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11월 6일(현지 시간) 대선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먼저 주식시장은 ‘트럼프 트레이드’라는 이름 아래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다. 트럼프 트레이드란 트럼프의 감세, 기업 규제 완화, 재정지출 확대 정책 등이 기업 수익 증가로 이어져 주가가 상승한다고 보는 것을 말한다. 특히 미국 내수시장 활성화가 예상돼 소비자 신뢰가 높아질 경우 주식시장은 더욱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미국 경쟁력 강화가 달러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인상, 재정 지출 증가 등이 물가 상승을 초래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 속도를 늦추거나 금리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주식시장 버블, 경기침체 현실화 가능성 존재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가능하다. 트럼프가 제45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2017년 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시장 상황을 돌이켜보자. 미국 대형주 지수인 S&P500은 해당 기간 연 12.99% 상승했다(그래프 참조). 굉장히 높은 상승률로 보이지만 트럼프 직전 제44대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재선 임기(2013년 1월~2017년 1월) 중에도 S&P500은 연 11.06% 상승률을 보였다(표 참조). 또한 현 대통령인 조 바이든 임기(2021년 1월~2024년 10월)에도 연평균 12.42% 상승하며 트럼프 때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혹자는 트럼프 임기에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해 주식시장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낮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이든 임기에는 40년 만에 발생한 역대급 인플레이션으로 급격한 금리인상과 2022년 주식·국채 동시 하락이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달러 가치를 주요 6개국 통화와 대비해 측정하는 지수인 달러인덱스는 트럼프 임기에 대부분 약세였고 4년간 2.34% 하락했다. 반면 직전 오바마 임기 때는 5.89% 상승했으며, 바이든 임기에도 3.82% 상승했다.
시장금리를 볼 때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미국채 10년물 금리의 경우 트럼프 재임 기간에 2.45%에서 1.06%로 18.92% 하락했다. 직전 오바마 때는 5.39% 상승했고, 바이든 임기에는 1.06%에서 4.28%로 3.22%p나 상승했다. 연준이 결정하는 미국 기준금리(상단)의 경우 트럼프 임기에 0.75%에서 0.25%로 0.5%p 하락했다. 반면 오바마 때는 0.5%p, 바이든 임기에는 4.75%p 상승했다.
과거 트럼프 재임 기간에 자산시장에서 주식, 달러, 금리가 모두 강세였다는 주장은 이처럼 사실과 거리가 있다. 주식시장이 상승하기는 했지만 다른 대통령 재임 당시에 비해 특별히 더 오른 것은 아니다. 달러나 금리는 오히려 약세였다. 그렇다고 트럼프 2.0 시대에도 과거와 동일할 것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자산시장을 움직이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고 언제 어떤 변수가 큰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고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우선 트럼프가 내놓은 정책이 모두 성공적으로 추진될지 알 수 없다. 그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무역 마찰을 초래해 글로벌 경제는 물론,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불균형은 여전히 존재하며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 임기 때 지속적으로 경고가 나오고 있는 미국 기술주와 인공지능(AI) 관련 주식의 가격 거품이 꺼지거나 경기침체가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지난 12개월 최저치보다 0.5%p 높은 경우를 침체로 보는 ‘삼의 법칙 경기침체 지수(Sahm Rule Recession Indicator)’도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0.5%p 넘는 수치를 보이며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예측보다 중요한 유연한 태도와 장기적 관점
트럼프 재선과 그의 경제 정책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논의는 매우 흥미로울 수 있다.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11월 6일(이하 현지 시간) 이후 8일까지 달러인덱스는 1.44%,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0.8% 상승했다. 주식시장은 더 뜨겁게 반응해 3.68% 오른 S&P500 지수를 비롯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트럼프 당선이 자산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즉각적으로 미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검토할 때는 매우 주의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 초기 경제 전망이 실제와 맞지 않았던 사례는 금융시장 예측의 본질적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금융시장은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며 정치적 불확실성, 국제관계, 기술 변화, 투자자 심리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단순히 한 가지 변수에 근거한 예측은 빗나가기 쉽다.
금융시장에서는 예측보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태도와 장기적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자산이나 방향에 과도하게 집중 투자할 경우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더욱이 투자 초보자라면 움직임이 다른 다양한 자산에 투자금을 분산함으로써 위험은 낮추고 수익은 챙기는 자산배분 투자법을 검토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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