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닥에 깔린 것은 껍데기를 안 벗긴 메밀이고, 가운데 것은 벗긴 메밀이다. 2 껍데기를 벗기고 메밀을 분쇄하면 사진처럼 하얀 분말이 나온다. 이것으로 면을 만들면 하얀 면이 나온다.
메밀 음식 중 가장 흔히 먹는 것이 막국수와 평양냉면, 그리고 일본식 소바다. 그 면의 색깔은 대부분 거무스레하고, 소비자들은 이를 당연한 듯이 여긴다. 메밀에서 우리가 먹는 부위는 씨앗의 씨젖이다. 겉껍데기를 벗기면 씨젖이 나오는데, 이 색깔은 하얗다. 속껍질까지 분쇄를 하면 흐린 회색이 돌기는 하지만 메밀가루는 전반적으로 흰색이다. 따라서 메밀로 뽑는 국수는 흰 것이 맞다.
예전 분쇄기계가 좋지 않았던 시절에 메밀의 겉껍데기가 메밀가루에 섞여 거무스레했는데 지금은 기계가 좋아 겉껍데기 혼입은 없다. 그럼에도 지금의 막국수와 평양냉면, 소바 등의 면이 거무스레한 것은 겉껍데기까지 갈아 넣어서 그렇다. 메밀 함량이 매우 낮은, 즉 밀가루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부 메밀국수의 경우 그 색깔을 더하기 위해 색소며 곡물 태운 가루를 넣기도 한다.
메밀 100%의 면을 내는 집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찾아보기 드물어 이를 맛볼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또 메밀 100% 면이 반드시 맛있는 것도 아니다. 메밀은 글루텐이 극히 적어 찰기가 없기 때문에 글루텐이 많은 밀가루를 적당히 섞는 것이 식감에 오히려 좋다. 밀가루를 20~30% 섞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정도면 메밀의 향이 다치지도 않는다. 따라서 이상적인 메밀면의 기준은 메밀 함량 70~80%로 보는 것이 좋다. 메밀의 겉껍데기까지 갈아 넣지 않으면 밀가루도 흰색이니 이 면도 흰색이다.
시중에서 파는 막국수의 면이다. 빤질빤질하고 검은 것이 전분이 듬뿍 들어가고 색깔이 나는 무엇인가를 더한 듯하다. 메밀에는 이런 색이 없다.
메밀의 본디 맛은 하얀 씨젖의 맛에서 나온다. 메밀로 뽑은 국수는 거무스레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사진으로 그 차이를 확인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