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페르시아만 북부 해안에 위치한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 뉴시스
이 두 가스전에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30%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두 가스전에 천연가스 51조㎥, 천연가스 콘덴세이트(응축액) 7조9000억㎥(500억 배럴)가 매장돼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카타르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 전쟁 이전에 자국 가스전에서 하루 185억 입방피트(5억 2400만㎥)의 천연가스를 생산해 각국에 수출해왔다. 카타르의 가스 매장량은 러시아, 이란에 이어 3위지만 수출량은 세계 2위다. 카타르는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5분의 1을 책임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정부 수입 80%를 충당해 왔다.
반면 이란은 자국 가스전에서 하루 20억 입방피트(5633만㎥)의 천연가스를 생산해왔다. 이란이 카타르보다 가스를 적게 생산해온 이유는 서방의 제재와 장비 노후화 및 기술 부족 때문이다. 이란은 이 가스전에서 생산한 가스의 70%를 국내용으로 소비했고, 나머지 30%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라크에 수출해왔다. 이란은 가스 매장량에서 세계 2위이고 생산량은 세계 3위이지만 대부분 국내에서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LNG 수출량은 세계 38위(2024년 기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란, 카타르 LNG 시설 보복 공격
이스라엘이 이란의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을 공격하자 이란이 이에 맞서 카타르의 가스 정제 시설을 보복 공격하면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자칫하면 중동지역 ‘에너지 전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이스라엘은 3월 18일(이하 현지 시간) 전투기를 동원해 이란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과 이곳 가스를 처리하는 남서부 해안가에 있는 아살루예의 가스 정제시설을 미사일로 공습했다. 이 공격으로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의 3·4·5·6광구가 화재로 가동이 중단됐다. 또 아살루예의 정제시설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이스라엘이 3월 7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연료 저장소 30곳을 공격한 적은 있어도 2월 28일 개전 이후 ‘원유·가스전 시설 공격 불가’라는 금기를 깨고 이란의 가스전과 정제시설을 공격한 건 당시가 처음이었다. 이스라엘의 의도는 이란의 전력과 난방을 끊어 민심을 흔들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란은 그동안 가스로 전력을 생산하고 난방도 해결해왔다.
그러자 이란 혁명수비대는 같은 날 카타르의 최대 LNG 시설이 있는 라스라판 산업단지를 미사일로 보복 공격했다.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북쪽으로 70㎞ 떨어져 있는 라스라판은 노스필드 가스전에서 추출한 가스를 LNG로 만드는 곳이자 석유화학, 발전, 담수화 등 대규모 산업 인프라가 집중된 곳이다. 특히 라스라판은 글로벌 LNG 공급량의 20%를 차지하는 카타르의 LNG 생산·수출 거점이다. 이란이 카타르의 라스라판 산업단지를 보복 공격한 의도는 국제가스 가격을 폭등시켜 각국이 미국에 전쟁 중단을 요청하도록 압박하려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한 때 배럴당 110달러(16만6000원)를 넘었고, 유럽 가스 가격이 35%나 오르기도 했다.

카타르에너지 “불가항력 수준”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세를 보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카타르 LNG 시설을 다시 공격하면 이란의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 전체를 날려버릴 것이라며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8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이 무고한 카타르를 공격하는 이러한 상황이 닥치면 미국은 이스라엘의 도움이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이란이 한 번도 목격한 적 없는 수준의 강력한 힘으로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 전체를 대대적으로 날려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이란의 에너지 시설 공격을 자제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이란의 석유·가스 시설에 추가 공격을 하지 말라고 했으며 그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블룸버그는 “양국의 주요 가스전 타격이 세계 시장을 뒤흔들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압박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에서 중동 곳곳의 석유·가스 시설이 파괴되면 에너지 가격이 폭등해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크게 악화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동지역에서 에너지 전쟁까지 벌어질 경우 정치·경제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3월 19일(현지 시간) 전날 이란의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 공습에 대해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공격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향후 공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뉴시스
카타르에너지는 이란의 3월 18일 미사일 공격으로 LNG 수출 용량의 17%가 손상됐으며 이를 복구하려면 3∼5년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사드 알 카비 최고경영자(CEO)는 “한국과 중국, 이탈리아, 벨기에로 향하는 LNG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해 최장 5년간의 불가항력을 선언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카타르에너지는 전체 14개 LNG 생산 라인(트레인) 중 2곳과, 2개의 가스액화연료(GTL) 시설 중 1곳이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 이에 따라 줄어드는 LNG 생산량은 연간 1280만t에 달할 전망이다. 알 카비 CEO는 “피격된 3개 시설에서 발생하는 연간 매출 손실만 200억 달러(약 30조 원)에 달한다”면서 “파괴된 LNG 시설을 복구하고 생산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적대 행위가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물리적인 복구 착수조차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LNG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은 카타르에서 LNG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 중 하나다. 연간 900만∼1000만t의 LNG를 수입하고 있다. 카타르와 장기 계약한 물량은 연간 610만t이다. 한국이 LNG 5년치 물량을 수입하지 못하면 부족분을 장기 계약보다 가격이 높은 현물시장에서 보충해야 한다. 이 경우 기업 등 산업계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의 가스요금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청와대와 한국가스공사는 현재 비축 의무량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재고를 보유해 연말까지 수급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지난해 LNG 수입량 가운데 카타르산은 14.9%로 3위 수준이다. 전체 4672만t의 수입량 중 호주가 31.4%로 가장 많고, 말레이시아가 16.1%로 뒤를 이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현재의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공급 감소와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면서 수입처 다변화와 선제적 물량 확보 등 중장기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세계 각국이 가스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데다 미국 등 가스 생산국들도 최대 증산에도 불구하고 수출할 물량이 없는 실정이다.
카타르, 전 세계 헬륨 30% 공급
또 카타르는 LNG 부산물인 헬륨 생산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로이터는 카타르의 콘덴세이트(-24%), LPG(-13%), 헬륨(-14%) 등 부산물 수출도 연쇄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석유화학과 첨단 산업 전반에 걸친 수급 불안이 예상된다. 특히 헬륨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온도를 제어하는 냉매와 불순물 제거에 쓰이는 필수 소재다. 카타르는 전 세계 헬륨 공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지난해 전체 헬륨의 65%를 카타르에서 수입했다.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카타르의 LNG 생산 중단이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반도체 공급망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헬륨이 부족하면 최악의 경우 반도체 생산 라인이 멈출 수도 있다. 이 경우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수개월 치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당장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피치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보이는 6주를 넘어서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면서 헬륨 가격이 50∼200%까지 폭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