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태식]
사단법인 들숨무용단의 공연 ‘우리 춤과의 만남’이 10월 28일을 끝으로 나흘간의 장정을 마쳤다. 올해 초 설립된 들숨무용단은 한국무용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데 앞장서는 무용예술단체다.
장현수 들숨무용단 비상임안무가(사진)는 무엇보다 관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국무용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용수들은 한국무용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을 직접 선곡하고 발레와 현대무용까지 섭렵했다.
“한국무용이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정해진 틀을 벗어나지 못해 메시지 전달을 제대로 못 하기 때문이에요. 전통무용과 창작무용을 구분 짓지 않고 새로운 춤의 언어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죠. 국악은 비슷한 맥락으로만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한 춤에도 변화를 주기 어려워요. 현대적으로 풀어낸 한국무용을 자주 접하다 보면 전통음악 위에 어우러진 공연도 어렵지 않다고 느끼게 될 거예요.”
들숨무용단은 설립 전 지난해 초연한 ‘목멱산59’로 대한민국무용대상을 수상했다. 국악 연주자와 양악 연주자 11명이 참여한 무대에서 비발디의 ‘사계’와 ‘눈물 젖은 두만강’ 등이 한국무용의 몸짓으로 풀이됐다. 목멱산은 서울 남산의 옛 이름으로, 작품은 한양 도성 안의 사회상을 담아냈다. ‘목멱산59’는 올해 재공연됐고 내년 5월에도 공연이 예정돼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모두 다르다. 장 안무가는 한국무용이 풍부한 이야깃거리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연이 널리 회자되려면 이야기가 풍부해야죠. 매해 계절과 공연장에 따라 주제를 바꾸는 이유예요. ‘목멱산59’에서 한양의 양반 이야기를 할 수도, 백성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 거죠. 열 번을 공연하면 열 개의 새로운 전통이 소개되는 셈입니다.”
들숨무용단은 한국무용 공연이 무용계만의 잔치로 끝나는 걸 막고자 관객을 무용과 관계없는 일반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발품 팔아 찾아오는 해외 관객도 적잖다. 이탈리아를 필두로 해외 공연도 기획 중이다. 장 안무가는 한국무용 세계화의 필요성도 힘줘 말했다.
“해외 한국문화원에 한옥, 한지, 한복이 전시돼 있지만 이미지로만 놓여 있을 뿐 동적인 역할을 하지 못해요. 표현예술을 통해 한국문화의 인상을 세계인에게 깊게 남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