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을 뜨겁게 달군 촛불시위는 디지털 프로슈머가 빚어낸 대표작이다.
원래 프로슈머란 용어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사용한 단어로 소비는 물론 제품개발과 유통과정에도 직접 참여하는 생산적 소비자를 뜻한다. 프로슈머는 마케팅에 처음 도입되었다. 소비자가 단순히 물건을 구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에 참여함으로써 소비자의 요구를 제품과 판매방식에 반영하도록 한 ‘프로슈머 마케팅’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생산자로서는 소비자들의 신선한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참고할 수 있어서 좋고, 소비자로서는 자신들이 요구하는 부분이 제품에 반영되어 좋았던 것. 기업이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한 뒤 신제품을 개발하던 방법에서 한발 더 나아가 소비자가 직접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기업이 이를 받아들여 신제품을 개발함으로써 고객만족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고객만족경영’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컴퓨터, 가전, 가구, 의류 관련 기업에서 공모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비자의 아이디어를 수용하기도 했다. 소비자의 취향을 살린 자가조립방식의 DIY(Do It Yourself) 상품도 대표적인 프로슈머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프로슈머 마케팅은 인터넷 쇼핑몰 등 직접 상품을 보지 못하고 물건을 사야 하는 비(非)대면 거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의 상품거래에서 소비자가 결정한 가격에 생산자가 응찰하는 역경매 방식이나, 다양한 형태의 경매 및 공동구매, 그리고 소비자들의 상품평을 싣거나 상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소비자가 생산과 판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한 것이 그 예다.
자가조립방식 DIY가 대표적
그런데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정보생산에 있어서의 프로슈머라 할 수 있는 ‘디지털 프로슈머’.
정보와 지식이 중심이 되는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려면 지식정보에 대한 프로슈머로서의 자질은 필수조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의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향 통행이야말로 정보화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명제가 아닐 수 없다. 디지털 프로슈머는 정보의 쌍방향 통행이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며, 정보민주주의 혹은 디지털민주주의를 이루는 필수요건인 셈이다. 겸손과 수동성의 미덕은 이미 구세대적 유물이 되어버렸고 점차 적극성과 능동성, 활동성이 새로운 미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제 디지털 프로슈머는 지식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본소양인 동시에 디지털시대의 사회문화와 정보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인터넷의 확산을 통해 디지털 프로슈머의 가능성을 경험해왔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디지털 프로슈머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 공간에 개인 웹사이트를 만들고 자신의 의견을 유포하는 것은 1세대 디지털 프로슈머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엔 여기서 진일보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자신의 의견을 유포하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지속적인 정보의 프로슈머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경제적인 성취까지 이뤄내는 이들은 2세대 디지털 프로슈머로 분류한다.
조PD(왼쪽), 팍스넷의 박창기씨(오른쪽) 등은 대표적인 디지털 프로슈머다.
첨단의 디지털 기술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디지털 기기를 생산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지향점은 ‘좀더 쉽고 편리하게’다. 그것을 위해 누구나 손쉽게 정보를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적 뒷받침을 해주고 있다.
젊은 세대에겐 자연스런 산물
뿐만 아니라 초고속 인터넷망과 멀티미디어 컴퓨터의 확산 역시 디지털 프로슈머를 등장시킨 일등공신으로 꼽을 수 있다. 아울러 디지털 캠코더와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 또한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준 매개이며, 무선인터넷과 IMT2000 등의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들도 디지털 프로슈머의 운신의 폭을 확장하는 데 한몫했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우리에게는 제약과 제한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디지털 프로슈머는 디지털시대와 지식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과연 당신은 디지털 프로슈머인가? 당신은 디지털 프로슈머로서의 자질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가? 이미 20대 미만의 젊은 세대들은 자생적 디지털 프로슈머로 자라나고 있다. 그들에겐 디지털기술과 디지털문화가 시간을 투자해가면서 힘들게 배우거나 익혀야 할 영역이 아니다. 그들에겐 디지털 프로슈머가 되기 위한 자질이나 조건들이 그들의 문화 속에 자리잡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산물이다.
분명 디지털 프로슈머는 여론을 형성하고 주도하는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프로슈머는 지식정보화 사회를 이끌 주도세력이자, 정보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호해줄 대안이 될 것이다. 올해엔 디지털 프로슈머로서의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을 하나의 목표로 삼는 것은 어떨까? 디지털시대의 신인류 디지털 프로슈머의 세계로 스스로를 던져보라! 디지털시대의 미래가 보일 것이다. 아울러 좀더 살맛 나는 하루하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