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연구소 몇 년간 꾸준히 연구
이것이 결코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MyLifeBits’ 프로젝트를 통해 ‘개인 일생 저장소(Personal Lifetime Store)’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MS 연구소는 이를 위해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이와 관련된 연구를 해왔다. 이 프로젝트는 개인이 접하는 책 편지 사진 음성 영화 등을 모두 디지털화해 저장하는 프로젝트다. 또한 전화통화, 인스턴트 메시징, 시청한 TV, 라디오의 모든 내용까지도 캡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한 캡처를 위해 센스캠(SenseCam)이라는 장비가 프로토 타입(proto type, 시제품)으로 제작됐다.
쉽게 말하면 인간의 제3의 눈과 귀를 통해 보고 들은 모든 것, 즉 개인이 겪는 모든 경험 및 개인을 거쳐간 모든 정보가 ‘개인 일생 저장소’에 저장되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일생을 디지털화해 저장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렇게 디지털화해 저장한 콘텐츠의 용량은 당연히 Tb(테라바이트, 1024Gb=1Tb)를 훌쩍 넘어서고, 수많은 파일로 구성되기 때문에 검색 기술이 중요해진다.
멀티미디어 콘텐츠 검색의 제왕을 꿈꾸는 구글닷컴.
개인의 일생을 디지털화해 ‘개인 일생 저장소’에 영구히 보관하는 기술은 궁극적인 디지털 월드의 구현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때로 이는 무서운 일이다. 이러한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만일 그것이 제대로 구현된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일생을 저장하고픈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며, 그 결과로 만들어진 엄청난 용량의 미디어 파일로 인한 사생활 침해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MyLifeBits’ 프로젝트는 다른 용어로 ‘가상 두뇌(virtual brain)’라고 불리며, 해당 프로젝트 담당자는 몇 십 년 뒤 우리가 인지 가능한 모든 정보가 사이버 공간에 보관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일종의 사이버 공간이 가상 두뇌 구실을 하는 셈이다. SF 소설의 느낌으로 얘기하자면, 해당 사이버 공간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할지도 모를 일이다.
개인의 일생을 모두 디지털화해 저장한다는 프로젝트인 ‘MyLifeBits’.개인이 접하는 모든 미디어를 디지털화하는 캠코더 센스캠.
이러한 검색기술의 발전 방향은 무궁무진하다. 현재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는 구글(Google) 검색은 웹에서의 텍스트 및 이미지에 대한 정보 검색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동영상, 음악 등의 멀티미디어 콘텐츠 검색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MS가 2006년 선보일 예정인 새로운 운영체계, 코드명 ‘롱혼(Long horn)’은 완전히 새로운 검색 기술을 받아들일 예정인데, 파일 시스템 기반의 방대한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보관 및 검색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5년 내에 1000Gb의 하드디스크 가격이 30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더욱 많은 자료를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찾는 기술이 요구된 셈이다. 궁극적으로는 현재 우리가 구글을 이용해 텍스트 검색을 하듯, 스스로의 인생을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검색하게 될 전망이다.
현대 기술은 반드시 일반 대중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은 어느 순간부터 그 자체의 생명력을 가지며, 그것은 현대인의 욕망을 강력하게 자극함으로써 무럭무럭 성장해간다. 지금 우리의 삶이 10년 전 사람들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삶이고, 또한 당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수많은 도구와 기술들에 의해 현대 우리의 삶이 지배되고 있는 것처럼, 미래에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