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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소개하는 입장에서도 ‘일본영화니까’ 하는, 약간은 속 좁은 마음에 대놓고 호평하기가 꺼려졌던 게 사실이지만 이제는 오히려 좋은 영화들이 자꾸 외면당하는 게 안타까워 “좀 보라”고 나서서 권하고 싶은 심정이다.
지리적·문화적으로 가까운 곳인데도 한국영화와 일본영화는 분명히 다른 색깔과 특징을 가지고 있다. 너무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현재의 일본영화를 특정한 경향으로 묶는다는 건 어불성설이지만, 일본영화를 보다 보면 어떤 부분에 가서 지극히 일본적인 요소와 만나게 되고 그것이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고 거북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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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라이프’를 만든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은 위 영화의 감독들보다 젊은 신진세력이지만 그의 작품 역시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경쾌한 팝송 같은 제목과 달리 ‘원더풀 라이프’는 죽음과 삶의 중간지대에 선 사람들의 회고담을 나직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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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했던 단 하나의 기억을 선택해야 한다면?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곳에는 면접관들이 상주하고 있어 사람들의 행복한 순간을 찾아내고, 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영화는 다양한 사람들의 선택을 보여주다가, 마지막까지 선택하지 못한 와타나베라는 노인과 그의 면접관 모치즈키에게 관심을 집중시킨다. 아내와의 첫 만남에 대한 설렘조차 잊은 채 무미건조하게 살아오던 와타나베는 자신의 일생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보면서 아내와 함께한 50년 세월 그 자체가 행복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노인의 기억을 도우려고 함께 비디오를 보던 모치즈키는 와타나베의 아내가 자신의 옛 애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 사람의 과거와 현재가 빚어내는 드라마는 극적이지만, 흔히 보던 최루성 멜로와는 차원이 다른 절절함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매력적인 스토리와 영화 전체에서 느껴지는 풍부한 감성은 어머니가 들려주던 옛이야기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시끄러운 사람도, 장면도 없어 어느 순간 스르르 눈이 감겨도 영화가 전하는 따뜻한 느낌은 꽤 오래 남는다. 죽음을 얘기하는 일본영화지만 일말의 거부감도 들지 않는 건 영화가 전하는 행복의 메시지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