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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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훼방꾼 ‘가위눌림’서 벗어나고파

한의학에선 기혈 부족한 ‘다혈증’이 원인 … 저온다습한 잠자리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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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2004-12-03 14: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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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의 훼방꾼 ‘가위눌림’서 벗어나고파
    홍수난 거리를 헤매다 맨홀에 빠진다거나 수험표를 분실해 시험장에서 쫓겨나는 등 매일 밤불길한 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소리지르려 해도 입이 벌어지지 않아요.”

    경기도 S여고에 다니는 전모양(18)은 올 대입 수능을 마친 후 새벽이면 진땀을 흘리며 호흡이 ‘컥컥’ 막히는 ‘가위눌림’ 증세가 계속돼 결국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수능 성적이 평소 성적보다 70점 이상 떨어진 전양은 다른 수험생보다 충격이 좀더 오래가는 경우. 이런 증세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논술고사와 면접고사를 치를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이렇듯 특정한 상황에 처한 사람은 물론, 몸 상태가 조금만 좋지 않으면 ‘가위에 눌린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문제는 가위눌림이 정신적 불안정 상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질환으로까지 연결된다는 점이다. 전양처럼 만성피로와 함께 호흡장애를 일으키는 가위눌림이 수주일 지속되는 사람이 이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가위눌림이 심장발작 증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가위눌림 증상은 건강 상태에 따라 양상이 백인백색이다. 음기가 왕성하면 꿈에 큰물을 건너 두려움에 떨고, 양기가 왕성하면 큰불을 만나 몸이 활활 타는 꿈을 꾼다. 또 극렬하게 싸우는 꿈을 자주 꾸는 사람은 음기와 양기가 함께 왕성한 경우다. 상체의 기운이 왕성하면 공중을 날아다니는 꿈을 꾸는 반면, 하체의 기운이 강하면 추락하는 꿈을 자주 꾼다. 그 밖에 간의 기운이 왕성하면 화를 잘 내고, 폐의 기운이 왕성하면 곡을 하거나 우는 꿈을 빈번히 꾼다는 식의 분류가 그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가위눌림 현상이 ‘다엽증’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으로 분석한다. 다엽증이란 몸의 기혈(氣血) 부족으로 심기(心氣)까지 허약해져 정신이 극도의 불안정 상태에 놓이게 되는 현상을 총칭하는 말이다. 한편 간(肝) 기능 저하로 발생된 혈(血) 조절 실패가 심담(心膽)의 쇠약으로 이어져 발생하는 질병을 가리키기도 한다. 심장이 약하거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수험생이나 직장인이 ‘가위눌림’에 잘 걸리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처럼 가위눌림을 빈번히 경험하는 사람은 기가 약하므로 순환계통의 장애가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습기가 많거나 차가운 곳에서 잠자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잠잘 때 이불을 덥고 자는 습관을 들이라고 채근했던 옛 어른들의 말씀도 모두 여기에서 기인한 것이다.

    또 소화기에 부담이 가중되면 혈액이 위장으로만 몰려 뇌로 공급되는 산소량이 적어지므로 밀가루 음식같이 소화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음식물도 가급적 피해야 한다. 평소에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따뜻한 물과 부드러운 음식을 골라 먹어야 한다. 뇌에 산소가 잘 공급되지 않으면 ‘헛것’이 보이는 환각을 경험할 수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처방을 다르게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보편적으로 당귀, 산약 등을 주재료로 하여 마음을 안정시키는 ‘보혈안신탕’이나 머리를 맑게 하는 ‘거담청신탕’ 등을 주로 처방한다. 그 밖에 당귀, 용안육, 원지 등의 약재를 배합한 ‘가미귀비탕’을 처방하면 비위를 다스리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험을 볼 수 있다.

    가정에서는 연꽃 열매인 연자육이나 측백나무 과실 종자인 백자인 등의 약재를 달여 먹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둘 다 약한 심장과 허한 기를 보충해 주는 대표적 한약재로 각각 4~10g씩 한 번에 달여 차처럼 마시면 효과가 극대화된다. 하지만 이와 함께 규칙적인 식생활과 가벼운 운동으로 약해진 몸과 마음을 튼튼히 단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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