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검수완박 논란이 여기에 이르기까지 청와대는 “국회의 시간”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회는 분리되지 않는다. 행정부는 국회에 의안을 올려놓고 “이제부터 우리는 빠지겠다.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물러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국회의원들의 발의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표명한다. 문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인 동시에 집권여당의 최고지도자다. 의견이 대립하는 와중에 타협안을 제시할 수는 있어도, 의견 표명 자체를 하지 않고 논의만 주문해선 안 된다. 대통령이 무슨 국회의장인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와 온도차
문재인 정부 임기 전반기에는 국회 심의와 의결을 피하는 ‘시행령 제·개정’이 두드러졌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에듀파인’(국가관리회계시스템) 강제나 자기 회사에 피해를 끼친 기업인의 해당 기업 취업 제한 등이 그렇게 시행됐다. 이 정책들이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다. 중요한 정책은 입법으로 굳혀둘 필요가 있다. 국회는 그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확인하는 구실을 한다. 국회를 패싱한 정책은 튼튼하지 못하며 소모적 갈등을 남긴다.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 압승 이후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은 외견상 ‘국회 주도에 맡기기’로 바뀐 듯하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를 보라. 민주당이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필요성을 주장했는데도 대통령은 예비비 부분 집행을 결정하며 또다시 국회를 패싱했다. 국회를 앞질러 나설 때나, 국회 뒤로 숨을 때나 모두 대통령 편의로 선택됐고 항상 국회와 대통령의 괴리만 두드러졌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차기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민주당 정부”라고 공언했다. 지난 5년을 결산하자면 그 정부는 ‘민주당이 뒤로 빠진 문재인 정부’와 ‘대통령이 숨은 민주당 국회’의 혼합 또는 교대였다. 문 대통령 퇴임 뒤에도 정치권에 남는 민주당 인사들과 “윤석열 정부가 아닌 국민의힘 정부”라고 선언한 윤 당선인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