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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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늪에 빠진 부동산시장 돌파 전략은?

[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발품 팔아 숨은 정보 찾고, 역발상으로 확증편향 버려야

  •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 johns15@daum.net

    입력2026-04-04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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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 뉴스1

    미국-이란 전쟁은 불확실성이 글로벌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다시금 일깨워줬다. 세계는 23년 전 이라크 침공 때처럼 미국이 중동 정세라는 수렁에 빠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시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개전 명분이던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한다”는 정보가 불확실하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우리가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들(unknown unknowns)’이 있기 마련”이라며 이라크 리스크를 조기에 제거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후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게 밝혀졌고 럼즈펠드의 ‘불확실성’ 철학은 정보 실패의 대표 사례로 회자됐다. 

    투자 불확실성 헤쳐 나갈 ‘럼즈펠드 매트릭스’

    조영광 제공

    조영광 제공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럼즈펠드 매트릭스’는 자산시장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투자와 관련된 정보의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불확실성에서 탄생한 럼즈펠드 매트릭스를 활용해 2026년 정치·경제·사회 문제가 뒤엉켜 불확실성 늪에 빠진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의 돌파 전략을 분석했다.

    ① 역세권·학군 입지에 트렌드 더하기

    럼즈펠드 매트릭스의 가로축은 ‘정보 정확성’, 세로축은 ‘정보 인지(認知) 상태’에 해당한다. 이 두 가지 축을 바탕으로 정보를 4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게 뼈대다(표 참조). 이 가운데 먼저 살펴볼 정보 유형은 시장에 널리 알려진 정제되고 확실한 정보다. 부동산 투자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입지 정보와 시장 데이터, 법령정보가 여기에 속한다. 국내시장에서 부동산 입지 정보와 관련된 데이터는 장기간 축적됐다. 아파트가 보편화됨에 따라 좋은 입지와 나쁜 입지에 대한 대중의 잣대가 비교적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특정 ‘◯세권’이 유행을 타면서 입지 트렌드 변화가 빨라지는 추세다. 시장 데이터의 경우 공공 및 민간 부동산 기관이 제공하는 가격, 공급, 거래량 등 통계가 많다. 프롭테크(부동산+기술) 발달로 이 같은 통계에 대한 접근성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법령정보는 재건축·재개발 수익성을 결정하는 용적률과 건폐율 등이 일반에 공개돼 있다. 이런 정보들을 유심히 분석해 도시계획을 미리 파악하면 미래 도시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이처럼 확실한 정보를 대하는 부동산 투자자의 바람직한 자세는 ‘정보 더하기’ 전략을 잘 마련하는 것이다. 입지 정보에서 더하기 전략의 경우 원칙은 물론 트렌드까지 민감하게 파악하는 게 관건이다.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입지 판단의 중요 원칙은 역세권과 학군이다. 입지 트렌드는 내 집 마련을 꿈꾸며 시장에 진입하는 젊은 세대나 코로나19 사태 같은 예측 불가능한 대형사건, 교통이나 인공지능(AI) 등 기술 진보로 일어난다. 가령 최근 젊은 세대가 슬세권(슬리퍼로 이동할 만큼 가까운 생활권), 몰세권(쇼핑몰 생활권) 등 도심 편의 시설을 중시하는 풍조는 부동산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공세권(공원 생활권)이 주목받았고, 철도 기술 발달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생활권이 부상했다. 부동산 입지의 기본 원칙을 의사결정 중심에 두되, 시장 신규 진입 세대와 대형사건, 기술 진보 등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포착한다면 추가적인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



    시장 데이터의 더하기 전략은 무작정 많은 데이터를 보는 게 아니다. 의사결정 목적에 맞는 데이터를 선별하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이 핵심이다. 상당수 부동산 관련 뉴스는 데이터 일부분을 자극적으로 확대하거나 심지어 왜곡하기도 한다. 왜곡과 편향에서 비롯되는 오류를 피하려면 장기적·균형적 관점에서 최신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을 판단해야 한다. 

    법령정보에서 더하기 전략은 필요한 법령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관심 있다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분양시장에 관심 있다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임대시장을 알고 싶다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공부하고 변경 내용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지금 같은 부동산 규제 국면에선 소득세법, 지방세법 등 세법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현장에서 학원가 공실률과 ‘올다무’ 개점 체크

    ② 부동산정책 및 시장 사이클

    두 번째로 살펴볼 정보 유형은 ‘인지된 불확실성’이다. 부동산시장에서 ‘모른다고 인정하는 변수’로는 부동산정책, 시장 사이클, 개발 속도 등이 있다. 부동산정책의 경우 정권마다 대체적인 방향은 알 수 있지만 어떤 정책을 어느 정도 강도로 언제 실행할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부동산시장 사이클은 거시·미시 경제, 대내외 여건, 들쭉날쭉한 심리 등 변수가 복잡하게 뒤엉켜 가늠하기 힘들다. 부동산 개발의 뜨거운 감자인 개발사업의 경우 각종 국가 계획으로 밑그림이 그려져 있으나 실행 시점을 콕 집어 예측하기는 어렵다. 각 지방자치단체나 주민들의 건의 혹은 반대에 따라 변경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지된 불확실성을 대할 때는 꼼꼼한 분석이 필수다. 예를 들어 다주택자 규제가 시행된다고 하면 그 대상자가 얼마나 많고 파급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예측해보는 것이다. 2024년 기준 다주택자 비중은 15%에 불과하지만, 다주택자 중에서도 상위 20%가 전체 자산의 78%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규제 효과는 상당할 것임을 알 수 있다. 

    ③  ‘숨겨진 보석’ 정보, 뺄셈이 관건 

    세 번째로 살펴볼 것은 시장 참여자 대다수가 인지하지 못하는 숨겨진 보석 같은 정보다. 지리적 재화인 부동산 특성상 수치나 기록을 넘어 현장에서만 체득할 수 있는 암묵지가 있다. 시장에 팽배한 과잉 심리에 가려진 본질적 가치나 고정관념에 반대되는 데이터, 지역 토박이 사이에서 공유되는 정보 등이 해당된다.

    예를 들어 부동산 심리를 대변하는 주택 거래량이 역대 최고 혹은 반대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면 시장 ‘온도’는 과대평가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선 부동산 입지와 상품성 같은 본질적 가치를 냉철하게 판단하는 눈이 흐려지기 십상이다. “한국 인구가 감소하면서 부동산도 퇴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은 와중에 최근 2년간 출산과 혼인이 늘어났다는 통계는 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예고한다. 현장을 직접 찾아야 알 수 있는 소식도 부동산 투자에 중요한 참고가 된다. 동네마다 학원가에 공실이 늘진 않았는지, 최근 대세로 자리 잡은 ‘올다무’(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 신규 입점이 있는지 여부 등 소소하지만 알짜 정보가 적잖다. 

    이렇게 숨은 보석 같은 정보를 접할 때는 덧셈보다 뺄셈이 관건이다. 부동산의 표면가치는 본질가치에 ‘소음’이 더해져 결정된다. 잘못된 고정관념이나 일시적 기대감, 단기 급등락을 오가는 투자심리는 대표적인 소음이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임장과 역발상 시나리오 등 두 가지 대응 전략을 제안한다. 현장을 직접 찾아 디지털 정보로는 알 수 없는 부동산시장의 물리적 실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부동산 투자에선 역발상 시나리오가 중요하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확증편향에 빠져 유리한 정보만 수집하고 싶은 마음속 소음을 걷어내고, 기회에 숨겨진 리스크나 위기 속 감춰진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④ 블랙스완, 피해 최소화에 초점

    마지막 유형은 불확실성이 가장 큰 ‘우리가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정보’, 즉 ‘블랙스완’이다.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네이트 실버가 “우리가 질문하거나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사건”이 있다며 예로 든 9·11 테러 등이 해당된다. 한국 부동산시장에 대입하면 서울 강남이 흔들렸던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사태가 블랙스완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ETF·리츠로 충격 완화 가능

    이 정도 대형 악재가 터지면 누구나 자산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다만 평상시 치밀하게 준비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블랙스완 같은 사태는 정확한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겸손한 대응’이 현실적 방안이다. 여기서 필요한 게 자산을 시공간적으로 나누는 전략이다. 부동산이 한 지역이나 단일 상품에 몰려 있으면 위기 상황에서 직격탄을 맞게 된다. 따라서 지역과 상품이 쏠리지 않도록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자산과 관련된 타임라인에도 분할 전략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보면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 납부 기간을 최대한 여유 있게 설정함으로써 재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인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나 부동산 상장지수펀드(ETF) 등 적립식 분산투자를 활용하면 시장에 큰 충격이 와도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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