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영화 ‘밀양’이 떠올랐습니다. 하나뿐인 아들이 납치 살해당한 뒤, 여자는 종교에 귀의해 범인을 용서하려 합니다. 하지만 용서의 길은 분노하는 것만큼 힘듭니다. 원망할 대상도 잃어버린 그녀는 자신을 파괴합니다.
백발의 사내는 외아들과 아내를 살해한 살인자를 용서하고, 그를 위해 사형제 폐지운동까지 벌입니다. 다른 범죄피해자 가족, 심지어 작은딸마저 아버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등을 돌리고 그 역시 “이게 정말 내 가족을 위한 일인가?” 하는 반문에 빠집니다. 하지만 그를 용서해야 자신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고독한 싸움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4년 전 열 살짜리 외동딸을 잃은 후 “내 딸 같은 아이들을 돕고 싶다”며 기부를 이어가는 부부도 있습니다. 2006년 생때같은 딸은 잘 알던 주민에게 납치 살해됐습니다. 이 사회가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요? 그럼에도 부부는 “우리 아이도 남을 돕는 걸 좋아했으니 그 몫까지 실천하겠다”며 매년 1000만 원씩 기금을 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이 기금으로 연쇄살인사건 피해자 가족 등을 돕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