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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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시장 이끄는 새 트렌드 ‘브랜드타운’

[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서울 3포(반포·개포·마포)가 대표적… 소비자 인지도와 충성도 높아

  •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 johns15@daum.net

    입력2026-03-01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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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와 ‘아크로리버파크’. 뉴시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와 ‘아크로리버파크’. 뉴시스

    ‘브랜드(brand)’의 어원은 ‘불에 달구어 지지다’라는 의미의 고대 노르드어 ‘brandr’다. 고대 유럽에는 불로 달군 인두로 가축에 낙인을 찍어 소유권을 명시하는 관습이 있었다. 가축에 찍던 낙인이 점차 의미가 확장돼 제조자의 정체성과 품질 보증의 상징이 된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아파트 시장에선 주요 건설사가 저마다 브랜드를 내세워 각축을 벌이고 있다. 트렌드가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의류나 식품과 달리, 주택시장에서 핵심인 아파트 브랜드는 오랫동안 상위 리그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 희림건축 제공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 희림건축 제공 

    아파트 브랜드 상위권을 결정짓는 객관적 기준은 국토교통부가 매년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다. 시공능력평가는 건설업체의 공사 실적과 경영·재무 상태, 기술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순위를 매긴다. 건설업은 수행 기간이 긴 데다, 막대한 자본과 인력, 다양한 협력사 네트워크가 필수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아서 다른 산업에 비해 새로운 브랜드나 기업이 진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에 단골로 오르는 건설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포스코,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이다. 이들 기업의 아파트 브랜드가 이른바 ‘1군 브랜드’로서 굳건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아파트 브랜드는 어떤 역사적 흐름에서 태어났을까. 국내 1군 아파트 브랜드의 탄생은 IMF 구제금융 위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고도 경제성장기 한국에서 ‘집’은 일단 지어 놓으면 팔리는 상품이었다. 아파트 이름에 그저 ‘현대’ ‘삼성’ ‘대우’ 등 대기업 이름만 붙여도 그 자체로 신뢰 보증수표가 됐다. 하지만 IMF 구제금융 위기로 상당수 대기업이 해체되고 1998년 한 해에만 전국 평균 집값이 13%가량 폭락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소비자들은 집을 살 때 깐깐한 잣대로 현재뿐 아니라, 미래 자산가치까지 따지기 시작했다. 

    건설업계는 기존 방식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 차별화된 셀링 포인트를 확보하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1999∼2003년 ‘롯데캐슬’을 필두로 ‘래미안’ ‘e편한세상’ ‘자이’ ‘푸르지오’ 같은 1군 아파트 브랜드가 잇달아 탄생했다. 때마침 2002년 국내 주택보급률이 100%를 달성하면서 내 집 마련 잣대도 높아졌다. 당장 거주할 집만 있으면 된다는 생존형 주택 매입에서 ‘어떤 아파트인지’ 따지는 품질 추구형으로 주택시장 트렌드가 바뀐 것이다. 1990년대 후반 급락한 집값은 2000~2002년 3년간 30%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아파트 브랜드 열풍에 일조했다. 



    정비사업 뉴노멀 하이엔드 브랜드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삼성물산 제공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삼성물산 제공  

    아파트 브랜드는 부동산 초양극화 흐름을 타고 다시 한 번 진화했다. 2015년을 기점으로 인구와 경제적 부의 서울 쏠림이 강화되면서 부동산 초양극화가 극심해졌다. 지금도 계속되는 서울 집값의 구조적 상승이 이때 본격화했다. 이 시기 주요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속속 론칭됐다. 2013년 DL건설 ‘아크로’, 2014년 대우건설 ‘써밋’, 2015년 현대건설 ‘디에이치’, 2019년 롯데건설 ‘르엘’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첫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아크로는 반포 한강변의 ‘아리팍’(아크로리버파크, 2016년 8월 입주)을 앞세워 ‘한강변=하이엔드 아파트’ 공식을 시장에 각인했다. 이제 서울의 주요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선 건설업체들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세워 경쟁하는 것이 뉴노멀이 됐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소비자 뇌리에 각인된 아파트 브랜드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부동산 리서치 업체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3%가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지역 브랜드타운인지 여부’를 꼽았다. 브랜드타운은 같은 브랜드 아파트가 하나의 큰 마을처럼 밀집된 단지를 뜻한다. ‘아파트의 최신 설비, 디자인, 외관’은 2위(26%)였다. 첨단 설비와 디자인을 적용한 신축 아파트라도 시간이 흐르면 ‘최신’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반면 핵심 입지에 있는 수천 채 대규모 단지의 몸값은 시간이 흘러도 잘 유지된다. 

    서울에서 브랜드타운이 잘 형성된 곳으로 ‘3포(반포·개포·마포) 지역’을 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초구 반포동에는 “택시기사에게 반포에 있는 래미안 가달라고 하면 길을 헤매기 십상”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래미안 단지가 많다. 강남권에서도 최상위 입지인 한강변에 집중적으로 들어선 래미안은 높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재건축을 마치고 입주가 완료된 강남구 개포동에선 ‘디에이치아너힐즈’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등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가 강세다. 마포의 경우 래미안과 자이,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등 다양한 1군 브랜드가 연합 브랜드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브랜드타운은 크게 하나의 건설사 브랜드로 이뤄진 단일 타운과 여러 브랜드가 함께 들어선 연합 타운으로 나뉜다. 단일 브랜드타운의 가장 큰 강점은 소비자가 인식하기 쉽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다는 것이다. 반포, 개포 등 서울 핵심 재건축 단지에 들어선 대규모 신축 브랜드타운이 대표 주자다. 단일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라 애프터서비스가 원활한 편이고 단지 외관이 일관된 것도 장점이다. 소비자 선호가 높은 브랜드 대단지의 경우 부동산 하락장에서도 가격 방어가 잘 되는 편이다. 반면 건설사에 예기치 못한 부정적 이슈가 생기면 집단적으로 저평가를 받을 우려가 있다.

    여러 브랜드가 한데 모인 연합 브랜드타운은 건설사마다 차별화된 디자인, 설계, 조경이 적용된다. 이런 특징으로 단지마다 다양한 가격대가 형성되는 경향이 크다. 최근 준서울 입지로 주목받고 있는 경기 과천시, 광명시의 재건축 단지들이 연합 브랜드타운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이들 지역 연합 브랜드타운에서도 역세권 단지는 한때 어지간한 서울 지역보다 높은 가격 상승을 보였다. 반면 일부 비역세권 단지는 부동산 경기가 주춤하자 큰 가격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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