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HP 등 세계 굴지의 IT 기업들이 컴티아의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1982년 설립된 세계 최대 비영리 IT 법인 컴티아가 한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지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컴티아는 현재 한국정부를 비롯해 국내대학, IT 기업 등과 활발하게 접촉하며 한국 진출 시기를 조율중이다. 컴티아 존 베네터 회장은 “조만간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면서 “컴티아는 한국 IT 기업들이 IT 분야 인재를 선발하고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동시에, 기업들이 직원들의 역량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세번째 한국 진출 시기 조율
컴티아는 마이크로소프트, 인텔·HP(휴렛패커드) 등 세계 굴지의 IT 기업의 지원을 받아 세워진 비영리단체로, 설립목적은 IT 기업들이 선발 후 재교육하지 않고도 활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능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컴티아는 또 IT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능력을 계량화해 인증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e-비즈니스와 통신기술 분야에서 ‘세계표준’을 만드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컴티아가 법인을 설립하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 2001년 일본, 호주에 진출한 컴티아는 내년에 싱가포르에 지사를 세울 예정. 컴티아에 가입한 기업은 현재 89개국에서 1만6000여개에 이르고, 전 세계적으로 약 50여만명이 컴티아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시스코시스템즈, 인텔, 로터스, 3Com과 같은 굴지의 미국 IT 기업들은 취업면접이나 승진평가시 컴티아의 검증을 받은 인재를 우대한다. 컴티아의 자격증 시험은 IBM HP 인텔 등 회원 기업들이 직접 출제위원회를 꾸려 문제를 출제한다. 응시자가 현장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하겠다는 뜻이다. 또 HP,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제록스, 후지쓰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자문위원회는 자격증 시험의 신뢰성을 감시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IT 업체들이 컴티아 자격증을 인정하는 것은 이처럼 자격증 시험 출제 및 운영 과정의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컴티아 자격증 시험은 암기능력을 테스트하는 문제 위주로 이뤄진 국내 자격증 시험과 달리 철저히 실무 위주로 짜여져 있다. 컴티아 자격증은 하드웨어에 대한 지식을 측정하는 과목, 운영 능력을 측정하는 과목을 모두 패스해야 획득할 수 있다. 동시에 두 과목 시험을 모두 치를 수도 있고, 한 과목을 패스한 뒤 다른 과목 시험을 봐도 된다. 시험은 인터넷을 통해 모니터에 뜨는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방식인데 문제마다 배점이 다르고 쉬운 문제를 맞추면 더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는 시스템으로 짜여져 있으며, 시험이 끝나자마자 결과를 알 수 있다.
컴티아는 모두 11개의 자격증 시험을 제공하고 있는데(표 참조), 한국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에이플러스(A+) 네트워크플러스(Network+)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응시하는 A+는 PC 운용과 관리에 관한 실무지식과 기술 활용능력을 검증한다. Network+는 IT 업계의 요청으로 99년 초 첫 시험이 치러진 인증자격시험으로 네트워크 관리자, LAN (local area network·근거리통신망) 기술자, 네트워크 운영자 등에게 요구되는 지식과 기술을 검증한다. IT 업계에서 양질의 네트워크 기술자에 대한 수요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맥 C. 기시다 컴티아 일본지사장은 “일본 IT 기업들이 네트워크 실무자를 선발하는 데 있어 네트워크플러스 소유 여부가 주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Network+, A+는 한국어로도 시험을 볼 수 있다. Network+는 10월부터 한국어가 시험언어에 추가돼 한글로 출제된 문제로 시험을 볼 수 있고, A+는 12월 말부터 한국어로도 시험문제가 출제될 예정이다. 컴티아가 영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로 자격시험을 실시한 것은 2001년 일어에 이어 한국어가 두 번째다. 컴티아의 한 관계자는 “현재 Network+, A+의 한국인 응시자는 연간 4000여명에 이른다”면서 “한글이 시험언어에 추가됨에 따라 빠르게 그 수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컴티아 자격증은 지사 설립 2년 만에 IT 업계 종사자들과 관련업계 취업준비생들이 반드시 따야 할 자격증으로 자리잡았다. 도시바 후지쓰 등 일본의 IT 기업들은 승진조건이나 취업조건으로 컴티아 인증을 내걸고 있다. NEC는 컴티아 인증자격을 도입해 인력배치와 인재육성에 활용하고 있고, 히다치는 4월1일부터 컴티아 자격증을 사내 인증 자격증으로 도입했으며, 후지쓰는 각 직군별로 승진에 필요한 컴티아 자격증을 지정, 직원들에게 자격증을 취득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日 상당수 대학 정규과정 편입
일본에서는 또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컴티아를 도입하고 있다. 올해부터 입학 전 교육에 컴티아의 A+를 도입한 와세다대학을 비롯해 상당수의 대학, 전문대학이 실무에 적합한 인재를 배출하고 있지 못하다는 판단 아래 컴티아를 정규 교과과정에 편입했다. 일본 IT 기업들은 대학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컴티아 교육이 늘어나면 입사 후 트레이닝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면서 반기고 있다고 한다. 맥 기시다 일본지사장은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2∼3년 후엔 컴티아 자격증이 IT 업계 종사자들의 ‘자격 증명서’ 노릇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컴티아 자격증은 현재 서구와 일본에서 정보통신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종의 ‘면허증’ 구실을 하고 있다. 미국 IT 기업에 취업한 외국인들의 상당수가 컴티아로부터 능력을 검증받아 이를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자료로 사용한다. 베네터 회장은 “학위만으로 밥 벌어먹을 수 있는 시대, 취업의 대부분이 자국에서 이뤄지는 시대가 종언을 고하기 시작했다”면서 “학위와 함께 다국적기업 혹은 타국의 기업에서도 공인받을 수 있는 ‘글로벌 자격증’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앞으로 도래할 글로벌 경제시대를 성공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