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0

2023.05.19

돌발 사고에 대처하는 반려동물 보호자의 자세

[최인영의 멍냥대백과] 첫 단계는 상태 체크, 골절 부위 단단히 고정 후 동물병원으로 옮겨야

  • 최인영 러브펫동물병원장

    입력2023-05-25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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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과 생활하다 보면 생각지 못한 돌발 사고가 발생하곤 합니다. 가까운 동물병원에 곧장 데려가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때에 따라 반려동물 상태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보호자의 응급처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응급처치 첫 단계는 상태 체크입니다. 호흡은 정상적으로 하는지, 몸이 차가워지지는 않았는지, 보호자나 주위 사물을 알아보는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표 참조). 그래야 내원한 뒤에 수의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는 상태 체크 이후 상황별 응급처치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반려동물이 골절 부상을 입으면 부목 등으로 단단히 고정한 뒤 동물병원으로 이송해야 합니다. [GETTYIMAGES]

    반려동물이 골절 부상을 입으면 부목 등으로 단단히 고정한 뒤 동물병원으로 이송해야 합니다. [GETTYIMAGES]

    [골절·탈구]

    반려동물의 골절·탈구가 의심된다면 2차 부상을 주의해야 합니다. 반려동물이 다른 사물에 부딪히지 않게끔 보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골절은 부상 부위가 커지지 않도록 부목 등으로 단단히 고정해서, 그리고 탈구는 어긋난 관절을 억지로 되돌리려 하지 말고 그대로 동물병원으로 이송해야 합니다.

    다리 골절은 부러진 부위를 수건 등으로 감아주면 좋습니다. 부목 대신 두꺼운 종이나 나무젓가락 여러 개를 감싸서 고정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포장할 때 쓰는 에어캡을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갈비뼈가 골절됐을 때는 탄력 붕대나 수건으로 몸통을 단단히 감아줍니다. 단, 혀가 파란색 또는 보라색으로 변하고 잇몸이 창백해지는 등 쇼크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고정하지 말고 신속히 동물병원으로 옮겨야 합니다.

    고정하기 어려운 부위에 골절·탈구가 생겼을 때도 응급처치보다는 내원 시간을 최대한 앞당겨야 합니다. 예컨대 척추가 부러졌다면 반려동물이 움직이지 않도록 눕힌 뒤 두꺼운 수건이나 담요로 감싸 이동합니다.



    [화상]

    화상은 부상 정도에 따라 대처법도 다릅니다. 살짝 덴 수준이라면 차갑게 식히는 것이 먼저입니다. 환부를 얼음물 또는 냉수에 담그거나 흐르는 물로 충분히 식힌 후 내원하기를 권장합니다. 이때 냉찜질 팩을 하면서 이동하면 좋습니다. 화상이 심한 경우 동물병원에 연락해 수의사 지시에 따르기를 추천합니다.

    특수한 화학약품 등에 화상을 입은 경우에는 빠른 세척이 최우선입니다. 보호자는 반드시 고무장갑을 끼고 응급처치를 해야 합니다. 반려동물의 목줄과 가슴줄,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기고 반려동물의 털과 피부에 묻은 화학약품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냅니다. 어떤 종류의 화학약품에 화상을 입었는지 확인하고, 식염수를 묻힌 거즈로 상처 부위를 보호한 뒤 신속히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감전]

    콘센트나 전선에 반려동물이 감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반려동물을 구하려는 마음에 곧장 손을 댈 수 있는데, 대단히 위험한 행동입니다. 추가 감전이 없도록 주위 상황과 환경을 살핀 뒤 구조 및 응급처치를 실시해야 합니다. 또 반려동물이 감전에 놀라 배뇨를 한 경우 소변에도 전류가 흐를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응급처치 시 보호자는 절연 재질로 된 장화를 신고 고무장갑을 껴야 합니다. 반려동물이 입에 전기코드를 물고 쓰러져 있다면 이 역시 절연 재질로 된 막대 등으로 제거하고 플러그를 뽑습니다. 이후 반려동물 상태를 확인하고 화상이 있다면 부상 정도에 맞는 응급처치를 한 뒤 신속히 동물병원으로 갑니다.

    [열사병]

    반려견이 열사병 증상을 보이면 체온이 정상 수준인 37도 전후가 되도록 응급처치를 해야 합니다. [GETTYIMAGES]

    반려견이 열사병 증상을 보이면 체온이 정상 수준인 37도 전후가 되도록 응급처치를 해야 합니다. [GETTYIMAGES]

    반려견은 땀샘이 발바닥에만 있어 체온을 낮추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더위에 짧은 시간만 노출돼도 사람보다 쉽게 열사병에 걸리는 이유입니다. 반려견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갑자기 침을 많이 흘린다면 열사병 초기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잇몸 색깔이 평소보다 붉고, 심박수가 높으며, 체온이 40도를 넘어간다면 열사병이 진행됐을 개연성이 큽니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경우 빠른 응급처치가 필요합니다. 우선 바람이 잘 통하는 시원한 곳으로 반려견을 옮깁니다. 이어서 미지근한 물을 목덜미, 코, 몸통 순서(심장에서 먼 곳부터)로 뿌리고 냉찜질 팩이나 얼음주머니로 머리를 식혀줍니다. 정신이 조금 들면 물을 먹입니다. 단, 처음부터 많이 먹이기보다 조금씩 양을 늘려가야 합니다. 반려견 체온이 정상 수준인 37도 전후가 될 때까지 계속 응급처치를 한 뒤 신속히 내원하는 게 좋습니다.

    [경련·발작]

    경련이나 발작이 나타날 때는 반려동물을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입니다. 강한 햇빛이나 큰 소리 등 자극이 될 만한 것을 멀리하고 통풍이 잘 되는 조용하고 어두운 방에서 안정을 찾도록 해야 합니다. 예컨대 TV, 오디오 등 소리가 나는 물건은 반려동물에게 자극을 줄 수 있으니 전원을 끄길 권장합니다. 또 반려동물이 부딪혀서 부상을 입을 만한 주변 물건도 치우는 것이 좋습니다. 경련 때 반려동물이 자기도 모르게 혀를 깨물 수 있으니 둥글게 만 수건이나 옷 등을 입에 물리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경련·발작 시 반려동물의 상태는 매우 불안정합니다. 간혹 보호자가 응급처치를 하려고 다가갔다가 물릴 수도 있으니 평소보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물질 섭취]

    반려동물이 이물질을 삼켰다면 먼저 어떤 것을 먹었는지 확인하고 구토 흔적이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GETTYIMAGES]

    반려동물이 이물질을 삼켰다면 먼저 어떤 것을 먹었는지 확인하고 구토 흔적이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GETTYIMAGES]

    먼저 어떤 것을 먹었는지 확인하고 주변 환경을 살펴야 합니다. 구토 흔적이 있는지, 구토를 했다면 내용물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반려동물이 삼킨 이물질은 대부분 위로 넘어가지만 종종 목 부근에 걸려서 숨쉬기 힘들어하고, 괴로움에 괴성을 지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이물질을 직접 꺼내려 하지 말고 신속히 내원해야 합니다. 이물질이 어떤 모양으로, 어느 부위에 어떻게 걸려 있는지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확인한 후 제거할 필요가 있습니다. 삼킨 것이 화학물질이나 약물인 경우에는 바로 토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토할 때 식도가 상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익사 위기]

    반려견이 수영장, 계곡, 바다 등에서 물에 빠졌을 때 구조하겠다며 물로 급히 뛰어드는 건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직접 구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구조팀을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직접 구조 시엔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합니다. 사람을 구조할 때와 마찬가지로 튜브를 던져서 반려견이 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긴 장대를 이용해도 됩니다.

    구조 후엔 반려견의 뒷다리를 잡아 머리를 낮게 해 눕히고, 흉부 바깥쪽을 세게 쳐 물을 토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도 토하지 않는다면 뒷다리를 잡아 거꾸로 들고 좌우로 흔들어서라도 물을 뱉어낼 수 있게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폐에 물이 찼다면 인공호흡 및 심장 마사지도 해줘야 합니다. 그럼에도 차도가 없을 경우 신속히 동물병원으로 이송하기를 권장합니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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