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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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실물이전, 높은 수익률 광고에 현혹되지 마세요

[김성일의 롤링머니] 퇴직연금 DC형·IRP 운용에 금융기관 관여 안 해

  • 김성일 업라이즈투자자문 연금·투자연구소장

    입력2024-11-0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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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기존 운용 상품을 매도(해지)하지 않고 퇴직연금 사업자만 바꿔 이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기존에는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회사로 이전할 때 보유 중이던 금융상품을 매도(해지)해 현금화해야 했다. 이때 중도해지에 의한 이자 손실, 투자상품 미보유에 따른 기회비용 상실, 매매수수료 발생 같은 문제점이 있었다. 정부는 이번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시행으로 계약 이전 시 가입자 손실을 최소화하고, 사업자 간 서비스 기반의 건전한 경쟁이 촉진돼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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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연금 사업자 연간 수수료 수입만 1조4000억 원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퇴직연금 규모는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400조 원이 넘으며, 2023년 한 해 동안 퇴직연금 사업자가 거둬들인 연간 수수료 수입은 1조4000억 원 이상이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사용자(기업)는 일정 금액(1개월치 급여 수준 이상)을 퇴직연금 사업자(금융회사)에 맡겨야 한다. 즉 금융회사 입장에서 퇴직연금은 ‘법적으로, 자동으로’ 계좌 잔고와 수수료 수익이 증가하는 효자 상품인 것이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연평균 약 9.4% 성장세를 보여 2033년이면 지금의 2.4배인 940조 원에 달해 ‘1000조 원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400조 원 넘는 퇴직연금 중 절반은 은행권이 운용하고 있다. 이에 증권업계와 보험업계는 이번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시행을 맞아 은행권 200조 원 자금을 유치하고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퇴직연금 수수료는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 펀드 총비용 등으로 나뉜다. 운용관리 수수료는 운용관리 업무에 대한 대가로, 적립금 운용 방법 및 운용 방법별 정보 제공, 사전지정운용제도 설정·운영에 관한 업무, 연금제도 설계 및 연금 회계처리, 적립금 운용 현황의 기록·보관·통지 등을 포함한다. 자산관리 수수료는 계좌 설정·관리, 부담금 수령, 적립금 보관·관리, 급여 지급 등 자산관리 업무의 대가다. 펀드 총비용은 펀드 같은 실적배당상품과 관련해 퇴직연금 사업자를 비롯한 금융회사가 받아가는 각종 보수(운용·판매·수탁·사무관리 보수)와 수수료(선취·후취·매매 중개 수수료)를 말한다.

    고객의 퇴직연금을 관리하려면 전산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인건비도 투입해야 하니 수수료를 수취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몇 가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은행과 보험사는 판매 보수가 없는 ETF를 적극적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개인투자자의 ETF 투자가 활성화되고 증권사로의 머니무브가 격화된 이후에야 은행권과 일부 보험사를 중심으로 퇴직연금에서 ETF 투자를 열었다. 그럼에도 매매 가능한 전체 ETF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상품만을 다루고 있어 퇴직연금 가입자의 불만이 여전한 상황이다.

    이보다 더 큰 이슈는 운용관리 업무 중 하나로 명시된 ‘적립금 운용 방법’을 적극 안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적립금이 대부분 예금 등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되고,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실질 효과 제한적, 수익률 높일 방법 고민해야

    일부 금융회사는 자사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그런데 퇴직연금 확정기여(DC)형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퇴직연금 사업자가 운용에 관여하지 않는다. 즉 가입자 스스로 투자에 나서 수익률을 높인 것이다.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퇴직연금 사업자로 계좌를 옮긴다고 해서 내 퇴직연금 수익률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앞서 언급했듯이 ‘적립금 운용 방법’에 대해 유의미한 조언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수익률 기사를 보고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택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이 밖에도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택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더 있다. 우선 수수료부터 확인해야 한다. IRP는 연말정산 세액공제 혜택이 커서 많이 가입하는데, 사업자마다 매년 발생하는 수수료가 0%부터 0.465%까지 차이가 많이 난다(표 참조). 상대적으로 퇴직연금 기반이 약한 증권사의 경우 상당수가 비대면 가입 시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상황이라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상품 다양성도 확인해야 한다. 은행과 보험사에서 취급하는 ETF는 100여 개인 데 반해, 증권사에서 매매할 수 있는 ETF는 770여 개에 이른다. 매매 편리성 역시 따져야 하는데, 증권사의 ETF 매매는 실시간으로 가능하지만 은행은 신탁 형태로 진행돼 수 시간이 걸리고 매매 여부 확인에는 2영업일이 소요되기도 한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여러 한계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가입자가 보유한 상품을 신규 사업자도 판매하고 있어야 이전이 가능하다. 또 동일한 제도 내(DC↔DC, IRP↔IRP)에서만 이전이 가능하다는 한계도 있다. 특히 DC형은 사용자(기업)와 계약된 퇴직연금 사업자(금융회사) 사이에서만 이전할 수 있다. 즉 우리 회사가 특정 금융회사와 DC형 계약이 돼 있다면 가입자가 원하는 다른 금융회사로 이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이번 기회에 IRP 등을 자신에게 더 유리한 퇴직연금 사업자로 변경하는 것을 고민해보고, 자신의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일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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