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이호철, 이강철. (왼쪽부터)
노 대통령은 12월11일, 1년여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가 전날 출소한 안희정씨와 오랜만에 손을 맞잡고 회포를 풀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근래 들어 가장 기쁜 표정을 지은 것 같다”고 회동 분위기를 설명했다. 안씨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뢰와 믿음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안씨가 출소 직후 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했고, 노 대통령이 바로 다음날 청와대로 그를 불러들인 것에서 1년 세월이 지난 지금도 두 사람의 관계가 돈독함을 알 수 있다. 안씨는 출옥 후 외유에 나설 것이란 주변의 관측과 달리 국내에 남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에 대한 꿈과 야망을 접지 않은 때문으로 보인다.
12월10일에는 이강철 전 특보가 청와대를 방문, 노 대통령과 마주앉았다. 7시 반부터 10시까지 2시간30여분에 이르는 오랜 회동이었다고 한다. 이 전 특보 주변에서는 “정국 전반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전 특보는 참여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구실을 하지 못했다. 2004년 총선 당시 이를 악물고 선거에 나섰지만 배지를 다는 데 실패했다. 그의 주변에는 당시 ‘비례대표로 돌아서라’는 건의가 많았다. 그러나 이 전 특보는 “서서 죽겠다”며 이 제의를 뿌리쳤다.
결국 본인의 고집으로 낙선했으니 하소연할 데도 없는 형편. 그런 그에게 ‘이제 임명직 자리라도 잡으라’는 압력과 요청이 쇄도한다. 본인도 심사숙고하고 있다. 그의 한 측근은 “아마도 청와대에서 얘기가 있지 않았겠느냐”고 기대를 표한다. 이 전 특보 주변 인사들은 이날 이후 얼굴이 밝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12월 중순 이호철 전 비서관도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청와대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쉬고 있는 이 전 비서관과 가끔 통화를 했다고 한다. 이날도 노 대통령은 “일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언을 했다고 한다. 이 전 비서관은 더 이상의 역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지인들과의 연속 회동에 나선 노 대통령의 속내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가볍게 대선·총선 등 정치적 고비 때마다 고생했던 동지들의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송년모임의 성격이다. 청와대 측도 이런 논리로 노 대통령과 측근들의 모임을 설명한다. 그러나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여권 내부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진 것이 또 다른 해석을 낳고 있는 근거다. 당장 청와대와 우리당은 4대 입법을 놓고 단일대오가 흐트러졌다. 초선의원, 특히 개혁파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미지근한 대응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당대회와 관련 몇몇 당권주자들이 독자적인 정치 행보에 들어가면서 민감한 흐름이 안개처럼 당을 감싸고 있다. 당권을 노리는 각 캠프의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사례는 많다.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은 우리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한 핵심인사가 차세대 선호도 조사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경쟁관계에 있는 한 대권주자의 측근은 “벌써 서너 번째 치는 장난”이라며 물밑에서 벌어지는 신경전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연말을 맞아 청와대로 초청한 측근들은 이런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출감한 안씨에 대한 기대치가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국회의원도 아닌 안씨가 무얼 할 수 있겠느냐”면서 안씨의 역할설에 무게를 두지 않는 흐름도 존재한다.
집권 3년차로 접어드는 노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국정운영에 자신감을 표한다. 연말 연초, 그의 곁에 젊은 ‘동지’들이 결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