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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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주의 매달린 ‘헌책방의 순례자’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3-02-12 17: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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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주의 매달린 ‘헌책방의 순례자’
    ‘헌책 수집가’ 조희봉씨(33)는 스스로를 ‘전작주의자’라고 부른다. 전작주의?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모으고 읽음으로써 그 작가와 작품세계를 모두 스승으로 삼아 자신의 세계로 받아들이는 것이란다. 전작주의는 그에게 삶의 나침반 구실을 하고 있는 셈이다. 조씨가 처음으로 작품을 모으기 시작한 작가는 소설가 이윤기. 그는 이윤기의 모든 책(소설 번역서 기타 모두 합쳐 72종 90권)을 모으고 읽었다. 그는 일면식도 없는 이윤기에게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그 후 조씨가 이윤기의 ‘1호 제자’가 되는 것으로 이어진다. 4000여권의 헌책을 소장하고 있는 조씨가 책을 수집하는 기준은 엄격하다.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인생의 길이 되어줄 수 있는 작가’들이 관심의 대상. 그런 선별과정을 거쳐 만난 ‘길을 밝혀주는’ 스승이 김우창 이윤기 안정효 고종석 등이다.

    헌책방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절판본 희귀본을 구할 수 있는 데다 숨어 있는 보석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겹겹이 쌓인 책들을 헤집으며 한권 한권 찾아가는 기쁨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헌책 갈피에 숨겨진 옛 주인들의 흔적은 덤. 그는 최근 ‘전작주의자의 꿈’이란 에세이집을 펴냈다. 헌책방 순례기, 책 고르는 지혜 등 헌책 수집가로서의 노하우부터 그의 전작주의의 대상이 된 작가들에 대한 작가론, 그들의 글에 대한 비평을 엮은 책이다.

    그의 이력은 평범하다.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 정보통신회사에서 6년 동안 근무한 게 전부다. 낙향을 결심하고 지난해 11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서울과 인천의 헌책방을 자주 찾지 못하는 게 아쉬울 법도 하지만, 그는 “시간 여유가 있는 다른 직장에서 일하며 느긋하게 책 읽고 글쓰는 재미에 빠져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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