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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씨는 홍업씨의 고교 동기이며 40년 지기로 알려져 있다. 검찰 수사 포인트는 두말할 것도 없이 김성환씨 계좌와 아태재단, 김홍업씨의 연관 여부다. 연관 가능성은 두 가지로 거론된다. ‘사업 밑천도 없던 김성환씨가 거액 입금 계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누구 덕이었으며 김성환씨에게 돈을 제공한 회사에 반대급부는 없었는가’ ‘김성환씨 계좌의 실제 전주는 누구인가’ 등이다.
만약 검찰이 ‘김성환 계좌=○○○ 비자금’ 운운하는 ‘시중의 소문’과 거의 일치하는 수사 결과를 내놓는다면 그 폭발력은 가늠하기 어렵다. 물론 이번 의혹은 일개 사채업자의 다소 지저분한 금전거래에 불과한 사안으로 밝혀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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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이 건물에 자신이 설립한 서울음악방송과 올게임네트워크를 입주시켰다. 그런데 이들 회사를 설립하면서 김씨 본인과 가족이 내놓은 돈은 2000만원이 전부였다. 김씨의 자본력과 사업 추진 의지를 신뢰해 김씨에게 성원건설측이 ‘현물투자’한 것이라 보기에도 의문이 남는 부분이다.
성원건설측은 2002년 2월이 되자 김씨 소유가 된 등촌동 건물에 110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하면서 사실상 건물환수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런 사후 조치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왜 김씨에게 유리한 계약을 했느냐’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또한 성원산업개발이 최대 주주로 있는 주은테크는 현금 4억4000만원을 서울음악방송에 투자했다. 김성환 사건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성원건설 회장은 전북 전주 출신 전윤수씨로, 김성환씨와는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수년 사이 성원건설은 관급공사를 활발히 수주한 데 힘입어 도급 순위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동아’가 확인한 성원건설의 ‘2001년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2001년 1년간 관급공사 시공 실적은 804억7000만원, 관급공사 시공계획 규모는 1155억원이었다. 성원건설이 2001년에 계약 체결한 관급공사는 전북도청 신축 공사, 서울 지하철 공사, 광주 지하철 공사, 국도 공사 등 12건이었다. 98년 12월에는 전주 월드컵 경기장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성원건설의 자체 회사 소개 자료에 따르면 성원건설은 98년 7월 도급 순위 44위였으나 2001년 8월 현재 28위로 뛰어올랐다. 이 회사는 99년경 국민주택기금으로부터 공적자금 217억원을 지원받아 건설업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성원건설 경영진은 ‘주간동아’의 몇 차례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성원건설측은 ‘우리도 피해자다. 김성환씨가 건물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손해보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평창종합건설측이 확인해 준 바에 따르면 김성환씨는 2000년 11월부터 평창종합건설에 월 3부 이자로 70억원을 빌려줘 원금과 이자를 합쳐 총 90억원을 돌려받을 예정이었다. 김씨는 1년 5개월여의 사채놀이로 20억원의 이익을 본 셈이다.
김씨가 6개의 계좌를 개설해 이리저리 굴린 돈의 규모는 90억원대(특검 수사 발표). 그 돈의 출처가 어디냐는 것도 검찰 수사의 한 쟁점이다. 평창종건 유종걸 회장의 측근인 김인회 전무는 기자에게 이와 관련된 일부 사실을 밝혔다. 김전무는 “2001년 말 우리가 김성환씨에게 빌린 40억원은 서울음악방송에서 나온 돈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황상 성원건설이 김씨에게 등촌동 100억원대 건물의 소유권을 넘겨주자 김씨는 즉각 이 건물을 담보로 은행에서 60억원을 대출받은 뒤(여기까지는 확인된 사실) 그중 40억원으로 사채놀이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평창측 인사의 증언에 따르면 김성환씨는 사채놀이로 서울음악방송의 수익성을 높이려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관련업체 관계자는 “사채로 이윤을 창출하는 게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냐”고 반문했다.
결과적으로 김성환씨는 자기 돈은 거의 들이지 않고 7~8개 회사로부터 방송사업 투자 명목으로 100억원대의 거액을 유치한 뒤 이 돈의 상당 부분을 사채에 활용해 이익을 챙긴 셈이다. “김성환은 별다른 경력도 없는 일반 시민에 불과한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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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1일자 문화일보 보도는 매우 주목할 만하다. 김성환씨가 청와대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나 성환이 형인데 S건설 매입이 가능한가? 지금 바로 이리로 오게”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친구인 홍업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김성환씨가 그 정도까지 위세 부리고 브로커 노릇을 했다는 사실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김성환씨는 총 몇 개의 계좌, 얼마의 돈을 관리하고 있었을까. 또 그 돈의 출처는 어디며 그 돈을 제공한 회사들에게 반대급부는 없었는가. 그 돈의 실소유주 문제에 홍업씨나 아태재단은 정말 연관이 없는 것일까. 홍업씨측은 기자에게 “홍업씨와 김성환씨 계좌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특검 관계자는 “김성환씨 계좌에서 못 볼 것을 봤다”고 말했다. 그가 본 게 도대체 무엇일까. 수사를 넘겨받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이를 규명해야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