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퀀트 쇼크, 메모리 효율 개선이 오히려 수요 늘리는 리바운드 효과 낼 것”

AI 메모리 사용량 6분의 1로 감축… “삼성전자·SK하이닉스 유의미한 매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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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6-04-02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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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이 메모리 반도체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터보퀀트(TurboQuant)’ 기술을 발표한 뒤 메모리 3사 등 반도체 기업 주가가 급락했다가 반등하는 등 크게 출렁였다. 4거래일(3월 26~31일) 동안 삼성전자는 11.53%, SK하이닉스는 18.89% 하락했으나 4월 첫날 각각 13.44%, 10.66% 회복했다. 뉴욕 증시에서도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주가가 3월 30일(이하 현지 시간)에만 9.88% 꺾였다가 다음 날 4.98% 상승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터보퀀트 등장이 장기적으로 반도체 수요를 오히려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만큼 메모리 3사의 주가 상승 여력이 아직 충분하다고 전망한다.

    구글이 ‘터보퀀트(TurboQuant)’ 기술을 소개한 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 주가가 급락했다가 반등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구글이 ‘터보퀀트(TurboQuant)’ 기술을 소개한 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 주가가 급락했다가 반등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메모리 수요는 더 커진다

    구글은 3월 24일 구글 리서치 블로그에 ‘터보퀀트: 극단적인 압축으로 AI 효율성을 재정의하다’라는 논문을 공개했다. 터보퀀트는 거대언어모델(LLM)의 추론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모리 병목 현상을 해결해 인공지능(AI)에 사용되는 메모리 효율성을 높인 기술이다. 

    챗GPT나 제미나이 등 AI 기술은 학습형에서 추론형으로 발전하고 있다. 추론하고 답변을 생성하기까지 사용자와 나눈 대화 및 검색 결과 등 맥락 데이터를 임시 창고인 ‘KV 캐시’에 저장하는데, 대화가 누적될수록 KV 캐시가 차지하는 메모리 사용량도 그만큼 늘어난다. 이 경우 데이터를 임시저장소에서 가져올 때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터보퀀트는 데이터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크기를 6분의 1로 줄여 메모리 과부하를 줄이는 기술이다. 구글은 4월 23~27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국제 AI 학술대회 ‘ICLR 2026’에서 터보퀀트와 관련된 상세 연구 결과를 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터보퀀트에 활용된 핵심 알고리즘 개발에 참여한 한인수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3월 30일 온라인 연구 성과 설명회에서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 시장에 영향을 미친 사례”라며 “터보퀀트 기술은 어떤 AI 모델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터보퀀트 기술이 상용화하면 KV 캐시가 저장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에 반도체 주가가 급락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번 급락이 시장의 오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기술 효율성이 높아지면 자원 비용이 하락해 전체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이른바 ‘제번스의 역설’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는 전화 통화에서 “추론에 필요한 메모리 효율이 좋아지면 추론 AI 개발에 뛰어드는 이도 늘어나고 반도체 수요 역시 함께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숀 김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역시 3월 26일 블룸버그에 “터보퀀트로 성능 저하 없이 메모리 요구량을 낮춰 실행할 수 있다면 비용이 크게 감소해 AI 도입의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비용이 낮아지면 제품 채택 수요도 증가해 장기적으로 메모리 제조사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글은 3월 24일(현지 시간) 구글 리서치 블로그에 ‘터보퀀트: 극단적인 압축으로 AI 효율성을 재정의하다’라는 논문을 공개했다. 구글 리서치 캡처

    구글은 3월 24일(현지 시간) 구글 리서치 블로그에 ‘터보퀀트: 극단적인 압축으로 AI 효율성을 재정의하다’라는 논문을 공개했다. 구글 리서치 캡처

    ‘제2 딥시크’ 전망

    최근 구글이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연구 결과는 같은 연구진이 지난해 4월 발표한 논문을 재조명한 것이다. 반도체 투자 전문가인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는 전화 통화에서 “터보퀀트 기술은 1년 전 이미 논문으로 발표됐기 때문에 시장이 차익실현 근거를 만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에이전트 AI, 피지컬 AI 등 앞으로 KV 캐시가 급증할 상황에서 6분의 1 압축이 가능하다고 해도 플러스알파인 반도체 수요가 보장돼 있다”고 말했다. 김영건 하나증권 연구원은 3월 30일 보고서를 통해 “이번 주가 조정은 매크로 불확실성 국면에서 일부 차익실현 니즈가 해소된 계기”라며 “엔비디아 역시 유사한 방향의 논문을 제출했다는 점에서 볼 때 이번 반응은 내용보다 타이밍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터보퀀트발(發) 급락장은 지난해 1월 ‘딥시크 쇼크’에 비견된다. 당시 중국에서 저사양 칩으로 만든 딥시크가 등장하자 엔비디아는 하루 만에 약 17% 하락하는 등 AI 관련주가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2주 만에 엔비디아 주가는 딥시크 등장 이전 수치를 회복했고, 이후 신고가를 경신해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3월 27일 보고서를 통해 “터보퀀트와 딥시크는 모두 저비용-고효율 AI 구현을 위한 소프트웨어 최적화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향후 5년간 예상되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속도를 고려할 때 이러한 기술만으로 폭증하는 AI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3사 주가는 폭락했지만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메모리 호황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KB증권과 키움증권은 3월 30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각각 32만 원, 26만 원으로 제시했다. KB증권은 다음 날 SK하이닉스 목표주가 역시 기존과 같은 170만 원으로 발표했다. 김동원 연구원은 “1860년대 증기기관 효율 개선 이후 석탄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고 1900년대 인터넷 도입 이후 종이 사용량이 급증한 사례와 유사하게 효율 개선이 오히려 수요를 확대하는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중동 긴장 고조와 구글 터보퀀트 이슈에 따른 단기 주가 조정은 유의미한 매수 기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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