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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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엔진 최강자 ‘PW’의 고공비행

전 세계 민간 제트기 60%에 장착 … GE도 무시 못할 초일류 경쟁력

  • < 하트포드=윤영호 기자 > yyoungho@donga.com

    입력2005-01-10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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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기 엔진 최강자 ‘PW’의 고공비행
    20세기 최고 경영인의 눈물’. 지난 7월3일 유럽집행위원회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과 항공기 전자업체 하니웰의 합병을 허가하지 않음으로써 미국 경영계의 살아 있는 신화 잭 웰치 GE 회장이 큰 타격을 입었다. 웰치 회장은 은퇴 시기까지 미뤄가며 하니웰 인수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지만 결국 인수 실패라는 오점을 남겼다.

    그러나 웰치의 ‘눈물’ 뒤에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사(UT)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당초 하니웰에 관심이 없던 웰치가 지난해 10월 하니웰 인수 방침을 전격 발표한 것은 UT의 하니웰 인수 계획을 들은 직후였다. 웰치가 제시한 인수가는 109년 GE 역사상 최대 금액인 450억 달러(약 50조8500억 원). 이때까지만 해도 웰치의 승리는 눈에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UT도 만만치 않았다. UT는 EU 집행위를 상대로 GE의 하니웰 인수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집중 홍보했고, 그러잖아도 GE의 독과점을 우려한 EU 집행위는 GE의 하니웰 인수를 불허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GE를 상대로 한 UT의 ‘복수전’이 멋지게 성공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GE는 지난해 매출 1298억5300만 달러를 기록, 포천지 선정 ‘2001년 미국 500대 기업’ 가운데 5위에 오른 기업. 반면 지난해 매출 265억8300만 달러를 기록한 UT는 GE보다 한참 처지는 64위에 랭크되었다. 그런데도 웰치가 UT의 동향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은 미국내 항공기 엔진 시장을 양분하는 GE 산하 GE엔진과 UT 계열 프랫 앤 휘트니(PW)가 ‘제로 섬’ 게임을 벌이고 있기 때문.

    미국 코네티컷주 주도(州都) 하트포드에 본부를 둔 UT그룹은 PW 이외에도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 제조업체 오티스, 냉난방 시스템 공급업체 캐리어, 항공 우주용 및 산업용 시스템 공급업체 해밀턴 선드스트랜드, 헬기 제조업체 시코르스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 받는 연로전지 생산업체 IFC 등을 계열사로 거느렸다. 이 가운데 PW는 지난해 매출 73억6600만 달러를 기록, 84억3000만 달러의 캐리어와 함께 UT그룹의 주력 계열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지 시각으로 7월9일 아침 이스트 하트포드 PW 본사를 방문한 기자는 방문증 발급에서부터 ‘미국 제조업의 최후 보루’를 지키려는 이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까다로운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쳐 발급 받은 방문증 하단에는 빨간색 실선 표시가 되어 있었는데, 나중에야 그것이 외국인임을 표시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80년대 이후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일본에 밀렸지만 군수산업 분야만큼은 양보할 수 없고, 이를 위해 사소한 기밀도 유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해석되었다.

    항공기 엔진 최강자 ‘PW’의 고공비행
    이런 ‘보안의식’은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우선 본사에 근무하는 ‘외국인’들은 회사의 메인 컴퓨터에 연결하지 않은 컴퓨터를 사용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자신들의 초청으로 방문한 기자도 본사 건물과 항공기 엔진 생산 라인 정도는 둘러볼 수 있었지만 중앙연구소는 아예 소개조차 받지 못했다. 회사의 ‘심장’에 해당하는데다 미 국방성이 의뢰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하트포드 미들타운에 있는 엔진 생산 공장의 생산 라인은 일본 도요타 자동차 생산 시스템의 장점을 벤치마킹해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켰다는 점이다. 도요타 시스템으로 알려진 이 생산 방식은 부품 조달을 합리화해 필요한 양만큼만 적기에 공급 받는 방식으로, 조립 과정의 ‘군살’을 제거한 것으로 유명하다. PW는 98년 일본 도요타자동차 관계자들을 초청, 이들에게서 직접 도요타시스템을 전수 받았다고 한다.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를 안내한 한국계 미국인 직원 로버트 W. 장씨는 “생산 라인 혁신으로 엔진 한 대를 조립하는 데 걸린 기간이 97년 평균 36일에서 작년에는 18일로 단축되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부품을 적기에 공급하지 못한 협력업체 때문에 라인을 세워야 할 경우 협력업체는 계약에 따라 벌금을 물도록 되어 있어 PW에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의 삼성항공도 늘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엔진 생산 공장은 모두 6개 라인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2개 라인은 군용기 엔진 전용 라인으로, 외부인이 조립 과정을 볼 수 없도록 검은 천으로 라인 전체를 가린 채 작업하고 있었다. 4개의 민간 항공기 엔진 생산 라인 한쪽에는 태극기와 함께 대한항공 로고가 걸려 있어 대한항공이 운항할 민항기에 납품할 엔진임을 알 수 있었다. 로버트 장씨는 “대한항공은 PW의 고객 가운데 3위를 기록할 정도로 PW 엔진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PW가 생산한 엔진은 현재 6500대 이상의 민간 제트 항공기에 장착했다. 이는 전 세계 민간 제트 항공기의 60% 수준. 또 미 공군을 포함, 20개 국 군용 항공기 6800대에 엔진을 공급했을 뿐 아니라 PW의 F119 엔진은 미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F-22의 엔진으로 선정되었다. 국제사업개발본부 O.R. 랜드럼 전무는 “PW는 지금까지 미 공군을 포함해 F-16 및 F-15 엔진 962대를 공급한 반면, GE는 383대를 공급했다”면서 “특히 그리스의 경우 F-16을 도입하면서 92년에는 GE 엔진을 선택했으나 작년에는 PW 엔진을 선택했다”고 자랑했다.

    랜드럼 전무는 PW가 군용기의 주력 엔진으로 생산하는 F100 엔진의 장점으로 ‘검증된’ 엔진이라는 점을 들었다. 지난 27년간 전 세계 공군이 운용하는 F-16의 65%가 이 엔진을 사용하였고, F-15에는 100% 이 엔진을 공급함으로써 1500만 시간 이상의 비행시간을 기록했기 때문에 성능이 충분히 검증되었을 뿐 아니라 실제 작전을 통해 성능 개량을 계속 해왔다는 얘기다.

    PW가 이런 과정을 거쳐 91년에 개발한 엔진이 F100-229 엔진. 랜드럼 전무는 “최근 미 공군 주관으로 전투기가 실제 상황에서 조우할 수 있는 가장 혹독한 조건에서 엔진을 테스트하는 고강도 AMT 시험 결과 이 엔진은 탁월한 내구성을 보여주었다”면서 “지금까지 미 공군이 보유한 어떤 엔진에 대해서도 일찍이 실시한 적이 없는 고강도 AMT 시험을 통과한 PW의 F100-229 엔진과,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시험비행에서만 인증을 받은 GE의 F-15용 엔진을 비교하지 말아 달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지난 6월 한국 공군과 주한 미 공군이 운용하는 F-16이 잇따라 추락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랜드럼 전무는 이에 대해 “추락 전투기의 엔진은 F100-229보다 한 단계 낮은 F100-220 엔진이다”면서 “미 공군의 자료에 따르면 미 공군이 F100-229 엔진을 장착해 운용해 온 지난 10년간 F-15E는 엔진 결함으로 인한 손실이 단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답했다.

    PW 사람들은 ‘끊임없는 개량과 혁신’이 PW의 전통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전통은 1925년 PW를 설립한 렌트슐러가 비행기 엔진은 수랭식이어야 한다는 당시 전문가들의 이론을 뒤엎고 공랭식 엔진을 만들어 항공산업에 ‘혁명’을 가져온 데서 비롯했다고 한다. 로버트 장씨는 “미국 항공업계 관계자들이 ‘GE에서는 경영을 배울 수 있는 반면, PW에서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PW의 이런 전통 때문일 것이다”고 설명했다.

    PW가 이런 전통을 계승할 수 있는 것은 인재 양성에 많은 힘을 쏟았기 때문. 이 회사 홍보책임자 로리 J. 타디프는 “사원들이 대학원 과정에 등록하면 회사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학비를 전액 지원한다”고 자랑했다. 설사 공부를 마치고 다른 회사로 전직하는 경우가 있다 해도 어차피 같은 업종에 종사하면서 미국 항공산업의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므로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PW를 둘러보면서 ‘사람이 곧 경쟁력’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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