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림웍스의 신작 애니메이션인 ‘샤크’ 역시 이런 존재론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 2003년에 나왔던 픽사 애니메이션인 ‘니모를 찾아서’도 어느 정도 그랬다. 해결책은 둘 다 같았고 엉성했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채식주의자 상어라는 게 말이 되는가. 상어가 고기를 먹어 무섭다면, 그 물고기들이 돌고래나 말향고래를 무서워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작은 동물들 사이에는 먹이사슬이 존재하지 않나. 그들은 다들 채식 동물들인가.
그러나 영화는 여기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하긴 ‘니모’도 마찬가지였다). 영화는 그런 데 신경 쓸 만큼 한가하지 않다. ‘샤크’라는 영화가 관심을 갖는 건 생태계의 사실적인 묘사가 아니다. 허망한 꿈을 좇던 주인공 물고기가 어쩌다가 상어 사냥꾼으로 명성을 떨친다는 이야기도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다. 이들의 제1 목표는 유명 배우들의 목소리와 외모를 빌려 해저 세계 동물들에게 현대 미국 도시의 모습을 이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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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크’의 가장 큰 문제는 영화가 자기가 설정한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해 있다는 것이다. 물고기들에게 슈퍼스타들의 얼굴을 주고 인간처럼 행동하게 하는 장난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영화는 거기에서 도대체 벗어날 줄을 모른다. 결국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회성 농담으로 남고, 그 농담은 처음 30분만 지나면 맥이 풀려버리고 만다.
‘샤크’는 기술적으로도 훌륭하고, 보기에도 그리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니모를 찾아서’의 강렬한 드라마나 날카로운 위트가 없다. ‘샤크’의 텅 빈 외양은 화려한 허상을 좇지 말고 현실의 삶에 충실하라는 영화의 주제마저 철저하게 배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