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마다 감기를 끼고 사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L양(여, 28세)은 예방책을 세우려다 오히려 부작용만 더한 경우. 약골인 체질을 바꿔보려고 인삼과 녹용을 달여 먹었다가 설사·복통·발열 증상을 경험한 뒤론 한약재를 함유한 음료나 음식은 기피하고 있다.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는 감기·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부쩍 늘어난다. 이즈음에 보약을 찾는 사람이 급증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 한의학의 오행설에 따르면 가을은 폐(肺)가 관장하는 계절이다. 여름엔 불볕더위로 인해 피부의 표피가 열려 노폐물, 수분의 대사가 활발해지기 때문에 천식이나 비염이 있는 사람도 한시름 놓을 수 있다. 하지만 초가을에 접어들면 표피가 닫히므로 그만큼 기관지나 코에 부담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 즉, 냉기가 피부에 스며들면 폐에 영향을 미치고 호흡기 깊은 곳까지 반응이 미치는 것.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폐 기능을 강화하면 감기·천식 등 호흡기 계통의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태음인 ‘맥문동차’ 큰 도움

일단, 몸이 찬 소음인에게는 생강차가 그만이다. 생강은 알다시피 정신을 맑게 하고, 담과 기가 막힌 것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 해열·살균 효능도 뛰어나다. 특히 가래를 동반한 기침을 멎게 하는 데 특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에도 작용하여 숙취 제거에 도움을 준다. 감기 초기증상이 있을 때 생강 한 톨에 마늘 한 쪽을 함께 넣어 끓여 마시면 감기가 금세 떨어지는 것도 바로 생강의 이런 효능 때문이다. 그밖에도 진피(귤껍질)는 비타민 C가 풍부하여 감기를 예방하는 데 좋다.
감기에 걸리면 고열이 생기기 쉬운 소양인에게는 구기자가 적합하다. 구기자는 평소 잔병치레를 막아주고, 신장 기능을 보하는 것과 동시에 폐와 호흡기 기능을 강화한다. 또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추위를 타지 않게 하며 쉽게 피로한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원래 폐 기능이 좋은 태양인은 상대적으로 간 기능이 떨어지므로 모과차를 마시면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본초강목’에는 가래를 없애주는 등 목 관련 질병에도 좋지만 주독을 푸는 데도 탁월한 효험이 있는 약으로 모과를 소개하고 있다. 기관지염·폐렴에 걸린 환자의 경우 기침을 멎게 하는 약효도 있다. 또 비타민 C가 풍부해 감기로 잃어버린 식욕을 돋우는 역할도 한다.
선천적으로 호흡기가 약한 태음인은 특히 환절기를 주의해야 한다. 이때 ‘맥문동차’가 큰 도움이 된다. 맥문동은 폐를 윤기있게 하고 진액을 생성케 할 뿐 아니라 기침을 멎게 하는 대표적인 한방차로 알려졌다. 특히 마른기침을 하거나 피가 섞인 가래가 나올 때 마시면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칡 역시 맥문동과 비슷한 효능이 있어 해열(解熱)과 발한(發汗) 작용이 뛰어나다. 또 칡차를 꾸준히 마시면 태음인의 부족한 호흡기 기능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