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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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생생 체험, 와 실감나네

‘삼국지 영웅전-도원결의…’ 유물전 인기몰이 … 당시 무기·생활도구엔 영웅호걸 숨결 가득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3-02-13 13: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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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 생생 체험, 와 실감나네

    ‘삼국지 영웅전’ 관람객들이 제갈량이 병법을 연구하며 만든 팔진도 모형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위). ‘삼국지 영웅전’이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경.

    중고생 논술시험 대비 인기 도서 1위, 40대 남성이 가장 좋아하는 도서 1위, 자녀와 제자에게 권해주고 싶은 도서 1위….

    각종 설문조사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영원한 고전 ‘삼국지’ 속의 영웅들이 우리 곁에 왔다.

    동아일보사가 세종문화회관, 중국 쓰촨성(四川省) 문물관리부와 공동으로 주최한 ‘삼국지 영웅전-도원결의에서 출사표까지’(세종문화회관)는 유비, 관우, 장비부터 제갈량, 조조, 주유까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당대의 영웅호걸들이 살아 꿈틀대는 역사의 현장이다.

    9척 관우 실제 키는 2m7cm 정도

    위, 촉, 오 삼국의 옛 도시에서 발굴된 당시 유물 100여점과 각종 깃발, 모형, 미니어처 등 삼국지 관련 유물 100여점은 관람객들에게 책 속의 삼국지를 생생한 현실로 재현해준다. 삼국지를 읽으며 손에 땀을 쥐어본 적이 있는 이라면 당시 무기들과 생활도구를 통해 영웅호걸들의 호쾌한 삶 속에 직접 뛰어드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난세를 온몸으로 꿰뚫고 살아간 이들의 삶을 읽으며 지략과 처세, 의리와 지혜를 배우지 않은 사람과는 세상을 논하지 말라고 했던가. 딱딱한 책을 접하기 부담스러워하는 자녀들에게 삼국지를 만나게 해주고 싶은 부모들에게 이번 전시회는 좋은 기회다. 중국 삼국시대의 역사와 삼국지의 주요 내용들을 5개 관에 걸쳐 알기 쉽게 펼쳐 보여주기 때문이다.

    삼국지 영웅전이 열리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거대한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 장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날한시에 태어나지는 않았으나 한날한시에 죽기를 소원한다”는 그들의 맹세는 지금도 의리의 대명사로 통한다. 관우의 청룡언월도와 장비의 장팔사모, 유비의 쌍고검 등 영웅들이 사용했던 무기도 이곳 ‘도원결의관’에서 함께 선을 보인다.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삼국지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삼국지 전문가’들이 각 관마다 배치돼 이해를 도와준다는 것. 안내를 맡고 있는 서울예술전문대 2학년 강영옥씨는 “삼국지 마니아들이 실제 유물을 보며 설명을 듣고 미처 알지 못했던 내용들을 새롭게 이해하게 됐다고 고마워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하지만 가장 즐거운 때는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들이 소설 속의 삼국지를 실제로 접하며 신기해하는 모습을 볼 때”라고 말했다.

    ‘삼국지’ 생생 체험, 와 실감나네

    제갈량이 촉 지역의 부족한 인력과 노동력을 극복하기 위해 제작한 운송 차량 목우유마.

    강씨가 소개하는 삼국지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영웅호걸들의 키를 소설적 허구라고 생각하는 것. 강씨는 “현재 우리나라의 1척은 약 30cm지만 당시 중국의 1척은 약 23cm를 가리키는 단위였다”며 “관우가 9척 장신이라는 삼국지 내용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던 중고생들이 ‘지금 단위로는 2m7cm 정도’라는 설명을 듣고 ‘가능한 일이겠구나’ 하고 수긍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삼국지의 내용과 관련된 역사 유물들을 소개해주는 것도 이들의 몫. 사마의와 제갈량의 고사와 관련된 밥그릇 ‘제갈완’은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 그릇은 아주 적은 양의 음식물로도 밥그릇을 가득 채울 수 있도록 바닥을 높이 만든 공기. 사마의가 사자를 보내 제갈량의 건강상태와 식사량을 알아보게 하자 제갈량이 특별히 만든 공기로 밥을 다섯 그릇이나 먹어 사마의를 속였다고 하는 이야기에 나오는 바로 그 밥그릇이다. 이번에 전시된 ‘제갈완’은 삼국지 내용을 기초로 명나라 때 제작된 공기지만 어린이들에게는 ‘삼국지=역사’임을 느끼게 해주는 대표적 유물 중 하나다.

    ‘삼국지’ 생생 체험, 와 실감나네

    ① 관우가 휘둘렀던 길이 106cm, 무게 45kg의 청룡언월도. ② 거대한 동상으로 재현된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 모습. ③ 낭아봉, 삼두창 등 중국 삼국시대에 사용됐던 각종 무기들. ④ 관우가 조조에게 잡힌 뒤 유비에게 돌아갈 것을 맹세하며 지은 시죽비.

    “명장면 현실처럼 떠올라 행복”

    제갈량의 서재를 재현한 ‘삼고초려관’과 삼국지의 치열한 전투 상황을 대형 그림으로 설명해주는 ‘적벽대전관’을 지나면 삼국지 전시의 대미를 장식하는 ‘출사표’를 만나게 된다. 제갈량이 유비 사망 후 위를 정벌하기 위해 출정하면서 유비의 아들 유선에게 올린 ‘출사표’는 나라의 앞날을 생각하는 충신의 마음이 담긴 글로 널리 알려져 있는 명문. 이번 전시회에는 중국 남송 초기의 무장이자 문필가인 악비가 친필로 써 내려간 출사표가 전시됐다.

    글의 첫머리인 ‘신 제갈량은 아뢰옵니다’ 부분에서는 뚜렷한 정자체로 시작한 악비의 글씨가 제갈량의 진정을 토로한 문장에 감동해 점점 격정적으로 변해가다 ‘신은 은혜를 받은 감격을 이기지 못하고 이제 멀리 떠남에 표문을 앞에 두고 눈물이 쏟아져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나이다’에 이르면 완전히 흘림체가 되어버린 것을 감상하는 것은 이번 전시회의 숨은 재미 중 하나다.

    평생 읽은 책 중 가장 아끼는 책인 ‘삼국지’에 관한 전시회가 열린다는 말을 듣고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는 박일씨(56)는 “지금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삼국지를 읽었지만 당시 상황이 이처럼 생생하게 다가오는 느낌은 처음”이라며 “삼국지의 장면들이 현실처럼 떠올라 행복하다”고 말했다.

    삼국지의 내용뿐 아니라 이들이 살았던 삼국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이 함께 전시된 것도 이번 전시회의 매력. 삼국지 전시관을 다 둘러보고 나면 ‘삼국시대 역사 유물관’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역사 유물관은 길이 106cm, 무게45kg에 달하는 청룡언월도를 젓가락처럼 휘두른 관우뿐 아니라 낫과 도끼를 들고 전장에 나선 평범한 민중들도 함께 살았음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전시된 곳으로 삼국시대의 화폐인 오주전, 구리로 만든 거울인 동경 등과 각종 순장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삼국지 영웅전을 주관한 ㈜예전엔터테인먼트 손홍달 대표는 “삼국지가 펼쳐진 당시의 시대 유물을 모아 전시회를 연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라며 “이 전시회를 열기 위해 2001년 말부터 중국 내 박물관을 돌며 유물을 모으고 진품 40여점의 해외 반출 허가를 받는 등 고생했지만 벌써 관람객이 5만명을 돌파할 만큼 삼국지 마니아들의 환영을 받고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세종문화회관에서 3월17일까지 계속된 후 대구로 옮겨 6월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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