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옮겨간 ‘대안론 공습’](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10/28/200410280500050_1.jpg)
이회창 전 총재는 한나라당 안팎에서 다가오는 ‘시련’을 묵묵히 감수하는 처지다. 그러나 이회창 대세론이 한풀 꺾인 이후 상황은 한 단계 더 악화됐다. 민주당 ‘노풍’(盧風)에 자극받은 한나라당에서도 ‘이회창 필패론’ ‘이회창 대안론’이 공론화되고 있는 것.
4월13일부터 시작되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대안론’은 여론의 시험대에 오른다. 최병렬 의원은 “내가 결국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재측은 내심 다른 경선주자들은 적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경선에서도 민주당처럼 대안론이 뜰 수 있을까.
우선 한나라당에서는 대안론이 통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부터 살펴보자. 4월1일 부활절, 이 전 총재가 지하철 노숙자들과 기도하는 모습이 신문에 실렸다. 한 측근이 귀족 이미지를 탈색시키자며 제안한 아이디어였다. 당내에선 평가가 좋았다. “단타로 끝내지 말고 장기 프로그램으로 가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이 전 총재측은 실제로 그렇게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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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총재가 비리나 불법행위가 아닌 귀족 이미지 때문에 인기가 떨어진 것이라면 이미지 개선 전략으로 조금씩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이 전 총재는 경선을 통해 ‘주변 문제’를 차분히 해명하겠다고 한다.
조직 면에선 이 전 총재를 따라올 후보가 없다. 원내외 지구당 위원장들은 거의 이 전 총재 편이다. 선거인단으로 선출된 ‘국민’ 중엔 옛 당원들도 많다. 대구·경북의 차세대 주자인 강재섭 의원은 이 전 총재에게 변함없는 ‘의리’를 보이고 있다. 이부영-최병렬 의원의 색깔이 워낙 달라 반창(反昌) 세력의 연합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전 총재측은 “한나라당 대의원들의 바닥 민심이 아직 이회창이라는 사실이 경선에서 증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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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원의 경선전략은 ‘이회창 필패론’으로 이총재를 집중 공격한다는 것. ‘특종’은 없지만 ‘맹공’을 펴겠다고 한다. “주변 관리 못하고 통합능력이 부족한 이총재로는 대선 필패가 자명하다. 대쪽 이미지는 사라진 지 오래고, 온통 상처투성이인데 무엇으로 국민에게 어필할 것이냐. 민주당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선 최의원만이 대안’이라는 점을 당원들에게 홍보할 계획이다.”(최특보)
조직에선 승부가 안 되니 여론에 호소해 한나라당에서도 ‘최풍’(崔風)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으로 들린다. 최근 당내에서는 최의원을 즐겁게 하는 일들이 잇따랐다. 최의원이 ‘자민련과 연대하겠다’고 하자 “이총재는 JP와 원수지간이 되고 박근혜도 못 붙잡았지만 최의원이라면 보수연합을 이끌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당내 일부에서 나온 것. 최의원이 4월5일 경선참여를 선언할 때 김만제 의원은 최의원 옆에 서 있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김의원은 약속이 있는 듯 급히 나갔다. 김의원은 최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 그림을 연출해 준 것으로 해석됐다. 포스코 회장 출신 김만제 의원과 대검 중수부장 출신 최병국 의원을 설득해 곁에 둔 것은 최의원에게 안정감을 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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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총재가 대통령후보로 확정된다 해도 ‘필패론’이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본선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전 총재측 관계자들은 “경선승리+경선을 통한 개인 지지율 높이기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전 총재가 타 후보의 집중포화를 맞을수록 한나라당 경선은 흥행에 성공한다. 여론을 업어야 되는 입장인 타 후보들이 신사적으로 적당히 공격 수위를 지켜주겠는가.”(한나라당 한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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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5일 영국에서 귀국한 박근혜 의원측은 한나라당 복당 가능성은 일축했지만 미래연대 소속 20여명이 박의원 복당을 촉구하는 서명을 한 사실에 고무되었다고 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경선 이후를 기대하는 듯한 중량감 있는 정치 세력들은 점점 늘고 있다. 이인제 박근혜 정몽준 의원이 본인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거론되고 있다.
이 전 총재가 대선후보로 확정될 경우 승복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 후보측은 “이 전 총재에 대한 의리보다는 정권교체가 상위 개념”이라고 답했다. 이 전 총재는 경선 이전부터 경선 이후의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