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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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아홉 구비 길 추억 속으로 저물다

  • < 사진·조영철 기자 > choyc@donga.com< 글·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입력2004-12-02 13: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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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흔아홉 구비 길 추억 속으로 저물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대관령을 가리켜 ‘나흘간 해를 볼 수 없는 노정’이라고 표현했다. 영동과 영서를 잇는 태백산맥의 관문, 흔히 아흔아홉 구비로 불리는 대관령 구절양장은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길이었다. 모처럼 떠난 피서길에 차들로 꽉 막힌 고갯길에서 짜증을 억누르거나 폭설에 갇혀 오도가도 못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 길이 반갑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아슬아슬하게 대관령 길을 넘던 일도 이제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지난 11월28일 서울과 강릉을 연결하는 영동고속도로 가운데 꼬불꼬불한 왕복 3차선이던 대관령 구간 21.9km가 왕복 5차선으로 확장, 개통되었다. 구도로로 횡계~강릉 구간을 달리려면 50분은 족히 잡아야 했다. 이름만 고속도로였던 셈이다. 그러나 새로운 길로는 15분이면 주파할 수 있다. 꼬불꼬불하던 고갯길도 거의 직선으로 바뀌었다.

    이번 영동고속도로 공사는 해발 800m가 넘는 산등성이를 따라 진행되었다. 길은 서른세 개의 교량과 일곱 곳의 터널로 이어진다. 평지였으면 3년도 걸리지 않을 공사가 꼬박 5년이나 걸렸다.

    각고 끝에 난 길 위로 차들이 줄지어 달려가고 있다. 새 길을 통해 서울과 강릉은 2시간30분 거리로 줄어들었다.

    동해 바닷길이 부쩍 가까워진 것은 반갑지만, 고행하듯 숨차게 돌아가던 아흔아홉 구비 길의 추억이 왠지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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