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주식시장이 이라크전 개전을 앞두고 바닥 찾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증시 주변 전문가들도 종합주가지수가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상황은 개인투자자들이 다시 주식투자 비중을 늘릴 만한 호기라고 조언하고 있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개인투자자들은 1994년 주가지수가 1000을 돌파했을 때도 900선을 넘어서야 움직이기 시작하는 등 뒤늦게 시장에 진입해 손해를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금이야말로 적극적으로 주식투자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투자 적기” “주가 더 떨어질 것” 반응 엇갈려
또 최근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1조원대의 주식 매입 계획을 밝히고 연기금 역시 2월중으로 주식 비중을 대폭 늘릴 움직임을 보이는 등 하락장세 속에서도 개인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할 만한 호재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덕택에 시중 부동자금이 조금씩 움직이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단기성 대기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는 종합주가지수가 625포인트이던 1월23일 60조4500억원대를 기록했다가 57조원대(이하 2월8일 기준)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 돈이 모두 주식시장으로 이동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형편. 정작 순수주식형펀드 가입금액이 지난해 말 10조5000억원대에서 오히려 9조4000억원대로 줄어든 것만 봐도 아직 증시에 본격적인 자금 유입 움직임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최근 증시 상황을 둘러싸고 550선까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은 것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한다. 메릴린치증권 이원기 전무는 “장외 악재가 장기화하면서 펀더멘털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가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수출 증가세 둔화와 개인소비 위축 등 거시 차원의 악재들이 아직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은 투자 이익에 대한 ‘눈높이’를 낮춘 뒤 신중하게 진입 시기를 저울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식시장의 36%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사자’ 행렬에 동참하지 않는 한 본격적인 상승 국면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외국계 증권사에서는 최근 순매도 규모를 늘리며 서울증시 하락을 주도한 외국인들이 이라크전 개전으로 매수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린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물론 한편에서는 바닥이 임박했다는 판단으로 개인들이 쉽게 동요하는 데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있다. 평소 ‘고점매수 저점매도’를 주장해온 시카고투자컨설팅 김지민 대표는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750~800선까지 기다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표는 “주식을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어쨌든 지난해 하반기 내내 속을 끓인 개인들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쏟아부은 돈이 아까워 주식을 선뜻 팔지 못하고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일단 한푼이라도 건져볼 생각에 너무도 성급하게 내다 팔게 마련. 그러나 증시가 ‘바닥 찾기’에 들어간 지금과 같은 시점이야말로 성급하게 덤빌 것이 아니라 ‘묻어두고 기다리는’ 만만디 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는 충고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