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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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세대 재계 리더 김동관·정기선·최성환 경영 시험대 오르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하며 경영 리더십 검증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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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22-04-2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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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의 세대교체가 가속화되면서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오너의 3세 경영이 본격화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에 태어난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이 대표 주자다. 이들은 3월 말 열린 정기주주총회(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오너 일가라는 배경을 넘어 확실한 성과를 통해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이들의 향후 경영 행보에 재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태양광으로 경영 능력 입증, 항공우주 사업 실적 주목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사진 제공 · 한화솔루션]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사진 제공 · 한화솔루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한화의 유력한 차기 후계자다. 1983년생인 그는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공군 통역장교로 군복무를 마쳤다. 재계에서 구설이 거의 없는 모범생으로 알려졌으며, 하버드대 재학 당시에는 한인 학생회장으로 활동했을 만큼 리더십도 뛰어나다. 2010년부터는 매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연례총회’에 참석해 세계 경제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글로벌 정재계 리더들과도 교류하고 있다.

    김 사장은 2010년 ㈜한화에 입사해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며 성공을 이끌었다. 미국 주거용·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수년간 점유율 1위를 달성할 만큼 한화의 주력 사업으로 안착시켰다는 분석이다. 그는 2011년 그룹 태양광 사업의 핵심인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을 맡아 독일 태양광 기업 ‘큐셀’ 인수를 주도했다. 2013년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CSO)을 맡았으며, 2014년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 통합을 진두지휘해 태양광 사업을 재편했다. 2015년 1월 한화큐셀 영업담당실장(CSO·상무)으로 취임했고, 철수설까지 나돌며 적자에 허덕이던 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반등에 성공했다. 2015년 2분기에는 흑자로 전환한 데다, 같은 해 3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김 사장은 같은 해 이 같은 실적에 힘입어 한화큐셀 전무(영업·마케팅 최고책임자)로 승진했다. 2019년 12월에는 태양광 사업 총사령관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을 합병한 통합법인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부사장)에 올랐다. 2020년 10월 한화솔루션 사장으로 승진하며 전략부문 대표로 선임됐다.

    한화가 최근 미래 성장동력으로 힘 쏟는 분야는 항공우주 사업이다. 방산·항공우주 중간지주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월 국내 인공위성 전문업체 ‘쎄트렉아이’를 인수하며 위성 사업에 처음 진출했다, 같은 해 2월 김 사장은 쎄트렉아이 등기임원에 선임됐다. 이후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에 올라 한화의 항공우주 사업을 총괄하는 종합상황실 ‘스페이스허브’ 팀장을 맡고 있다. 스페이스허브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 쎄트렉아이, 한화시스템 등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우주산업 관련 인력과 기술을 한데 모아 꾸려졌다. 그룹의 여러 계열사를 아우르는 만큼 한화솔루션에 국한됐던 김 사장의 경영 승계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사장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 확장을 위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의 진두지휘 아래 한화솔루션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에너지 관리시스템 소프트웨어 회사 ‘젤리’, 미국 수소 고압탱크 업체 ‘시마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기술 업체 ‘더블유오에스’, 프랑스 재생에너지 개발 업체 RES프랑스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



    ㈜한화는 법적 지주사는 아니지만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한다. 김 사장의 ㈜한화 지분율은 4.44%, 그가 최대주주인 한화에너지는 9.7%다. 김승연 회장은 지분 22.65%, 김 사장의 동생들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과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는 각각 1.67%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 사명 바꾸고 ‘퓨처빌더’ 구체화에 매진
    정기선 HD현대·한국조선해양 사장

    1월 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정기선 HD현대·한국조선해양 사장이 그룹의 미래비전인 ‘퓨처빌더(Future Builder)’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중공업그룹]

    1월 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정기선 HD현대·한국조선해양 사장이 그룹의 미래비전인 ‘퓨처빌더(Future Builder)’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중공업그룹]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 사명을 ‘HD’로 변경하고 미래를 건설하는 ‘퓨처빌더(Future Builder)’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HD는 인간이 가진 역동적 에너지(Human Dynamics)로 인류의 꿈(Human Dreams)을 실현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 선 정기선 HD현대·한국조선해양 사장은 3월 말 열린 주총에서 그룹 컨트롤타워인 HD현대와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현대중공업그룹을 이끌 차기 수장으로 입지를 다졌다. HD현대 최대주주는 지분 26.6%를 보유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며, 정 사장 지분율은 5.26%다.

    정몽준 이사장의 장남인 정 사장은 1982년생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재계에서 정 사장은 그룹 중역들로부터 예의가 바르고 겸손하며 소탈한 성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ROTC(학생군사교육단)로 군복무를 마치고, 2009년 1월 현대중공업에 대리 직급으로 입사했다 그해 8월 미국 유학을 떠났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밟은 뒤 2011년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지사에서 근무했다.

    정 사장의 본격적인 경영 수업은 2013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복귀한 뒤 기획재무 부문장 상무, 선박해양영업본부 부문장(전무), 현대중공업 부사장,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에 오르며 초고속 승진을 이어갔다. 2018년부터 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와 HD현대 경영지원실장을 맡았고, 2021년 11월 HD현대와 한국조선해양 사장에 올랐다. 정 사장은 그룹의 핵심 요직을 거치며 계열사별 사업 전략 및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적극 노력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 말부터 그룹 내부에 미래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을 맡아 20, 30대 계열사 직원들과 바이오·수소·AI(인공지능) 분야 신사업을 구상했다. 지난해 초에는 세계적 에너지·화화 기업 ‘아람코’와 수소 프로젝트 추진 협력을 주도했다.

    정 사장이 이끌어갈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1월 현대중공업그룹에서는 최초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22’를 찾았다. 여기서 그룹 미래 비전으로 세계 1위 십빌더(Shipbuilder)를 뛰어넘는 ‘퓨처빌더(Future Builder)’를 제시하며 글로벌 무대에 데뷔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퓨처빌더를 위한 3대 핵심 사업으로 미래 조선·해양, 에너지, 기계를 제시했다. 또한 이를 이끌어나갈 혁신 기술로 선박 자율운항 솔루션 전문회사 ‘아비커스’의 자율운항기술, 액화수소 운반 및 추진 시스템 기술, 지능형 로보틱스 및 솔루션 기술 등을 소개했다. 아비커스는 정 사장 주도하에 지난해 1월 설립된 현대중공업 사내 1호 벤처기업으로, 지난해 한국 최초로 선박 완전 자율운항에 성공했다. 수소 사업의 경우 2025년까지 100메가와트(MW) 규모의 그린 수소 생산 플랜트를 구축하고, 세계 최초로 2만㎥급 수소운반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바야흐로 조선업을 넘어 해양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모하려는 현대중공업의 미래 비전 실현을 위해 정 사장이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다.

    정 사장이 최근 속도를 내는 신사업은 디지털 헬스케어다. 조선업과 접점은 없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성장세를 보이는 분야다. 우선 지난해 8월 투자 전문 자회사 현대미래파트너스를 통해 모바일 헬스케어 기업 ‘메디플러스솔루션’을 인수했다. 디지털 헬스케어·바이오 분야 유망 벤처기업 발굴과 육성을 위해 미래에셋그룹과 340억 원 규모의 펀드도 조성했다. 3월 30일에는 메디플러스솔루션과 삼성전자가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올해 하반기 갤럭시 워치 등에 연동시킨 한층 정교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자사주 적극 매입, 블록체인 사업 진두지휘 기대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진 제공 · SK네트웍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진 제공 · SK네트웍스]

    SK네트웍스는 SK그룹의 모태 격인 회사다. 1953년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가 세운 선경직물이 전신이며, SK그룹 종합상사로 입지를 다져왔다. 2016년 동양매직(현 SK매직), 2019년 AJ렌터카(현 SK렌터카)를 잇따라 인수하며 렌털사로 비즈니스 모델을 탈바꿈했다. 지난해 10월 최신원 당시 SK네트웍스 회장이 사임하면서 후계 구도에 이목이 쏠렸다. 올해 3월 29일 주총에서 최 전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경영권 승계가 명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사업총괄은 1981년생으로 중국 푸단대를 졸업하고 아버지처럼 해병대에서 군복무를 마쳤다. 그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조카이기도 하다.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MBA 과정을 마치고 2009년 SKC 전략기획실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SK㈜ 사업지원담당, SK㈜ 글로벌사업개발실장, SKC 회장실 담당임원 등 사내 요직을 두루 거치며 글로벌 투자 경험과 역량을 쌓았다. 2019년 SK네트웍스로 자리를 옮겨 전략기획실장을 맡았고, 2020년 말 신설된 사업총괄에 선임됐다. 핵심 계열사인 SK매직과 SK렌터카의 기타비상무이사도 맡고 있다.

    최 사업총괄은 과거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도 있다. 2014년 스타트업 ‘쓰리라인테크놀로지스’를 설립한 뒤 2015년 프리미엄 콜택시 애플리케이션 ‘백기사’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이 같은 경험을 살려 SK㈜에서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과 인수합병(M&A) 업무를 이끌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웨이퍼 생산 회사 LG실트론(현 SK실트론) 인수전 참여, 미국 제약사 엠팩 인수 주도 등이 대표적 성과다.

    SK네트웍스는 몇 년 전부터 ‘사업형 투자회사’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월 주총에서도 디지털 기술, 블록체인 등 미래 유망 영역과 사업을 연계하는 선순환 투자체계 기반의 사업형 투자회사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사업 역량을 인정받은 최 사업총괄이 핵심 역할을 하며 그룹 내 입지를 다질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SK네트웍스가 공들이는 신사업은 최 사업총괄이 주관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블록체인이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그가 관장하는 신성장추진본부 산하 투자관리센터를 글로벌투자센터로 변경하고 블록체인사업부를 신설했다. 단순 블록체인 투자 외에 기존 사업과 블록체인의 접목 방안을 모색하고, 관련 투자 및 사업을 확대할 전망이다. 올해 들어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에 260억 원을 투입하고,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 ‘블록오디세이’ 지분 10%를 108억 원에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 행보에 나섰다. 또한 전기차 충전 기업 ‘에버온’, 미국 친환경 대체 가죽 기업 ‘마이코웍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엘비스’ 등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며 사업 다각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 사업총괄이 추진하는 신사업이 성과를 내면 안정적으로 경영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 보고 있다.

    최 사업총괄은 경영 전면에 나선 2021년 2월부터 꾸준히 회사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그룹 내 지배력 강화를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4월 20일 기준 최 사업총괄은 개인 최대주주로 지분 2.2%를 보유하고 있다. SK㈜는 39.12%, 최 전 회장은 0.8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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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강현숙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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