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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대교의 7km에 이르는 도로는 온통 빙판으로 변해 있었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거나 꽁무니를 들이받힌 채 나뒹구는 차량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눈길을 꼭두새벽부터 쉬지 않고 달려온 것은 순전히 왜목마을의 해돋이를 보겠다는 일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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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정의 중심 코스는 당진군 북쪽의 석문면에서 시작하여, 태안 안면도의 맨 남쪽 마을인 영목에서 끝나는 649번 지방도다. 왜목마을은 이 지방도의 시점인 석문면 소재지(통정리)에서 북서쪽으로 20km쯤 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이 여정의 시발점으로 삼은 것은 독특한 분위기의 해돋이를 구경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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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시내를 관통하고 인지면 소재지를 지나면 길가의 풍경과 도로 사정이 훨씬 여유로워진다. 부드러운 구릉과 울창한 솔숲이 잇따라 나타나고, 그 사이사이에 어김없이 들어선 마을과 민가의 풍경이 한가롭기 그지없다. 649번 지방도에서는 서산시 부석면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이 구간이 길 자체의 느낌도 가장 좋다. 너무 넓거나 좁지 않은 왕복 2차선 도로인 데다 적당히 구불거리거나 오르내리며 구릉과 들녘을 번갈아 지나는 길의 율동감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부석면과 천수만 간척지 일대의 풍경을 한눈에 조망하려면 도비산(352m) 중턱의 부석사(浮石寺)를 찾는 게 좋다. 부석면 소재지인 취평리의 우회도로가 끝날 즈음에 왼편으로 부석사 가는 길이 보인다. 이 갈림길에서 2.5km쯤 떨어진 부석사는 신라 말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고찰이지만, 실은 눈길 끌 만한 게 별로 없다. 하지만 조망 하나만은 일품이다. 천수만 간척지의 호수와 평야뿐 아니라 안면도 부근의 섬과 바다까지도 아스라이 보인다. 특히 안면도와 태안반도 서쪽 하늘을 화려한 원색으로 물들이는 해질녘의 풍광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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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에게는 철새들이 떼지어 날아오르는 광경이 퍽 인상적으로 보이지만, 철새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날갯짓이다. 40번 지방도와 649번 지방도는 창리 삼거리에서 서쪽으로 6km쯤 떨어진 원청 삼거리에서 갈라진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이는 40번 지방도는 태안 읍내로 가는 길이고, 왼쪽으로 갈리는 649번 지방도는 안면도의 남북을 관통하여 영목항에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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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소중한 섬 안면도가 지금 거대한 공사장으로 변해버렸다. 안면도를 지나는 649번 지방도 구간의 절반 가량은 고속도로처럼 넓고 반듯한 왕복 4차선 도로로 확·포장 공사중이다. 사실 안면도는 왕복 2차선 찻길도 너무 넓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동서의 폭이 매우 협소한 섬이다. 그런데도 4차선 도로를 새로 내고 있으니 섬 전체가 온통 찻길로만 뒤덮이게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새로 개설되는 도로는 노번(路番)조차도 649번 지방도가 아닌 77번 국도로 바뀐다고 한다.
또한 울창한 솔숲과 드넓은 백사장을 거느린 풍광 좋은 해변마다 꽃박람회를 대비한 숙박업소와 위락시설, 기타 부대시설의 건설공사로 연일 시끌벅적하다. 늠름한 안면송(安眠松) 숲이 깎여나가고, 우리나라 유일의 사구(砂丘) 지대가 파헤쳐지는 일이 예사로 벌어진다. 꽃박람회를 개최해 당장 얻는 경제적 이득이 얼마나 클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서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혜 관광지 하나를 영원히 잃어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더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