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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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후 하루 평균 11명 내원”… 투자 손실과 가정불화 호소

박종석 전문의 “큰 손실 본 투자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겪어… 최소 2개월 주식 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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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6-04-04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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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석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원장. 박해윤 기자

    박종석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원장. 박해윤 기자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이 상당히 좋지 않았나. 하지만 그때도 주로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증후군 때문에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가 하루 평균 2∼3명으로 적잖았다. 그런데 올해 1월부터 과도한 레버리지나 인버스 투자로 손해를 봤다며 내원하는 사람이 하루 4∼5명으로 늘었다. 2월 들어선 미국 주식으로 큰 손실을 본 이들의 방문이 많아졌다. 미국-이란 전쟁이 시작되고 3월에는 하루 평균 11명 정도가 주식투자 손실과 이에 따른 가정불화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박종석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원장은 “최근 주식시장이 롤러코스터 같은 장세를 보이면서 패닉과 우울증, 공황장애를 겪는 이가 적잖다”며 이같이 전했다. 투자 중독은 아직 법적, 의학적으로 중독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도박과 구별할 수 없는 비합리적 투자, 건강한 일상을 해치는 투자 중독은 ‘질병’으로서 치료해야 한다는 게 박 원장의 설명이다. 

    “집중력·판단력 잃은 투자, 정신건강도 해쳐”

    박 원장은 “성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처럼 집중력과 판단력을 잃은 상태에서 주식투자에 올인하면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정신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고 조언한다. 3월 31일 박 원장에게 급등락을 반복하는 주식시장에서 멘털 관리법과 건강한 투자 태도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등락을 반복하는 주식시장이 투자자 심리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나. 

    “최근 주식시장 불확실성은 미국-이란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이슈 때문에 발생했다. 개인 입장에선 손쓸 수 없는 거대한 폭풍에 휘말려 무기력감을 느끼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큰 손실을 본 투자자는 마치 재난을 겪은 것처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같은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오늘만 해도 코스피(종가 기준 전일 대비 4.26% 하락)가 크게 내렸는데 손실을 본 상당수 투자자는 의사결정에 자신감을 잃고 불안을 느끼기 십상이다.”



    주식투자 중독이 심해지면 성인 ADHD 같은 상황에 처한다고. 

    “연말 연초 빚투나 영끌 등 올인 전략으로 수익을 낸 이들이 있다. 이런 투자 성공 사례를 보고 마음이 흔들려 뒤늦게 주식시장에 들어간 사람은 손해를 많이 봤을 것이다. 혼자 뒤처질 수 없다는 불안감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사람은 성인 ADHD처럼 판단력과 집중력이 흐려지게 된다. 예를 들어 이런 투자 행태를 보이게 된다. 우선 주식을 계속 사고판다. 일단 우량주를 샀다가 주가가 흔들리면 곧장 팔고 다른 종목을 매수하는 식이다. 어느 순간 본전이라도 빨리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2배짜리 레버리지를 사고 인버스로 갈아타기도 한다. 그러다 원유나 달러, 금은으로 스윙 투자를 한다. 불안과 공황장애를 야기하는 성인 ADHD 환자가 보이는 행동과 유사하다.”

    주식투자 중독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이들은 주로 어떤 문제를 겪나.

    “구체적인 상담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직장에서 근태 불량이나 동료와의 관계 악화로 권고사직을 당한 이도 있다. 또한 손실을 만회하고자 지인에게 돈을 빌리거나, 가족에게 거짓말을 반복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최근 주식 중독으로 내원하는 사람 중 절반가량은 가정불화나 이혼 위기를 함께 겪을 정도다.”

    박종석 원장은 “도박성 투자에 중독된 뇌는 이미 변성된 상태로, 최소한 2개월은 투자를 멀리하며 휴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GETTYIMAGES

    박종석 원장은 “도박성 투자에 중독된 뇌는 이미 변성된 상태로, 최소한 2개월은 투자를 멀리하며 휴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GETTYIMAGES

    정신건강의학적으로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기본적으로 상담치료와 인지치료가 메인이다.  불안을 낮추는 소량의 약물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심각한 주식 중독에 빠진 사람의 뇌는 너무 뜨거워진 상태다. 뇌를 진정시키고 휴식을 취하는 게 핵심이다. 한 환자의 경우 가족과 상의해 폴더폰을 사용하게끔 했다. 심한 주식 중독으로 하루에도 스마트폰에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를 깔고 지우기를 수차례 반복할 정도였다. 하지만 해당 환자는 이내 통신사 대리점을 찾아 스마트폰을 개통했다. 한 가지 방법으로 주식 중독을 치료할 수는 없다. 도박성 투자에 중독된 뇌는 이미 변성된 상태다. 최소한 2개월은 투자를 멀리하고 뇌를 쉬게 해야 중독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나갈 수 있다. 가족과 주변 사람의 도움도 있어야 한다.”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한 투자는 큰 손실로 이어지기 쉽다고 하는데.  

    “외부 자극이나 다른 사람의 말에 더 쉽게 휘둘리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각종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리딩방과 유튜브에 가짜 전문가나 사기꾼이 많은 상황에선 특히 위험하다. 자칫 처음 잃은 돈보다 더 큰 돈을 잃는 ‘2차 재난’을 겪을 수도 있다. 감언이설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자신의 집중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평소보다 저하됐음을 인정하고 한동안 주식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

    상당수 투자자가 주가 상승 국면에 추격 매수했다가 시장이 출렁이면 불안감에 매도한다.

    “확증편향과 단기투자의 함정에 빠진, ADHD와 같은 투자 때문이다. 상당수 투자자가 ‘내가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른다’는 편향된 생각에 매수와 매도를 반복한다. 합리적 근거를 갖고 종목을 발굴하는 게 아니라 남들을 따라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당수 개인투자자가 알 정도의 정보라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소진된 재료다. 이런 종목 주가는 이익 실현 물량으로 정체기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잠깐의 출렁임을 참지 못하고 주식을 단기에 사고팔기를 반복한다면 손실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최근 미성년 자녀에게 경제 교육 차원에서 주식투자를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바람직한 교육 방향은.

    “나 같은 사람의 인터뷰 기사나 영상을 반면교사로 보여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웃음). 나는 정신과 의사지만 한때 주식투자에서 마음을 컨트롤할 수 없었다. 투자를 처음 시작한 사람이 초심자의 행운으로 돈을 조금 벌면 전능감이 생기고 도파민 중독에 빠지기 십상이다. 자녀에게 어려서부터 주식 공부를 시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주식투자를 해야 돈을 번다’는 식으로 도파민만 가르치려고 들어서는 안 된다. 그 대신 주식투자에 필요한 경제, 회계, 재무 등 기본기와 함께 멘털 공부도 함께 시켜야 한다. 투자에는 노력과 공부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건강한 태도와 마음가짐이 기본이라고 말이다.”

    “최고 우량주는 나 자신임을 잊지 말자”

    요즘 투자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꾸리나. 

    “주로 ETF(상장지수펀드)에만 투자하지만 최근 예외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담았다. 특정 종목을 산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다만 무리한 투자는 하지 않았고, 현재 여유 자금 10분의 1만 투자했다. 솔직히 말하면 손실을 본 부분도 약간 있다(웃음). 다만 나는 향후 AI(인공지능) 산업의 우상향 전망에 장기투자를 할 생각이다. 코스피를 이끄는 두 종목은 ETF에 준하는 안정성을 가진다고 본다. 말하자면 대한민국에 투자한 셈이다.”

    최근 혼란한 주식시장을 보면서 불안해하는 투자자에게 조언하자면. 

    “투자 손실로 많이 힘들겠지만 자책하지 말고, 남 탓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식 중독이 심하다면 한동안 투자를 멈추고 본업에 집중하면서 뇌를 쉬게 할 필요가 있다. 최고 우량주는 나 자신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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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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