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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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포르노물’ 뿌리뽑는다

영국경찰 유통·구매자 대대적 수사 … 경찰관·정치인 등 상당수 포함 파문 확산

  • 안병억 /런던 통신원 anpye@hanmail.net

    입력2003-02-13 14: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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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 포르노물’ 뿌리뽑는다

    아동 포르노물을 구입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 록그룹 ‘더 후’의 기타리스트 피트 타운센드(위). 영국 경찰은 아동 포르노물 구입자를 색출하는 일명 ‘광석 캐기 작전’을 6개월째 벌이고 있다.

    ‘광석을 캐라!’ 최근 영국에서는 아동 포르노물을 제작하거나 유통, 구매한 사람을 색출하는 대규모 경찰수사, ‘광석 캐기 작전(Operation Ore)’이 벌어지고 있다. 6개월 전부터 시작된 이 작전은 앞으로 최소한 반 년 이상 계속될 전망이다. 경찰관이나 정치인, 판사, 록가수, 교사, 의사 등 내로라하는 유명인사들도 경찰의 수사 명단에 올라 있어 수사가 진행될수록 파문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쟁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2002년 초 미 연방수사국(FBI)은 인터넷상에서 아동 포르노물을 판매하는 ‘산사태 프로모션 게이트웨이(Landslide Promotion Gateway)’를 폐쇄했다. 이 사이트의 운영자는 텍사스에서 컴퓨터 컨설턴트로 일하는 토머스 리디로, 그는 주로 러시아, 인도네시아에서 제작된 아동 포르노물을 컴퓨터로 다운 받아 전 세계 고객에게 판매해 왔다. 리디가 이 사이트를 통해 매월 올린 매출은 평균 14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7억원이나 된다. 아동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리디는 지난해 8월 미국 법정에서 자그마치 1335년 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FBI는 리디의 사이트에서 포르노물을 구입한 전 세계 7만5000명의 고객 명단을 확보했다. 고객들은 포르노물을 구입하기 위해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야 했는데 이 정보가 그들을 옴짝달싹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FBI는 이중 영국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7300여명의 고객 명단을 영국 경찰청에 넘겨주었고 이어 영국 경찰의 색출, 즉 ‘광석 캐기 작전’이 시작됐다.

    영국 경찰청과 각 지방청 수사관들은 영국에 본거지를 둔 사이트 운영자를 체포하고 관련 컴퓨터 등을 몰수했다. 또 아동 포르노물을 제작하는 데 동원된 영국 어린이 40여명을 찾아내 관계당국의 보호를 받게 했다. 포르노물을 유통하거나 구매한 사람에 대한 수사도 반 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경찰을 놀라게 한 것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회 저명인사가 구매자 명단에 적지 않게 올라와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직까지 이름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집권 노동당 의원이며 전직 각료를 지낸 2명의 중견 정치인도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또 1월 중순에는 록그룹 `‘더 후(The Who)’의 리드 기타리스트 피트 타운센드가 인터넷상에서 아동 포르노물을 다운 받은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경찰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현직 경찰관 50명까지 용의자라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영국 남동부의 소도시 소앰에서 발생한 2명의 초등학교 4학년 여자 어린이 살해사건을 수사한 경찰관 2명도 구매 용의자로 드러났다.

    인터넷서 다운 받아도 처벌 대상

    그런데 왜 아동 포르노물을 구입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아야 할까? 인구의 20% 정도가 60세 이상의 노인일 만큼 고령화 사회인 영국에서 어린이들은 자라나는 새싹으로 적극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의 일환으로 1978년에 제정된 영국의 아동보호법은 아동 포르노물을 제작하거나 유통한 사람은 물론이고 구매한 사람도 형사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요즘은 이에 그치지 않고 폐지된 사형제도를 부활, 어린이 성폭행범이나 살해범을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반면 한국에서는 청소년위원회가 미성년자 성범죄자 신상을 공개한 후 피고인이 제기한 법정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태다. 역사와 사회적 배경이 다른 나라의 법을 서로 직접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영국에서는 단지 아동 포르노물을 구입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성범죄자’가 된다는 사실을 국내의 성범죄 전문가들도 참고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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