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은 그 자체가 하나의 질환이다.
옛 어른들은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에 대해 “기력이 없어 그렇다”며 부실한 식사를 탓했다. 즉 어지럼증은 어떤 질환의 여러 증상 중 하나일 뿐, 그 자체가 질환은 아니라고 본 것.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어지럼증은 그 자체가 삶의 질을 피폐하게 만드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현대생활의 부산물인 스트레스와 노인성 뇌혈관 장애는 어지럼증을 발생시키는 주범으로, 어지럼증만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다. 어지럼증은 한자로 현훈(眩暈)이라고 하는데, 현(眩)은 시야가 흐리고 어둡다고 느끼는 것을 말하고, 훈(暈)은 머리가 어지럽게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말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어지럼증을 크게 △바람을 싫어하면서 진땀이 나는 풍훈(風暈) △갈증이 심해서 물을 자주 마시는 열훈(熱暈) △머리가 무겁고 흔들거리면서 구토가 동반되는 담훈(痰暈) △미간이 아프며 눈을 뜨기 힘든 기훈(氣暈) △허약한 상태에서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허훈(虛暈) △코가 막히고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는 습훈(濕暈) 등 여섯 가지로 나누고 각각에 대한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뚜렷한 원인이 없이 나타나는 어지럼증에 대해서 서양의학에서는 적극적인 치료 대책이 없는 게 보통이지만, 한의학에서는 증상별 특징을 관찰해 적합한 약재를 투여하는 ‘변증(辨證)’이라는 기술을 통해 처방하고 치료한다.
어지럼증의 치료에는 침과 뜸, 약재를 적절히 사용한다. 특히 침은 예전부터 많이 활용돼온 가장 중요한 치료법 중 하나다. 머리가 아프면서 어지럼증이 많은 경우에는 목과 머리 부위의 침 자리에 침을 놓아 치료하고, 소화가 안 되면서 구역질이 나고 어지러운 증상에는 복부와 발에 침을 놓는다. 주로 기운이 약해서 어지럼증이 생겼을 때는 다리에 있는 각 반응점에 침을 놓으면 어지럼증의 다양한 증상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만족스러운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어지러움과 관련된 두통, 이명, 난청, 우울증, 만성피로증후군을 치료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뇌의 혈액순환이다. 뇌의 혈액순환이 안 되고 뇌에 압력이 커지면 뇌척수액의 순환과 감각 및 운동 기능, 시각·언어·청각 영역을 담당하는 기능이 모두 떨어지게 된다.
뇌의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기 위해선 성뇌침(醒腦枕)과 함께, 뇌에 좋은 누룩이나 감식초를 발효시킨 환약(뇌력)이 큰 도움이 된다. 거기에 그 사람의 체질에 맞게 지은 한약을 사용하면 치료의 완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