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층 스포츠로 여겨지던 테니스를 취미로 즐기는 젊은 세대가 늘어났다. [GETTYIMAGES]
#2 30대 직장인 이모 씨도 최근 테니스에 재미를 붙였다. 주말을 활용해 코치에게 일대일 레슨을 받는 비용은 한 달에 4회 각 30분씩, 총 10만 원이다. 이 씨는 테니스의 장점에 대해 “딱 운동하고 싶은 만큼 돈을 내고 그 시간에는 온전히 공을 치는 데만 집중해야 해 다른 운동보다 ‘가성비’가 좋다. 짧은 시간 즐겨도 땀이 나고 활동량도 많다. 특히 공이 잘 맞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했다.
방송에서 골프채 대신 테니스 라켓을 든 연예인을 흔히 보게 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코로나19 사태로 MZ세대 사이에서 골프가 유행한 지난해에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웹예능 등을 합쳐 골프 관련 프로그램만 10개가량 됐다. 방송이 유행하기 전 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골프 용품 관련 수요가 급증하자 기성 브랜드도 너나없이 골프웨어 라인을 신설하거나 재정비한 것이다.
SSG닷컴의 1~3월 테니스 용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210% 증가했다. 이 중 테니스 라켓 매출 증가율이 22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소셜커머스 업체 티몬은 라켓(23%), 테니스복(18%) 등 관련 용품 매출이 4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렌드에 발 빠른 유통업계에서 최근 테니스 관련 용품이 인기인 것을 고려하면 이후 방송이나 패션계 흐름도 예측해볼 수 있다.
최근 테니스 용품 매출 급증
다양한 브랜드가 테니스 관련 라인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 LF, 사진 제공 · 휠라, 사진 제공 ·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문화체육관광부의 ‘2020 체육백서’ 공공체육시설 현황에 테니스장이 2010년 549곳에서 2019년 818곳으로 늘었다는 점, 한국무역협회의 테니스공 수입액이 2006년 255만 달러(약 31억5460만 원)에서 2019년 405만 달러(약 50억 원)로 늘었다는 점 등을 토대로 테니스 관심 인구가 증가했다는 걸 추정할 수 있다.
골프와 테니스는 오랜 역사를 가진 스포츠다. 골프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등 글로벌 투어 경기가 있고, 테니스는 윔블던 대회를 비롯해 국제테니스연맹(International Tennis Federation·ITF)이 관리하는 역사 깊은 국제 대회들이 있다. 그렇다 보니 중장년 팬이 많았는데, 최근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아진 건 코로나19 사태와 인스타그램의 영향이 크다.
테니스는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예쁜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실제로 ‘테린이’를 자처하는 테니스 입문자의 인터넷 블로그나 게시글을 보면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보고 매력을 느껴 시작했다”는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테린이’를 검색하면 게시물 22만 건이 나오는데 형광빛 공과 라켓을 들고 초록빛 코트에서 포즈를 취하거나 운동하는 모습을 올린 게시물이 대부분이다.
테니스를 하는 많은 이가 “옷이 예쁘고 운동하지 않을 때도 입을 수 있다”는 걸 장점으로 꼽는다. 골프웨어보다 일상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건 테니스웨어의 장점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영 캐주얼 브랜드 ‘럭키마르쉐(Lucky Marche′)’는 3월 테니스 라인을 신규 론칭했다. 일상과 스포츠의 경계를 없앤 ‘럭키 르 매치(LUCKY LE MATCH)’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코트와 필드는 물론이고 일상에서도 착용 가능한 피케셔츠, 플리츠스커트, 니삭스 아이템으로 구성한 게 특징이다.
일상복으로도 인기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테니스. [GETTYIMAGES]
휠라는 2022년 봄여름 테니스웨어 ‘화이트 라인(WHITE LINE)’을 출시했다. 운동 시 최적의 활동성을 제공하는 ‘액티브 온(Active On)’과 운동 전후나 코트 밖 데일리룩으로 입기 좋은 ‘액티브 오프(Active Off)’ 등 두 가지 시리즈다. 액티브 온은 점퍼, 피케셔츠, 원피스, 하프팬츠 등 코트에서 입기 좋은 테니스웨어로, 액티브 오프는 일상에서 스타일리시하게 입기 좋은 아이템으로 꾸려졌다.
앱스토어에도 테니스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테니스랩’ ‘테니스랜드’ ‘테니스프렌즈’ 등은 모두 지난해와 올해 만들어진 앱이다. 테니스를 함께할 ‘테친’을 모집하거나 테친들과 테니스장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코치 수업을 매칭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이뤄져 있다.
최근 완화됐으나 장기간 이어진 거리두기 정책으로 실내 운동보다 실외 운동 선호도가 높아졌다.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스크린골프를 제외하면 통상 4인으로 조를 짜 필드에 나가는 골프보다 사람을 덜 모아도 되고, 이동 거리가 짧으며, 시간 대비 운동 효과가 크다는 테니스의 장점이 ‘가성비’ ‘가심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