 자라게 하며, 간접적으로는 몸의 각 성장인자가 성장작용을 제대로 하도록 돕는다. 또한 지방을 분해하고 단백질 합성을 촉진해 전체적으로 신체가 성장하도록 해준다. 정상인의 성장호르몬은 수면을 취한 지 1~2시간 뒤 가장 많이 분비되는 데 반해, 성장호르몬결핍증 환자는 이 시간에도 적은 양의 성장호르몬을 분비한다. 따라서 이런 아이들은 일주일에 6회 이상 밤에 성장호르몬을 투입해야 한다. 정상인보다 부족한 양만큼 채워주는 것이다.
11세 때 성장호르몬결핍증 판정을 받은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도 “150cm까지밖에 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꾸준히 성장호르몬 치료를 해 169cm까지 자랐다. 김 교수는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진단받으면,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메시도 수년간의 노력 끝에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성장호르몬 치료는 개인에 따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료 이후 두통이나 부종을 경험하는 환자가 드물게 나타난다. 하지만 항간에 떠도는 ‘성장호르몬 치료가 뼈나이를 늙게 만든다’는 소문은 근거 없는 얘기다. 또한 현재까지는 성장호르몬 투여 종료 후 장기간이 흐른 후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나 문제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키를 키우고 싶다면, 성장장애로 치료를 받는 아이나 단순히 키가 작은 아이나 똑같이 생활습관부터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다.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 고른 영양 섭취의 3박자가 맞아야 한다. 성장호르몬은 잠이 들고 1~2시간 후 숙면 중일 때 가장 왕성하게 분비된다. 따라서 일찍 자고 숙면을 취하는 게 성장호르몬 분비 촉진에 도움이 된다. 더불어 운동을 하면 성장호르몬이 잘 분비될 뿐 아니라 비만을 예방해 성장이 빠르게 멈추는 성(性) 조숙증을 막을 수 있다. 운동은 일주일에 3~4회, 30분 이상 땀나게 하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칼슘의 고른 영양 섭취가 중요한데, 빵·국수 등 밀가루 음식과 인스턴트식품, 탄산음료, 기름진 음식, 짜거나 단 음식, 아이스크림처럼 찬 음식은 아이 성장을 막을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