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0

2023.05.19

회생 기미 부동산시장의 걸림돌 3가지

[황재성의 부동산 맥락] 하락세 전세시장, 7만여 채 미분양 주택, 경고등 켜진 부동산 PF

  • 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입력2023-05-2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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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1]

    [뉴스1]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저점이 길어지거나 다시 한 번 소폭 조정 가능성이 있다.”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것 아니냐는 기대가 확산되는 가운데 하반기에 또다시 하향 조정 가능성을 제기한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 ‘부동산시장 동향(2023-04호)’을 통해 “부동산시장이 2022년 11월을 기점으로 바닥을 지나고 있다”면서도 이처럼 결론지었다. 하반기 추가 조정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수 전문가와 연구기관도 최근 나타나는 부동산시장 반등은 일시적이며,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는 데 적잖은 걸림돌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꽁꽁 얼어붙었다 해빙 분위기를 맞은 부동산시장을 언제든 다시 깨질 수 있는 살얼음판처럼 여기게 만드는 요인들은 무엇일까.

    최근 부동산시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부동산시장 경착륙 방지를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에 더해 거침없이 오르던 기준금리가 1월 이후 최근까지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 컸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가 거래량이다. 국토교통부(국토부)에 따르면 3월 주택 매매거래량은 5만2333건으로 집계됐다. 전월(4만1191건)보다 27.0% 증가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5만3461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시장 변화를 민감하게 보여주는 실거래 매매가격지수도 상승세가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이 5월 15일 발표한 보고서 ‘2023년 3월 공동주택 실거래 가격지수 공표’에 따르면 3월 전국 공동주택 실거래 가격지수는 118.6로 전월(117.7)보다 0.75% 상승했다. 10개월 만에 상승세로 반전했던 전월(0.42%)에 이어 2개월 연속 올랐고, 상승폭도 커졌다.



    불안심리 자극하는 전세시장

    부동산시장 소비심리도 좋아졌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3월 전국 주택매매 소비자심리지수는 103.6으로 전월(102.1)보다 1.5p 높아졌다. KB국민은행의 매수우위지수도 4월 22.3으로 전월(21.9)보다 0.4p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연초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와 기준금리 인상 랠리 중단에 따라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하향 안정돼 아파트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고 가격도 오르는 곳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하반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전세사기와 역전세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면서 반등세를 보이던 주택시장이 다시 위축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가 실거래 가격지수다. 4월 잠정 실거래 가격지수의 오름폭이 서울을 제외하고 모두 줄었고, 비수도권 지역은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최근 전세사기의 주 타깃이 됐던 연립·다세대주택은 침체 기미가 뚜렷하다. 2월 상승 반전에 성공했지만 3월에 다시 0.67% 떨어진 것이다.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연립·다세대주택의 침체는 4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4월 잠정 집계 결과 전국적으로 0.20%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서울(1.73%)과 인천(0.29%)이 상승 반전에 성공하면서 낙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전세도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2월 기준 실거래 가격지수는 110.6으로 전월보다 0.84% 떨어졌다. 시도별로도 강원(1.32%), 전북(0.55%), 대구(0.44%), 광주(0.32%) 등 4곳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가 모두 하락세에 머물렀다.

    문제는 전세금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전세시장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전세사기나 역전세 문제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저금리와 함께 2020년 7월 개정된 임대차 2법으로 전세금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비롯됐다. 2017년 12월부터 2019년 9월까지 하락세였던 전세금은 2019년 10월 상승세로 반전한 뒤 2020년 6월까지 0.09~0.28% 사이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0년 7월 0.32%로 상승폭을 키우기 시작해 그해 12월에는 0.97%를 기록했다. 이후 2022년 8월까지 거침없이 오르던 전세금은 기준금리 인상 이후 조정받기 시작했고, 역전세와 깡통전세가 속출했다.

    게다가 2021년 시세차익을 노리고 매매가와 전세금의 차이(갭)가 적은 주택에 투자하는 이른바 ‘갭투자’ 건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도 우려를 키운다. 국토부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가의 70% 이상을 전세보증금으로 충당한 건수가 2021년 7만3347건으로 전년 2만6319건보다 2.8배 늘어났다.

    우려는 이미 일부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집주인이 전세계약 종료 후에도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발생한 보증사고액이 1조83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사고 금액(1조1726억 원)과 맞먹는 규모다. 보증사고액은 2021년 5790억 원에서 지난해 2배 이상 뛰는 등 최근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건설업계 애태우는 미분양

    미분양 아파트도 하반기 주택시장의 불안 요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104채로, 정부가 위험수위 기준으로 삼고 있는 20년 장기 미분양 주택의 평균인 6만2000채를 훌쩍 넘었다. 미분양 발생은 지난해 하반기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유동성이 크게 줄어들고 수요가 급작스럽게 위축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여기에 기존 주택 매매가는 떨어진 반면, 새 주택 분양가는 자잿값 상승 등으로 지속해서 오른 것이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5월 16일 세종시에서 국토부 출입 기자들과 월례 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5월 16일 세종시에서 국토부 출입 기자들과 월례 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5월 16일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분양 주택이) 부동산시장 전체에 충격을 주고, 금융기관 일부에 충격을 주고, 건설회사 현금흐름에 경색을 유발하는 움직임은 3∼4개월 내에는 없을 것”이라며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정부 개입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건설업계 생각은 다르다. 건설업계는 이미 건설회사들이 수십억~수백억 원 이익을 포기하고 할인 분양 등 각종 고육책을 내놓았지만 미분양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줄도산’ 후폭풍이 불 것이라며, 좀 더 적극적인 정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건설업계 주장을 마냥 엄살로 보기만은 어렵다. 실제로 건설업계의 부도와 폐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국토부가 운영하는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부도업체는 모두 5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3곳)보다 2개 늘었다. 폐업 업체 수는 더 많다. 5월 17일(오후 4시30분) 기준 1387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1151개)보다 20.4% 증가했다.

    황관석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전망팀장은 이와 관련해 5월 17일 한국주거복지포럼과 LH토지주택연구원(LHRI)이 개최한 토론회(‘주택시장과 서민주거안정’)에서 보고서 ‘미분양주택 현황과 정책방향’을 통해 미분양 물량별 위기 단계를 구분한 뒤 단계별로 적절한 정부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분양 물량이 6만8000채 이상이면 관심, 10만4000채 이상이면 위험진입단계, 13만9000채 이상이면 위험발생단계로 볼 수 있다”며 미분양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와 건설업체 부도에 따른 건설경기침체 등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세금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전세시장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GettyImages]

    전세금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전세시장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GettyImages]

    살아 있는 시한폭탄, 부동산 PF

    지난해부터 경고등이 켜진 부동산 PF 부실 우려도 하반기 부동산시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관련 대출이 줄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이달 초 발행한 보고서 ‘부동산 PF 시장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금융기관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40조6000억 원으로 2017년 말(66조2000억 원) 대비 2.1배 증가했다. 업권별로 보면 2017년 말 대비 지난해 9월 대출잔액은 은행이 1.8배 증가에 그친 반면, 보험사 2.0배, 저축은행 2.5배, 여신전문회사 4.3배로 비은행권 PF 대출이 특히 크게 증가했다.

    문제는 최근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 경색이 본격화되면서 PF 대출 시장이 위축됐고, 이로 인해 PF 대출 상환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2021년 말 0.18%에 불과하던 금융권의 PF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말 0.56%로 증가했다. 또 저축은행(1.22→2.05%), 여신전문회사(0.47→2.20%) 등에 비해 증권회사의 연체율은 3.71%에서 10.38%로 6.67%p 급증했다.

    이는 결국 건설사에 채무 상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자금 동원력을 갖춘 대기업보다 중견·중소업체에 큰 압박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추정한 건설사의 한계기업, 부실위험기업 비중이 대형 건설업체의 경우 9.4%, 5.5%였으나 중견업체와 중소업체는 15.0%, 11.9%로 크게 높았다.

    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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