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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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이 필사적으로 협상 중재 나선 이유… 너무 가난한데 전쟁 휘말릴까봐

경제 버팀목 사우디의 참전 요구 묵살 어려운 처지… 자기가 살기 위해 동분서주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입력2026-04-17 18: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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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국방총사령관 겸 육군참모총장(왼쪽)이 4월 15일(이하 현지 시간) 테헤란을 방문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뉴시스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국방총사령관 겸 육군참모총장(왼쪽)이 4월 15일(이하 현지 시간) 테헤란을 방문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뉴시스

    미국과 이란은 종전에 합의할까. 나아가 두 나라 종전은 중동 지역에 드리운 전운을 걷어낼 수 있을까.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4월 15일(이하 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에서 이란 전쟁이 해결됐다고 여기고 있다면 이는 나이브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란 정권과 미국 모두 건재한 데다 앞으로 여러 가지 일이 생길 것임에도 시장은 모든 것이 괜찮을 것이라고 단정 짓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중국‧러시아, 이란에 군사 지원 움직임

    미국과 이스라엘, 나아가 사우디아라비아와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은 “이번에 이란 독재 정권을 끝장내야 핵무기와 친이란 민병대와 같은 불안 요소를 없앨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한 달 이란에 대규모 공습을 가한 미국이 제82공수사단과 2개 해병원정대 등 1만 명이 넘는 대규모 지상군 병력을 이란 주변에 배치하고 있는 것도 이런 판단에서다. 지상군을 투입해야만 이란 정권 교체라는 이번 전쟁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의 움직임을 보면 미국의 대이란 지상군 투입에 대한 우려가 읽힌다. 러시아 당국은 4월 14일 성명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평화 회담을 이란에서의 지상전 준비를 위한 은폐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미국 중부사령부 발표를 인용해 “미국이 5만여 명 이상의 병력과 항공기 500대, 함정 20척을 이란 인근에 배치했고, 이들은 이란이 미국이 제시한 조건을 수용할 때까지 계속 주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최근 미군의 증원 상황을 상세히 분석하면서 이란에서 4월 하순 지상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번 성명에 언급된 관련 구절은 이렇다. “2500명의 해병대원을 태운 복서함이 이끄는 상륙준비전단과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가 이끄는 항공모함 타격전단이 분쟁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들이 아라비아해에 도착할 것으로 예정된 시점은 2주 간의 휴전이 끝나는 때와 거의 일치한다.”

    최근 러시아가 이란에 무기 및 정보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중국도 방공무기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가 미국과의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란에 대한 무기 지원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이란 정권 붕괴 우려 때문이다. 미국이 지상전을 감행해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고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면 러시아와 중국은 에너지 통제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나아가 중동 정세를 둘러싼 미국과의 전략적 힘겨루기에서도 밀릴 가능성이 커진다.

    파키스탄 공군 J-10C 전투기. 뉴시스

    파키스탄 공군 J-10C 전투기. 뉴시스

    그런데 미국의 대이란 지상전 개시를 두려워하는 나라가 또 있다. 바로 이란과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이다. 파키스탄은 4월 11일 이슬라마바드 회담을 주도하는 등 협상을 주선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 회담이 결렬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테이블에 다시 돌아오든 말든 상관없다”며 추가 협상 의지가 없다고 하자 파키스탄은 중동 국가들을 상대로 총력 외교전에 나섰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4월 16일 사우디아라비아, 17일 카타르, 18일 튀르키예를 잇달아 방문해 회담 재개와 외교적 해결을 위해 각국이 미국을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파키스탄 군부 일인자인 아심 무니르 국방총사령관 겸 육군참모총장은 테헤란을 방문해 이란이 회담에 복귀할 것을 설득했다.



    파키스탄 총리, 군부 일인자 ‘종전 외교전’

    같은 이슬람 국가이지만 파키스탄은 수니파가 다수이고, 이란은 시아파가 중심이다. 게다가 파키스탄은 이란과 교전 상태인 사우디와 동맹이다. 이란과의 사이가 안 좋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튀르키예와도 정치, 경제, 군사적 협력 관계다. 2024년에는 파키스탄과 이란이 국경에서 서로 포격과 공습을 퍼부어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전쟁 발발 뒤 이란이 사우디를 공격하자 파키스탄은 “사우디와의 상호방위협정을 근거로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랬던 파키스탄이 지금 이란 정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확전을 막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파키스탄이 종전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이유는 확전을 못 막으면 자신들도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그동안 이란의 탄도미사일·자폭 드론 세례를 맞으면서도 대응을 자제한 사우디가 본격 참전하는 것이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9월 17일 사우디와 ‘전략적 상호방위협정(strategic mutual defense agreement)’을 체결했다. 국내 언론에서는 이 협정을 조약(treaty)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해당 협정은 양국 의회의 비준 없이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 셰리프 파키스탄 총리의 서명만으로 즉시 효력이 발효된 ‘협정’이다. 전문은 한 번도 공개된 바 없다.

    사우디 정부는 파키스탄과의 협정에 대해 “어느 한 나라에 대한 공격 행위를 양국에 대한 공격 행위로 간주하기로 했다”는 정도 내용만 공개했다. 이 내용과 다른 정황을 보면 자동 개입 조항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파키스탄은 이란이 사우디를 공격했을 때 즉각적인 군사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란은 미국의 공습을 받은 다음 날인 3월 1일 사우디를 공격했다. 파키스탄은 3월 3일이 되어서야 외무장관이 대이란 군사 조치 가능성을 경고했을 뿐 실제 무력행사는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4월 15일 인도 언론 인디아 투데이는 파키스탄 국방부에서 유출된 문건을 근거로 “두 나라 협정에는 사우디의 요청이 있을 경우 파키스탄은 군대를 파견할 의무가 적시된 반면, 사우디는 파키스탄에 대해 같은 의무를 지지 않는 대신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은 4월 10일 사우디 동부 킹압둘아지즈 공군기지에 주력 전투기 18대와 공중급유기, 수송기, 방공무기를 배치했다. 사진은 파병 당시 파키스탄 공군 C-130H 수송기 항적. Flightradar24 홈페이지 캡처

    파키스탄은 4월 10일 사우디 동부 킹압둘아지즈 공군기지에 주력 전투기 18대와 공중급유기, 수송기, 방공무기를 배치했다. 사진은 파병 당시 파키스탄 공군 C-130H 수송기 항적. Flightradar24 홈페이지 캡처

    이란의 무차별 공격에도 자제력을 보이던 사우디가 태도를 바꾼 것은 3월 하순부터였다. 개전 초 사우디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동조하면 이란을 더 자극할 수 있다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3월 하순 이란의 주요 군사 능력이 크게 약화되자 이를 전략적 기회로 보고 이란 정권 교체에 힘을 싣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사우디와 걸프만 연안국들이 미국에 “이란을 확실하게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4월 13일에는 사우디 왕실 고위 관계자가 이스라엘 N12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위협 무력화를 위해 지상 작전이 필요할 것”이라며 지상전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같은 맥락에서 사우디는 파키스탄에도 파병 및 참전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개전 한 달 동안 아무 조치를 하지 않던 파키스탄은 4월 10일 사우디 동부 킹압둘아지즈 공군기지에 주력 전투기 18대와 공중급유기, 수송기, 방공무기를 배치했다.

    파키스탄, 사우디에 전투기 및 방공무기 배치

    사우디의 요청에 따라 파키스탄이 전투기를 파병하자 사우디도 움직였다. 즉시 파키스탄에 재정 지원을 제공한 것이다. 최근 파키스탄은 외환위기 가능성에 시달리고 있었다. UAE 측이 파키스탄에 제공한 차관의 만기 연장을 7년 만에 처음 거부하면서 “4월 말까지 35억 달러(5조1800억 원) 전액을 상환하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우디가 파키스탄 중앙은행에 예치한 50억 달러(7조4000억 원)도 만기가 도래한 터였다. 4월 기준 파키스탄 외환보유고는 164억 달러(약 24조2600억 원)인데, 절반이 넘는 85억 달러가 단번에 증발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파키스탄이 사우디에 전투기를 보내고 나흘 후 사우디는 파키스탄 중앙은행 예치금 50억 달러를 3년 더 유지하는 것은 물론 여기에 30억 달러(약 4조4400억 원)를 추가로 예치하겠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이 사우디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사우디는 UAE와 함께 파키스탄에 가장 많은 석유를 공급하는 나라다. 파키스탄 전체 석유 수입량의 20~25%에 해당한다. 그것도 유예 결제 등 파키스탄에 유리한 조건으로 석유를 공급하는 덕분에 파키스탄 경제 안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한 사우디는 매년 파키스탄 노동자를 대거 받아들이고 있다. 파키스탄이 해외에 송출하는 노동자의 70%가 사우디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이 송금하는 연평균 80억~100억 달러(약 11조8400억∼14조800억 원)의 외화는 파키스탄 경제에 숨통을 터주는 주요 수입원이다.

    사우디, 파키스탄에 양동작전 압박할 듯

    물론 사우디가 직접 지상군을 투입해 이란을 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사우디가 이란에 지상군을 보내려면 쿠웨이트와 이라크 영토를 통과해야 한다. 사우디 지상군의 핵심 전력은 남쪽의 예멘 접경 지역에 배치돼 있다. 이 전력은 유사시 사우디·이라크 국경에서 소란을 피울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와 싸워야 한다. 따라서 사우디는 지상군을 보내기보다 공군력을 투입해 미군의 대이란 지상 작전을 지원하는 형태로 참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파키스탄 역시 사우디의 이란 공습을 지원하는 한편, 이란 동부에서도 육군과 공군을 동원한 양동작전에 나서라고 압박받을 것이다. 국경을 맞댄 이란과 직접 교전 상태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향후 사우디의 파키스탄에 대한 참전 압박은 더 강해질 것이다. 파키스탄은 사우디의 참전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참전에 뒤따르는 막대한 전비를 감당할 능력도 없다. 지금 이란 전쟁 종전을 위해 파키스탄이 가장 애타게 협상을 부르짖는 이유는 이란을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살기 위해서로 보인다. 다만 파키스탄의 몸부림이 미국과 사우디라는 ‘슈퍼 갑’이 작정하고 달려든 전쟁을 막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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