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일본에서 출간한 정찬용씨의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사회평론 펴냄)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3월 초 이미 20만 부를 돌파했고 4월 집계가 나오면 30만 부는 거뜬히 넘으리라는 예상이다. 초판 5만 부를 찍고 새로 인쇄에 들어갈 때마다 5만 부씩 찍었으며, 출간 초기 일본 베스트셀러 1, 2위를 다툴 만큼 ‘영어공부…’의 인기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인기 뒤에는 한국 못지 않은 일본의 ‘영어 스트레스’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사실 영어를 제2공용어로 하자는 제안도 일본에서 시작하여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만큼 영어에 절박감을 느끼는 일본인들에게 “한 달이면 토익 200점이 오르고 6개월이면 모국어가 되는 영어학습 비법”이 바다를 건너왔다고 하니 솔깃할 수밖에 없다. ‘영어공부…’ 일본판을 낸 선마크 출판사는 광고에서 이 책이 한국 최고의 베스트셀러임을 강조했다.
사회평론사 멀티미디어 기획팀의 한상준씨는 “99년 7월 ‘영어공부…’의 출판 직후부터 일본 진출을 염두에 뒀다”고 말한다. 에이전시를 통해 일본 출판사를 타진해보니 뜻밖에도 5군데에서 동시에 관심을 보였다. 일본에서도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일본실업출판사’ 회장은 직접 한국을 방문해 일본어판 출간 문제를 협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벌인 사회평론측은 ‘뇌내혁명’ 등 실용서 부문에서 베스트셀러 마케팅 경험이 있는 선마크 출판사를 파트너로 결정했다. 계약금만 150만엔(약 1500만원), 2만 부까지 인세 6%, 4만 부까지 7%, 그 이상은 8%를 받기로 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국내에서 일본 출판물을 번역할 경우 계약금이 약 20만엔(200만원)에 지나지 않는 것과 좋은 비교가 된다. 더욱이 일본 책 가격은 한국에 비해 2배 가량 높기 때문에 1300엔짜리 ‘영어공부…’(국내 가격 권당 6500원)의 인세 수입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밖에도 ‘영어공부…’ 카세트 테이프의 경우 한국에서 마스터테이프를 가져가 제작만 하는 것이어서 4만 개 기준으로 인세 9%, 그 이상은 10%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했고, 중학생용, 초등학생용, 토익편 등 파생상품이 줄줄이 대기중이다. 또 지난 4월16일 중국 광둥세계 출판공사가 중국판을 펴내면서 13억 중국인을 대상으로 ‘영어공부…’ 마케팅을 시작하였다. 그러니 대만 진출은 시간문제로 본다.
영어학습서에 이어 일본시장에서 가능성을 엿보는 것은 과학실용서인 ‘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박상준-박경수 지음, 이우일 일러스트/ 뜨인돌 펴냄)다. 99년 7월 초판을 낸 이 책은 ‘과학기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 ‘간행물윤리위원회 권장도서’ 등에 선정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인지도가 높아지는 기현상을 보였다. 지금까지 10만 부를 판매하였고, 최근에는 학교에서 500부, 1000부씩 단체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한국의 중학생과 초등학교 5, 6학년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고 한다 ‘노빈손의 아마존 어드벤처’ ‘여름 사냥’ 등을 시리즈로 출판한 상태.
지난해 3월 일본 신초샤와 맺은 출판계약을 보면, 계약금 120만엔(약1200만원)에 3만 부까지 인세 7%로 ‘영어공부…’ 못지않은 좋은 조건이다. 현재 일본에서 번역작업을 끝내고 출간 날짜만 고르고 있다고 한다.
뜨인돌 출판사의 정광진 부장은 “이 책의 배경인 무인도는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주제여서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도 먹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한국 출판물의 일본 시장 진출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번역금고 등의 지원금을 받은 비상업적인 출판이 아니라 출판사 간에 정식계약을 맺고 국내 출판사들이 인세 수익을 얻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다. 99년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해냄 펴냄)이 일본 홈샤를 통해 발매되어 지금까지 2만 질(전10권, 20만 부) 이상 팔린 것을 출발로 잡는다.
99년 7년 여의 번역작업 끝에 ‘태백산맥’을 출간하면서 일본 출판사측은 “한국의 대하소설을 일본에 처음 소개하는 데 의의를 두겠다”고 말할 만큼 판매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 일고 있는 한국 붐을 타고 예상 외로 ‘태백산맥’의 판매가 호조를 보인다는 소식이다. 게다가 ‘태백산맥’의 배경이 되는 전남 보성군 벌교 일대를 찾아오는 일본인 관광객도 많아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민음사의 어린이 책 전문출판사인 비룡소의 ‘아씨방 일곱동무’(이영경 지음)와 박상연의 ‘DMZ’(민음사 펴냄)가 나란히 일본에 진출했다. 이 일을 진행한 황금가지(민음사 자회사) 장은수 편집장은 “아동물의 일본 시장 진출 전망은 매우 밝다. 특히 일본인들은 아동물의 경우 ‘아씨방 일곱동무’처럼 한국적인 내용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박상연의 ‘DMZ’는 96년 발표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 지난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빅히트에 힘입어 덩달아 뜬 작품. 영화 ‘쉬리’에 이어 ‘JSA’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상되자 일본 출판사들이 일제히 소설 판권 구입경쟁에 들어갔고, 문예춘추사가 민음사로부터 3만달러(약3600만원)에 구입해 오는 5월 영화 개봉과 동시에 소설을 출간한다는 계획이다. 장은수씨는 “일본을 아시아의 거점으로 삼고 프랑스에 진출한 다음, 프랑스어판을 가지고 영국과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수순”이라고 설명하면서 조심스럽게 ‘DMZ’의 유럽과 미국시장 진출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편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전12권/ 황금가지 펴냄) 판권은 이미 대만에 계약금 4만2000달러(약 5000만원) 인세 7%에 팔렸고, 일본도 상당히 눈독을 들인다는 소식이다. 일단 한국 팬터지 소설이 일본과 질적인 면에서 경쟁력이 있고 팬터지 소설의 배경은 시`-`공간을 초월하기 때문에 국가간 장벽이 없다는 점에서 해외시장 진출이 쉽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출판계가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 정책을 펼칠 때 팬터지 소설은 게임 만화 캐릭터 사업으로 무한 확산가능성을 갖는다.
인기 드라마를 소설로 엮은 ‘가을동화’(전2권/ 생각의나무 펴냄)는 일본시장에 앞서 대만에서 그 가능성을 타진중이다. 대만 첨단 출판사와 8000달러(약 960만원) 계약금에 1만 부까지 인세 6%, 그 이상은 7%라는 조건으로 초판 4만 질(8만 부)를 찍었다. ‘생각의나무’ 김환기 기획부장은 “대만에서의 성공을 확신한다. 이미 이 드라마를 케이블 TV를 통해 두 차례나 방영하여 인지도가 높은데다 공중파 방송에서도 방영계획이 있어 책 마케팅도 매우 유리한 입장”이라고 말한다. 사실 소설 ‘가을동화’는 드라마를 끝내고 두 달이 지난 뒤에야 나와 국내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대만 홍콩 베트남 등지에서 드라마 방영과 동시에 책이 나온다면 베스트셀러 진입은 쉽다는 분석이다. 또 일본의 경우 드라마 방영을 확정하는 대로 현지 출판사와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생각의나무측은 해외 시장 진출 2호로 지난 3월 펴낸 이용범의 ‘사과나무’를 염두에 두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화할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어서 영상물이 먼저 뜨면 소설도 함께 해외 시장에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장르에 구별 없이 한국 출판물이 일본 시장에 활발히 진출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저작권 협약을 통한 양국간 신뢰구축을 들 수 있다. 우리 나라가 1987년 세계저작권협회에 가입하고 96년 베른협약에 가입함으로써 해외 출판물의 저작권 인정범위가 훨씬 넓어지자 당시 출판계는 초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공짜로 쓰는 대신 정당한 로열티를 물고 출판하는 관행이 정착하면서 거꾸로 우리 나라 출판물도 해외시장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앞으로 우리 출판계의 과제는 해외 시장에도 먹힐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 저작권 대행사 에릭양 에이전시의 양원석 사장은 “국내 출판물의 해외 시장 진출에서 걸림돌은 작품의 배경이나 캐릭터가 지나치게 국내용이어서 독자층이 제한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인류의 보편적 정서를 꿰뚫는 작가의 발굴과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통해 한국 출판이 아시아 시장을 주도하는 것도 그리 꿈 같은 일만은 아닌 듯하다.
이와 같은 인기 뒤에는 한국 못지 않은 일본의 ‘영어 스트레스’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사실 영어를 제2공용어로 하자는 제안도 일본에서 시작하여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만큼 영어에 절박감을 느끼는 일본인들에게 “한 달이면 토익 200점이 오르고 6개월이면 모국어가 되는 영어학습 비법”이 바다를 건너왔다고 하니 솔깃할 수밖에 없다. ‘영어공부…’ 일본판을 낸 선마크 출판사는 광고에서 이 책이 한국 최고의 베스트셀러임을 강조했다.
사회평론사 멀티미디어 기획팀의 한상준씨는 “99년 7월 ‘영어공부…’의 출판 직후부터 일본 진출을 염두에 뒀다”고 말한다. 에이전시를 통해 일본 출판사를 타진해보니 뜻밖에도 5군데에서 동시에 관심을 보였다. 일본에서도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일본실업출판사’ 회장은 직접 한국을 방문해 일본어판 출간 문제를 협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벌인 사회평론측은 ‘뇌내혁명’ 등 실용서 부문에서 베스트셀러 마케팅 경험이 있는 선마크 출판사를 파트너로 결정했다. 계약금만 150만엔(약 1500만원), 2만 부까지 인세 6%, 4만 부까지 7%, 그 이상은 8%를 받기로 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국내에서 일본 출판물을 번역할 경우 계약금이 약 20만엔(200만원)에 지나지 않는 것과 좋은 비교가 된다. 더욱이 일본 책 가격은 한국에 비해 2배 가량 높기 때문에 1300엔짜리 ‘영어공부…’(국내 가격 권당 6500원)의 인세 수입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밖에도 ‘영어공부…’ 카세트 테이프의 경우 한국에서 마스터테이프를 가져가 제작만 하는 것이어서 4만 개 기준으로 인세 9%, 그 이상은 10%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했고, 중학생용, 초등학생용, 토익편 등 파생상품이 줄줄이 대기중이다. 또 지난 4월16일 중국 광둥세계 출판공사가 중국판을 펴내면서 13억 중국인을 대상으로 ‘영어공부…’ 마케팅을 시작하였다. 그러니 대만 진출은 시간문제로 본다.
영어학습서에 이어 일본시장에서 가능성을 엿보는 것은 과학실용서인 ‘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박상준-박경수 지음, 이우일 일러스트/ 뜨인돌 펴냄)다. 99년 7월 초판을 낸 이 책은 ‘과학기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 ‘간행물윤리위원회 권장도서’ 등에 선정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인지도가 높아지는 기현상을 보였다. 지금까지 10만 부를 판매하였고, 최근에는 학교에서 500부, 1000부씩 단체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한국의 중학생과 초등학교 5, 6학년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고 한다 ‘노빈손의 아마존 어드벤처’ ‘여름 사냥’ 등을 시리즈로 출판한 상태.
지난해 3월 일본 신초샤와 맺은 출판계약을 보면, 계약금 120만엔(약1200만원)에 3만 부까지 인세 7%로 ‘영어공부…’ 못지않은 좋은 조건이다. 현재 일본에서 번역작업을 끝내고 출간 날짜만 고르고 있다고 한다.
뜨인돌 출판사의 정광진 부장은 “이 책의 배경인 무인도는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주제여서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도 먹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한국 출판물의 일본 시장 진출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번역금고 등의 지원금을 받은 비상업적인 출판이 아니라 출판사 간에 정식계약을 맺고 국내 출판사들이 인세 수익을 얻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다. 99년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해냄 펴냄)이 일본 홈샤를 통해 발매되어 지금까지 2만 질(전10권, 20만 부) 이상 팔린 것을 출발로 잡는다.
99년 7년 여의 번역작업 끝에 ‘태백산맥’을 출간하면서 일본 출판사측은 “한국의 대하소설을 일본에 처음 소개하는 데 의의를 두겠다”고 말할 만큼 판매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 일고 있는 한국 붐을 타고 예상 외로 ‘태백산맥’의 판매가 호조를 보인다는 소식이다. 게다가 ‘태백산맥’의 배경이 되는 전남 보성군 벌교 일대를 찾아오는 일본인 관광객도 많아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민음사의 어린이 책 전문출판사인 비룡소의 ‘아씨방 일곱동무’(이영경 지음)와 박상연의 ‘DMZ’(민음사 펴냄)가 나란히 일본에 진출했다. 이 일을 진행한 황금가지(민음사 자회사) 장은수 편집장은 “아동물의 일본 시장 진출 전망은 매우 밝다. 특히 일본인들은 아동물의 경우 ‘아씨방 일곱동무’처럼 한국적인 내용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박상연의 ‘DMZ’는 96년 발표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 지난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빅히트에 힘입어 덩달아 뜬 작품. 영화 ‘쉬리’에 이어 ‘JSA’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상되자 일본 출판사들이 일제히 소설 판권 구입경쟁에 들어갔고, 문예춘추사가 민음사로부터 3만달러(약3600만원)에 구입해 오는 5월 영화 개봉과 동시에 소설을 출간한다는 계획이다. 장은수씨는 “일본을 아시아의 거점으로 삼고 프랑스에 진출한 다음, 프랑스어판을 가지고 영국과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수순”이라고 설명하면서 조심스럽게 ‘DMZ’의 유럽과 미국시장 진출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편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전12권/ 황금가지 펴냄) 판권은 이미 대만에 계약금 4만2000달러(약 5000만원) 인세 7%에 팔렸고, 일본도 상당히 눈독을 들인다는 소식이다. 일단 한국 팬터지 소설이 일본과 질적인 면에서 경쟁력이 있고 팬터지 소설의 배경은 시`-`공간을 초월하기 때문에 국가간 장벽이 없다는 점에서 해외시장 진출이 쉽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출판계가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 정책을 펼칠 때 팬터지 소설은 게임 만화 캐릭터 사업으로 무한 확산가능성을 갖는다.
인기 드라마를 소설로 엮은 ‘가을동화’(전2권/ 생각의나무 펴냄)는 일본시장에 앞서 대만에서 그 가능성을 타진중이다. 대만 첨단 출판사와 8000달러(약 960만원) 계약금에 1만 부까지 인세 6%, 그 이상은 7%라는 조건으로 초판 4만 질(8만 부)를 찍었다. ‘생각의나무’ 김환기 기획부장은 “대만에서의 성공을 확신한다. 이미 이 드라마를 케이블 TV를 통해 두 차례나 방영하여 인지도가 높은데다 공중파 방송에서도 방영계획이 있어 책 마케팅도 매우 유리한 입장”이라고 말한다. 사실 소설 ‘가을동화’는 드라마를 끝내고 두 달이 지난 뒤에야 나와 국내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대만 홍콩 베트남 등지에서 드라마 방영과 동시에 책이 나온다면 베스트셀러 진입은 쉽다는 분석이다. 또 일본의 경우 드라마 방영을 확정하는 대로 현지 출판사와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생각의나무측은 해외 시장 진출 2호로 지난 3월 펴낸 이용범의 ‘사과나무’를 염두에 두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화할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어서 영상물이 먼저 뜨면 소설도 함께 해외 시장에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장르에 구별 없이 한국 출판물이 일본 시장에 활발히 진출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저작권 협약을 통한 양국간 신뢰구축을 들 수 있다. 우리 나라가 1987년 세계저작권협회에 가입하고 96년 베른협약에 가입함으로써 해외 출판물의 저작권 인정범위가 훨씬 넓어지자 당시 출판계는 초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공짜로 쓰는 대신 정당한 로열티를 물고 출판하는 관행이 정착하면서 거꾸로 우리 나라 출판물도 해외시장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앞으로 우리 출판계의 과제는 해외 시장에도 먹힐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 저작권 대행사 에릭양 에이전시의 양원석 사장은 “국내 출판물의 해외 시장 진출에서 걸림돌은 작품의 배경이나 캐릭터가 지나치게 국내용이어서 독자층이 제한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인류의 보편적 정서를 꿰뚫는 작가의 발굴과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통해 한국 출판이 아시아 시장을 주도하는 것도 그리 꿈 같은 일만은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