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1

2003.11.27

“盧 퇴임 후까지 쭉~ 올인 보필”

강금원씨 잇따른 직격탄 발언 … “선봉술씨 사건 힘들고 창피, 수사 후 중남미로”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3-11-19 17: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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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盧 퇴임 후까지 쭉~ 올인 보필”

    11월14일 기자회견 중인 창신섬유 강금원 회장(위). 이기명씨가 S산업개발에 매각했다는 경기도 용인시 구성읍 청덕리 산27의 2 번화산 실버타운 개발지역.

    창신섬유 강금원 회장은 1999년 3월 패션회사 ㈜캬라반을 설립했다. 이 회사가 만든 신제품을 발표하는 패션쇼가 열린 것은 그 얼마 뒤. 강회장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부산의 상공인들과 정치인들을 초청했고,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초청장을 보냈다. 평소 가까운 사이였던 노의원은 그를 보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강회장에게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행사가 시작된 직후. 강회장은 참석한 노의원을 무대 위로 떠밀며 ‘워킹’을 요청했다. 참석자들도 박수를 치며 기대감을 표했다. 전문 모델들 틈에 어색하게 서 있던 노의원은 잠시 부끄러워하다 이내 태연하게 동료(?) 모델들과 워킹에 나섰다. 처음에는 박자를 놓치던 노의원이 시간이 지나면서 리듬을 타기 시작했고 ‘모델 노무현’의 데뷔는 성공적이었다는 게 당시 현장을 지켜봤던 한 인사의 전언이다. 충북 충주시 시그너스골프장에 있는 강회장 사무실에는 노의원의 이 워킹 장면을 담은 사진이 보관돼 있다.

    “대선 지면 재산 털어 노무현당 계획도”

    강회장과 노대통령의 친분을 알게 해주는 사례는 또 있다. 강회장은 8월3일부터 군휴양소인 계룡대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노대통령을 방문한 몇 안 되는 지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강회장은 휴양지에서 노대통령과 두세 차례 골프를 쳤다. 최근 밝혀진 대로 강회장은 새천년민주당(이하 민주당)에 20억원을 빌려주었고 노대통령이 관련된 장수천 및 용인 땅 문제 해결 과정에서 거금을 스스럼없이 빌려주었다. 가깝다는 느낌은 노대통령도 갖고 있는 듯하다. 노대통령은 11월1일 부부동반해 시그너스골프장을 찾았다. 강회장도 가끔 청와대를 방문한다. 강회장과 노대통령과의 관계를 잘 아는 사람들은 강회장의 역할과 기능을 금전적 후원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강회장은 스스로 “노무현 캠프의 좌장이자 군기반장”이라고 말한다. 이런 강회장의 발언이나 행적을 볼 때 노대통령에게 강회장은 ‘정치적 동반자’임이 분명해 보인다. 지난 8월 강회장은 “노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다.

    “만약 지난해 대선 때 노대통령이 패하면 내 재산을 몽땅 다 처분해 노무현당을 만들어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려 했다.”

    부산에서, 그것도 민주당의 대통령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됐으니 이제 그런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모든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다. 강회장은 대선 후 ‘성공한 대통령을 만드는 것’에 큰 관심을 보였고 그 역할에 충실하려 노력했다.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생각이다. 강회장은 2월, 부산 상공인을 중심으로 ‘100인회’ 결성을 시도했다. 각계 전문가 100여명을 상대로 지식인 포럼을 만들기 위한 준비작업도 추진했다. 부산 캠프 내 일부 인사들의 반대로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물밑작업은 상당부분 진행됐다는 게 강회장 측근의 설명이다. 강회장은 이 조직으로 노대통령의 통치기반을 뒷받침해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려 했다.



    강회장은 직설적인 스타일이다. 대통령 측근들의 잘못이 눈에 띄면 곧바로 문제를 제기한다. 눈치보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행동하는 강회장의 불화살에 맞은 대표적인 인사가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다. 6월 노대통령의 전 후원회장이던 이기명씨의 용인 땅 문제가 청와대 내 부산인맥과 386 그룹 간의 파워게임 양상으로 치닫자 강회장은 ‘왕수석 문재인’을 향해 “수석직을 사퇴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강회장은 9월 기자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문수석은 나한테 빚이 있다. 그는 정치를 안 하겠다는 약속을 깼다. 청와대로 갔으면 대통령을 잘 보필했어야 했다. ‘왕수석’으로 불릴 정도로 일은 벌였지만 제대로 하지 못하고 노대통령에게 부담만 주는 것 같아 화가 났다. 나는 문수석을 잘 알고 있다.”

    직설적인 강회장 스타일은 대통령 앞이라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5월3일 강회장은 노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를 찾았다. 강회장은 이 자리에서 노대통령에게 “주변 단속을 잘 하라”고 조언했다. 당시 상황을 전해 들은 일부 측근들은 강회장의 처신에 놀라움을 나타냈지만 강회장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강회장은 “나는 5년간 통·반장도 안 하며 죽어 지내겠다고 대통령께 두 번이나 약속했다”고 말했다. “욕심이 없기 때문에 조언과 직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할 말이 있으면 사심 없이 할 것이며, 그게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강회장의 생각이다. 강회장은 대통령과 친하지만 지금까지 인사나 이권에 한 번도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최근 여론의 도마에 오른 노대통령의 전 운전기사였던 선봉술씨(전 장수천 대표) 문제에 대해서도 강회장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강회장은 검찰 수사에 대해 대단히 냉소적이다. 강회장은 11월14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참…, 데리고 있는 운전기사가 집안이 어렵다는데 좀 도와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강회장의 한 측근은 “강회장은 데리고 있던 운전기사의 집안 어른이 암수술을 할 때 몇 천만원을 선뜻 내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게 강회장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노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 부산 해운대나 광안리 등에서 술을 마시고 취하면 강회장의 운전기사가 업고 집에 데려다주기도 했다는 것. 반대로 강회장이 노대통령의 운전기사 신세를 진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가족 같은 이런 분위기가 선봉술씨 사건의 본질이라는 게 강회장 측근의 주장이다.

    “盧 퇴임 후까지 쭉~ 올인 보필”

    지난 6월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으로부터 “수석직을 물러나라”며 공격당한 문재인 민정수석(오른쪽).

    노대통령을 향한 강회장의 충성심은 앞으로도 변함 없을 것 같다. 9월 말, 스스로 ‘올인식 보필’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당시 정치권이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노대통령의 정치자금 문제를 거론하자 “정치자금 문제로 노대통령을 흔드는데 노대통령은 앞으로 돈이 필요 없다. 퇴임하면 내가 여생을 책임지고 모실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로 가는 노대통령에게 빈손으로 갔다가 빈손으로 오라고 말했다”며 “노대통령도 그 말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책임이란 경제적인 문제 등이 포함된 포괄적 책임을 의미한다. 시그너스골프장은 노대통령 퇴임 이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인 셈이다.

    그러나 강회장에게도 부담은 있다. 각을 세우고 달려드는 정치권의 공세가 그를 여간 난처하게 하는 게 아니다. 강회장은 이런 부담을 떨치기 위해 자리를 비울 때가 많다. 현정부 출범 이후 그는 10일에서 20일씩 걸리는 장기외유를 벌써 4, 5차례나 다녀왔다. 남미는 물론 네팔 등 오지가 그가 즐겨 찾는 여행지. 8월에는 6개월 또는 1년 계획으로 미국 또는 캐나다로 유학 갈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주변사람들이 몰려들고 장수천, 용인 땅 문제 등으로 주변이 시끄럽자 이런 계획을 마련한 것.

    강회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선봉술씨 사건과 관련, “힘들고 창피하다”며 “검찰 수사가 끝나면 중남미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미에는 그의 사업체가 있다. 그러나 그의 외유는 당분간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선봉술씨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11월17일 그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검찰은 강회장이 선씨에게 준 자금이 강회장 주장대로 ‘징징거려’ 준 것이 아니라 장수천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 정치적 거래로 보고 있다. 강회장은 수사가 끝날 때까지 부산과 충주(골프장), 그리고 서울을 오가는 고달픈 생활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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