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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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고생 끝 행복 시작?

소비 증가·증시 호전으로 경기회복 기대감 … 생산 확대·설비투자 미흡, 낙관은 ‘금물’

  • < 성기영 기자 > sky3203@donga.com

    입력2004-12-02 14: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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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고생 끝 행복 시작?
    증시 주변은 물론 곳곳에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오르고 있다. 이미 경기가 바닥을 찍고 상승 국면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도 나온다.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한국은행이 3·4분기 경제성장률을 1.8%로 발표하면서부터. 당초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 수치가 나타난 것을 두고 ‘경기 저점 통과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은행이 ‘한국경제가 이미 저점을 지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 역시 ‘내년 하반기쯤’ 회복될 것이라던 전망을 바꿔 ‘내년 2·4분기쯤이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가도 3%대라는 금년도 목표치를 달성하기는 어려워졌지만 11월 물가가 전달보다 0.5% 떨어져 1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안정세가 눈에 띄고 있다. 세계경제를 공황 국면으로까지 몰아넣었던 뉴욕 무역센터 테러사건이 일어난 것이 불과 석 달 전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회복세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특히 아시아권이 유독 고전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3·4분기 싱가포르와 대만의 경제는 사상 최악 수준인 5.6%와 4.2%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기업인들이 느끼는 기대지수는 더욱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경련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1월 85.0에서 무려 16포인트 이상 뛰어올라 101.3을 기록했다. 특히 제조업 분야는 97.5에 불과하지만 비제조업 분야는 110.9까지 뛰어올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내수가 뒷받침되면서 유통·건설 부분에서 비교적 높게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3·4분기 GDP 발표와 종합주가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 커다란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의 소비 트렌드를 살펴보면 소비증가와 이를 통한 경기 회복 조짐에 마냥 손뼉치고 있을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3·4분기 민간소비 동향에서 국산제품보다는 수입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지출이 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수입 제품에 대한 소비 증가는 국내 생산 증가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국제수지에만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에서 적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형편이다. 또 다른 시사점도 있다. 서비스 부분의 소비가 재화 소비보다 3배 이상 많아졌다는 것. 반대로 제조업 분야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또한 아직도 내수 소비가 경기를 주도해 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통계청 발표 3·4분기 ‘도시근로자가구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했지만 소비는 10.9% 증가해 소득증가율을 밑돌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처분소득에 대한 소비지출의 비중인 평균소비성향은 3·4분기 73.1%로 2년 전인 99년 3·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아직도 소비 주체들이 장래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은행 정정호 경제통계국장은 “소비만으로 경기를 지탱해 나가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치고 올라가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증시 상황이 호전되고는 있지만 기업들의 이익 증가 등 실적에 기초한 것이 아닌 이상 이를 경기 회복의 바로미터로 받아들이는 것 또한 어려운 형편이다. 게다가 아직도 장사해서 이자를 못 갚는 기업이 30%나 되는 기업 부문의 취약성이 경제가 활력을 다시 찾는 데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본다면 최근의 ‘저점 통과론’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우리 경제가 대세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정정호 경제통계국장도 “통계적으로 저점을 통과하더라도 일반 국민이 이를 피부로 느끼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내수 소비가 생산 확대나 설비 투자 확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점 통과론’은 분명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주가지수 상승도 마찬가지라는 분석. 정부로서는 내년 선거 일정을 앞두고 주가의 회복세를 지금부터 계속 채찍질해 상승 기조를 밀어붙이고 싶다는 유혹에 빠질 법하다. ‘선거의 해=무조건 상승’이라는 등식을 믿고 있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무너질 경우 그 화살은 정부 쪽으로 향할 공산이 크기 때문. 그러나 정부가 이런 기대감에 밀려 주가를 띄우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경제의 펀더멘털을 차분히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익대 박원암 교수(경제학)는 “지금처럼 미국과 일본의 동시 불황이라는 상황이 유례가 없었던 데다 미국경제의 ‘V자형 회복’을 주장하던 전문가들마저 최근 ‘2003년 이후 회복’으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내년 우리 경제도 낙관할 상황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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