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이번 현장검증에 남다른 희망을 가지는 가장 큰 이유는 법원의 전향적인 사건해결 의지 때문이다. 지난 4월2일 창원지법 진주지원 민사합의부는 재판부가 직접 참여하는 현장검증 실시와 함께 지난 51년 이후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당시 대구고등군법회의의 거창사건 판결문까지 국방부에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 이날 재판부는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물론, 이러한 일이 다시는 우리 땅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대적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해 거창사건의 공소시효가 소멸되었다는 군법무관측의 주장을 어색하게 만들었다.
“거창사건 유족들은 50년대는 ‘통비분자’의 가족으로, 60년대와 70년대는 반체제 인사라는 누명을 덮어쓰고 탄압을 받아왔습니다.” 그는 박정희 정권이 유족회를 반국가단체로 규정, 연좌제를 적용한 사실을 적시하며 이 부분에 대한 명예회복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합동묘역을 파헤치고 추모 시비(詩碑)를 부수는가 하면, 유족대표 17명을 반국가 단체 구성죄로 구속시킨 것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공권력의 탄압과 만행을 국민들은 알아야 할 권리가 있고 의무도 있습니다.” 그는 거창사건이 국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며 사건을 은폐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목숨을 걸고 싸워나갈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