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창원시청]
창원 시정을 책임진 소감이 어떻습니까.
“창원시 면적은 서울보다 큽니다. 면적이 큰 만큼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요. 창원시 인구가 106만 명인데 곳곳에 민원이 많아 보통 바쁜 게 아닙니다.(웃음) 전임 시장이 잘해왔지만, 시민이 원하는 것과 시정 방향에 다른 부분이 있어 현재는 이를 조정하고 있고요. 창원시에 꼭 필요한 사업을 하려면 국가 지원을 끌어오는 것도 필수적이에요. 시에 반드시 필요한 국비 등 사업비 확보를 위해서도 부지런히 뛰고 있습니다.”
발로 뛰는 시정의 상징, 운동화
허성무 창원시장은 시정 현장을 구석구석 돌아다니기 위해 늘 운동화를 신는다. 풍산정밀을 방문한 허 시장(맨 앞)의 모습. [사진 제공 · 창원시청]
“환경영향평가도 사시사철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보지 않습니까. 시정도 마찬가지입니다. 1년 동안 모든 시정 현장을 다녀볼 참입니다. 시설물도 싹 점검하고요.”
그가 내세운 시정 슬로건은 ‘사람 중심, 새로운 창원’이다.
시정 슬로건에 담긴 의미가 뭡니까.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보살펴 행복지수를 높이겠다는 다짐입니다. 그러려면 기존 토목 중심의 행정 패러다임을 사각지대 없는 복지행정으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시정이든 시민과 제대로 소통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기고 저항이 뒤따릅니다. 선의로 시행한 정책이 잘못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모든 정책이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주고받는 소통으로 이뤄지고 그 중심에 시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지역경제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경제 살리기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창원시는 기존 창원시, 마산시, 진해시 3개 자치단체를 통합해 2010년 출범했습니다. 물리적 통합을 넘어 화학적 통합도 돼가고 있습니까.
“완벽한 화학적 통합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 전통을 인정하면서 큰 틀의 통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창원은 제조업과 기계공업을 상징하는 도시입니다. 정밀기계공업 분야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요. 창원을 스마트 산단(산업단지)으로 만들어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스마트 산단이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스마트 산단의 모범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 기본은 스마트팩토리인데, 이를 개별 단위로 하면 운영이 잘 안 돼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견기업과 100개 이상 협력업체를 한데 묶어 스마트팩토리를 만들 필요가 있죠. 스마트팩토리는 공장 전체를 제어·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인데, 중견기업과 협력업체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효과가 높아집니다. 그렇게 집단화된 스마트팩토리를 만들도록 시가 적극 지원하고, 좋은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해나갈 계획입니다.”
소통 시장을 표방하고 있는데, 허 시장만의 남다른 소통 방식이 있나요.
“시민들에게 늘 제가 먼저 다가가 인사드립니다. 시장 면담을 요청하면 99% 만나고 있습니다. 현장에도 자주 나가 얘기를 듣습니다. 보고로 받는 얘기와 현장에서 듣는 얘기는 조금 차이가 있거든요. 그 차이를 시장이 발로 뛰면서 메우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고 받고 결재하는 것을 빼고도 하루 일정이 늘 10개 이상입니다.”
허 시장은 보고를 받을 때도 남다른 방식을 고수한다. 보고 때 담당 계장 등 실무자까지 함께 배석해 보고토록 하는 것이다.
보고 때 계장 등 실무자까지 배석해 보고하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국장, 과장 보고 때 계장을 동석하게 한 것은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먼저 각 계장이 현안에 대해 더 잘 알기 때문에 보고 때 직문·직답하는 과정에서 해법이 곧바로 도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보고서 초안을 작성한 계장이 옆에 있으면 국장, 과장이 팩트만 정확히 보고하는 상황이 만들어지죠. 이른바 ‘마사지’ 보고가 없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각 계장은 앞으로 사무관, 과장으로 승진해 시정의 중추적 역할을 할 미래 인재입니다. 보고 과정을 통해 그들의 역량을 검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회가 되기도 하고요.”
담당 계장 배석 보고의 세 가지 장점
일자리 문제는 국가적 현안입니다. 창원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일자리정책과에서 청년과 노인, 경력단절여성 등 연령별, 세대별, 성별로 다양한 일자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창원의 기존 산업은 물론, 새로운 산업이 활성화돼야 더 좋은 일자리가 생겨납니다. 그래서 신산업으로 수소산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수소산업은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 흐름에 부합하고 자동차부품 등 기존 창원지역의 제조업과도 연계가 가능한 분야입니다. 창원에는 수소 관련 부품 생산업체가 560곳에 이릅니다. 수소산업을 크게 일으켜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와 생태계를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방위산업입니다. 창원은 국내 방위산업 기업의 21%인 20개사가 자리한 국내 방위산업의 최대 집적도시입니다. 방위산업의 국내 수요가 한정돼 일자리가 늘지 않고 있는데, 수출에 주력하면 생산과 매출이 증가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시에서는 전문인력 양성 등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허 시장은 방위산업을 수출산업으로 만들 복안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 파견됐다 퇴임한 무관들과 외국 대사관의 무관들을 각각 네트워크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방위산업 바이어들은 노출이 잘 안 돼 인맥 구축이 가장 중요합니다. 개별 중소기업이 하기 어려운 네트워크를 시가 앞장서 만들어주는 겁니다.”
허 시장은 창원시의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수소산업, 방위산업 외에도 항공부품산업을 적극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항공부품산업은 엔진 중심의 정밀부품 가공이 핵심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정밀가공을 제일 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창원입니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 부가가치를 높일 계획입니다. 높은 부가가치는 곧 좋은 일자리로 연결됩니다.”
수소, 방위, 항공부품산업 등은 창원시의 노력만으로는 활성화에 한계가 있을 텐데요.
“기초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많습니다. 광역단체인 도를 통해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답답할 때도 많죠. 그래서 특례시가 되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더 늘어날 텐데….”
한국에서 정밀가공 제일 잘할 수 있는 곳
특례시 승격을 요구하는 건가요.“승격은 아니고요. 특례시가 되더라도 기초자치단체입니다. 다만 재량권을 좀 더 주는 거죠. 창원시가 특례시가 되면 중앙정부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아올 수 있어 경남 다른 시군에도 도움이 됩니다. 특례시를 자치분권에 모범이 되는, 분권의 돌파구를 여는 시도라고 긍정적으로 봐줬으면 합니다.”
허 시장과 인터뷰한 바로 다음 날인 10월 30일, 행정안전부는 자치단체의 자율성 확대와 인구 100만 이상 도시에 ‘특례’를 부여하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의 바람대로 창원시가 특례시가 될 길이 열릴 셈이다. 인구 100만이 넘는 대도시로는 경남 창원을 비롯해 경기 수원시, 고양시, 용인시 등이 있다.
창원 시민들에게 어떤 시장으로 인식되기를 바랍니까.
“‘허성무가 시장이 되더니 창원에 활력이 생겼다’는 얘기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창원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요람이자 기계공업의 메카였습니다. 그런 창원이 지금 러스트벨트화가 됐습니다. 제 소임은 창원을 다시 빛나게 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제일 도시를 만드는 것, 그 목표를 위해 뛰고 있습니다. 올해 국비를 어느 해보다 많이 확보했습니다. 다양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내년 이사분기 이후에는 창원 시민들이 여러 분야에서 피부로 정책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사람 중심 시장의 이유 있는 토목 행정 속도전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가운데)이 8월 20일 오후 제2안민터널 공사현장을 찾아 공사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뉴시스]
사람 중심을 표방한 시장이 추경으로 터널 공사를 위한 토지보상비를 일괄 지급토록 한 것은 모순 아닌가요.
“시민에게 필요하지 않은 토목건설을 시장의 치적을 위해 해서는 안 됩니다. 반면 시민이 절실하게 원하는 토목건설은 빨리 진행해야 합니다. 제2안민터널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추경 때 토지보상비를 전액 책정해 착공토록 했습니다.”
10년 동안 지지부진하던 오랜 민원을 한꺼번에 해결한 비결이 뭡니까.
“비결은 없습니다. 그동안 예산을 이리저리 쪼개 쓰다 보니 사업 진척이 더뎠던 것입니다. 사업의 중요성을 어떻게 보느냐에 차이가 있었던 거죠. 저는 시민이 필요로 하는 중요한 일에 온 힘을 집중해 끝내고, 다른 일을 시작하는 스타일입니다. 시민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속이 뻥 뚫리도록 해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