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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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공연 뒤 하이브 주가 급락… 주식시장의 재료 소멸 법칙

[김성효의 주식탐사대] 기대가 선반영된 경우 좋은 결과 나와도 주가 하락해

  • 김성효 글로벌사이버대 재테크·자산관리학과 교수

    입력2026-04-07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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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0일 정규 5집 앨범 ‘ARIRANG(아리랑)’을 발매한 그룹 BTS(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3월 20일 정규 5집 앨범 ‘ARIRANG(아리랑)’을 발매한 그룹 BTS(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3월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은 들끓었다. BTS 컴백 공연을 보러온 수만 명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넷플릭스로 생중계되는 이 무대를 직접 보겠다며 전 세계에서 날아온 외국인들이 인근 호텔을 동냈다. 공연 며칠 전부터 언론도 들떠 있었다. “역대급 규모” “한국 대중문화의 역사적 순간” “글로벌 팬덤 집결”…. 하이브 주가는 공연이 다가올수록 차분히, 그러나 꾸준히 상승했다. 모두가 대단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 세계로 뻗어나간 생중계, 쏟아지는 찬사. 모든 것이 기대 이상이었다. 그러나 3월 23일 하이브 주가는 15% 넘게 떨어졌다.

    같은 시기, 같은 장면이 다른 업종에서도 펼쳐졌다. 게임사 펄어비스의 기대작 ‘붉은사막’ 얘기다. 수년간 개발을 이어온 이 게임은 출시를 앞두고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트레일러가 공개될 때마다 커뮤니티가 들썩였고 “기다렸다”는 말이 넘쳤다. 그런데 출시 하루 전날인 3월 19일 펄어비스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출시 당일인 20일엔 거기서 10%가 더 빠졌다. 게임은 흥행했고 낙폭을 서서히 만회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주가 40%가 증발한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성공한 공연, 흥행한 게임. 그런데 주가는 폭락했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택배 도착하면 설렘 사라진다”

    불꽃놀이를 생각해보자. 불꽃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순간, 관중은 숨을 참는다. 기대가 절정에 이른 후 불꽃과 환호가 터진다. 그리고 연기만 남는다. 다음 불꽃이 올라오지 않는 한, 사람들 시선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한다.

    주식시장에서 기대감이란 그 불꽃이 올라가는 시간이다. 주가 상승은 미래의 좋은 소식을 현 가격에 미리 집어넣는 행위다. BTS 공연이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는 동안 하이브 주식을 산 사람들은 이미 그 기대를 돈으로 사둔 것이다. 그러니 공연이 실제로 열리는 순간, 시장에 새로 들어올 재료가 사라진다. 불꽃이 터진 것이다. 환호는 울려 퍼지지만 주가에는 연기만 남는다. 이것이 바로 재료 소멸이다. 이 법칙은 게임과 엔터테인먼트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증시 어디서든 반복된다.

    기업 실적 발표나 엔터테인먼트업계의 공연, 게임업계의 신작 출시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많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기업 실적 발표나 엔터테인먼트업계의 공연, 게임업계의 신작 출시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많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실적 발표 시즌을 보라.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이 나와도 주가는 떨어진다. 이해가 안 된다고 고개를 젓는 투자자들이 매번 나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좋은 실적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기대가 현실이 되는 순간, 그 기대를 미리 사둔 사람들이 팔고 나간다. 마치 기다리던 택배가 도착하면 설렘은 사라지는 것처럼.



    정치 테마주 운명은 더 극적이다. 유력 대선 후보와 관련됐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폭등한 종목들이 있다. 그 후보가 당선한 후 어떻게 됐을까. 폭락했다. 낙선했을 때는? 역시 폭락했다. 당선이든, 낙선이든 결과와 상관없이 선거가 끝나는 순간 주가는 무너진다. 당선이라는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면 실제 당선은 새로운 재료가 아니다. 소풍을 고대하며 전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아이는 소풍 당일 아침이 되면 이미 흥분의 절반을 소진한 상태다. 소풍이 아무리 즐거워도 전날 밤의 설렘은 돌아오지 않는다.

    ‘좋다’와 ‘오른다’는 다르다

    반대 경우는 어떨까.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종목이 있다. 시장 관심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주가는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고, 커뮤니티에서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 예상치 못한 호재가 터진다. 이때 주가가 움직이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반영된 기대감이 없으니 현실 호재가 고스란히 주가를 밀어 올린다. 불꽃을 아무도 기다리지 않을 때 하늘에서 불꽃이 터지면 그 빛은 훨씬 선명하게 보인다.

    이것이 기대감 반영의 비대칭성이다. 기대가 충분히 반영된 곳에서는 좋은 결과가 나와도 주가가 하락한다. 기대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곳에서는 평범한 결과만 나와도 급등한다. 주식시장에서 ‘좋다’와 ‘오른다’는 다른 말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좋은가가 아니라, 얼마나 알려져 있는가다. 여기서 비롯된 주식시장의 격언이 있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

    물론 이 말을 알고 있다고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BTS 공연이 다가오는 동안 하이브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은 어떤 심리였을까. “공연이 끝나고 나서 팔아야지”가 아니라, “더 오를 것 같은데”였을 것이다.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월드투어가 이어질 것이니 어마어마한 매출을 기대했을 테다. 원/달러 환율마저 우호적인 상황이다. 인간 본능은 기대가 클수록 더 오래 들고 있게 만든다. 기대감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이 바로 팔아야 할 타이밍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손이 따라가지 않는다. 그래서 이 법칙은 반복된다. 매번 같은 패턴이 펼쳐지고, 새로운 투자자들이 매번 같은 함정에 빠진다. 역사는 기억하는 사람에게만 교훈이 된다.

    정말 좋은 기업이라면 서두를 필요가 없다. 불꽃이 터진 뒤 연기가 걷히고, 군중이 흩어지고, 광장이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그때 남아 있는 것이 진짜 가치다. 불꽃놀이가 끝난 광장에 남은 것이 없다면 애초에 불꽃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불꽃이 걷힌 뒤에도 빛이 남아 있다면 그것이 바로 다음에 사야 할 이유가 된다.

    기대감이 주가를 만들고 현실이 기대감을 소멸한다. 이 순환을 이해하는 투자자와 모르는 투자자의 차이는 공연이 끝난 다음 날 하이브 주가 앞에서 선명하게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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