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액시오스 3월 25일(이하 현지 시간) 보도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는 이란 민중 봉기를 유도해야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공동 메시지 발표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3월 24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최근 일주일 동안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란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도록 전쟁을 계속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뉴시스·챗GPT 생성 이미지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의견 충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종전 협상을 제안하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장 마뜩찮은 반응을 내보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전쟁을 함께 시작했지만 양국이 서로 다른 전쟁 목표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을 장기적인 안보 위협 대상으로 보고 정권교체를 넘어 신정체제 붕괴까지 겨냥하고 있다.실제로 미국 액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정권이 수뇌부 대거 암살 등으로 혼란에 빠져 있는 틈을 타 민중 봉기를 유도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동 메시지 발표를 제안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도대체 왜 사람들에게 거리로 나오라고 해야 하나”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해 네타냐후 총리의 제안을 거절했다. 액시오스는 “최근 양국 정상 간 통화에서 이란 내 민중 봉기 유도 문제를 놓고 의견이 충돌했다”면서 “두 정상이 이란과의 전쟁을 벌이는 목표가 다르다는 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실세이자 2인자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과 유혈 시위 진압을 주도한 골람레자 솔레이마니 바시지 민병대 사령관 등을 잇달아 암살한 배경도 이란 국민의 봉기 여건을 조성하려는 것이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이란과의 협상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하고 핵 위협을 제거하는 것을 승리 선언의 조건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이란의 신정체제를 완전하게 붕괴시켜 중동지역에서 통제 불능 상태를 초래하는 것보다 적정선에서 협상을 타결하려는 전략적 계산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3월 21일(이하 현지 시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모든 발전소들을 파괴하겠다면서 ‘48시간 최후통첩’을 제시한 뒤 23일 다시 이란과 협상하겠다면서 ‘5일간 유예’를 선언하자 네타냐후 총리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을 혼란에 빠진 이란 정권을 붕괴시킬 ‘기회의 창’으로 간주해온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을 수주간 계속하기를 희망해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에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이란에 대한 공습을 확대하고,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를 축출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3월 3일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테헤란 '자유의 탑'(Azadi Tower) 뒤에 연기가 치솟고 있다. 뉴시스
네타냐후의 중동 재편 5단계 전략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과의 전쟁에 나서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부추겨온 것은 중동지역 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전쟁을 통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 분쇄 △헤즈볼라 등 이른바 ‘저항의 축’ 세력 제거 △이란의 핵 개발 저지와 탄도미사일 파괴 △걸프 산유국 및 아랍국들과의 수교 및 연대 △새로운 중동질서 구축 등을 5단계의 전략을 추진해왔다.네타냐후 총리로선 이런 전략을 성사시키려면 무엇보다 이란의 신정체제를 붕괴시키는 것이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해왔다. 실제로 미국 싱크탱크인 중동 연구소 아랍센터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중동 질서 재편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3월 12일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은 수십 년 동안 국민을 억압해 온 신정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서 “특히 중동 지역 국가들과 새로운 협력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중재했던 이스라엘과 아랍국들의 관계 정상화인 ‘아브라함 협정’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브라함 협정은 2020년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레인, 모로코, 북아프리카의 수단 등 4개국이 수교하고 평화협정을 맺은 것을 말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수교를 통해 아브라함 협정을 완성할 계획이었지만 사우디가 가자 전쟁이 발발 후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중단했었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인도에서 출발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을 거쳐 유럽으로 연결되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India-Middle East-Europe Economic Corridor)’ 구축에도 적극 나서왔다. IMEC는 철도, 해상, 에너지, 디지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초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다. 기존 수에즈 운하를 통한 물류 루트보다 운송 시간을 최대 40%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고속도로’로 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1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모든 발전소들을 파괴하겠다면서 ‘48시간 최후통첩’을 제시한 뒤 23일 다시 이란과 협상하겠다면서 ‘5일간 유예’를 선언했다. 뉴시스
NYT “빈 살만이 트럼프에 이란 공격 강행 요청”
그런가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협상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인 지도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도 주목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3월 24일 빈 살만 왕세자는 최근 일주일 동안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란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도록 전쟁을 계속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NYT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이란이 걸프 지역에서 장기적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이란 정권을 붕괴시켜 역사적인 중동 지역 재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종전 구상은 실수라며 미군이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고 지상전도 강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에 유가 상승과 그에 따른 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자 빈 살만 왕세자는 그 영향은 일시적일 것이라며 설득했다고 한다. 반면 사우디 정부는 빈살만 왕세자가 전쟁 장기화를 부추겼다는 이런 보도를 일축하며 “사우디는 이번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평화적 해결을 항상 지지해왔다”고 밝혔다.
빈 살만 왕세자가 이런 강경한 주장을 한 의도는 무엇일까. 사우디는 이란 정권이 전복되지 않은 채 전쟁이 끝나면 자국이 심각하고 직접적인 안보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혁명수비대가 이끄는 이란 정권이 신정체제를 더욱 강화하면서 반미 노선을 강화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란은 사우디 등의 석유 수출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을 주기적으로 폐쇄하는 등 걸프 산유국들을 압박할 수도 있다.
이란 정권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채 ‘빈사 상태’로 연명해도 사우디로선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혁명수비대 등 강경파가 걸프 산유국들의 에너지 시설 등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NYT는 “빈 살만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물러나면 사우디 등 걸프 산유국들이 더욱 강경해진 이란에 홀로 대응해야 할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야스민 파루크 걸프 지역 프로젝트 소장도 “사우디는 전쟁이 끝나기를 원하지만, 어떻게 끝나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중간에 멈춘 군사작전은 오히려 이란의 보복 능력을 남겨두고 사우디를 반복적인 공격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마찬가지로 빈 살만 왕세자 역시 중동 지역 질서를 재편하려는 노림수를 갖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는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중동지역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특히 이란이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신정체제 국가인 이슬람공화국을 세우면서 왕정 국가인 사우디는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념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해왔다. 이란은 또 헤즈볼라를 비롯해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등을 지원하면서 반미 연대인 ‘저항의 축’을 구축해 사우디 등 수니파 국가들에 맞서왔다. 때문에 빈 살만 왕세자에게는 이란 신정체제 붕괴가 중동 지역의 질서를 자국 등 수니파 국가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구축하는 기회로 작용한다. 특히 빈 살만 왕세자는 안보 불안이 지속될 경우 사우디가 추진 중인 ‘비전 2030’ 프로젝트가 외국인 자본 유입 등 대규모 투자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우디를 글로벌 경제 허브로 탈바꿈시키려는 빈 살만 왕세자의 원대한 구상은 이란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존재한다면 언제든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1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모든 발전소들을 파괴하겠다면서 ‘48시간 최후통첩’을 제시한 뒤 23일 다시 이란과 협상하겠다면서 ‘5일간 유예’를 선언했다.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